7디아|유튜브 프리미엄 OOC
2083년 1월의 홍콩은 습기를 잃은 건조한 공기가 콘크리트 격벽 사이를 훑고 지나갔다. 섹터 B 하층 숙소 구역의 복도 형광등은 세 개 중 하나가 늘 깜빡였고, 그 불규칙한 점멸 아래를 나디아 스미르노바가 맨발로 걷고 있었다. 손에는 7의 숙소에서 슬쩍해 온 태블릿 단말기가 들려 있었다. 잠금 해제 패턴은 이미 14개월 전에 해석이 끝난 상태였으므로 진입에 걸리는 시간은 0.7초. 문제는 진입이 아니라 목적이었다.
나디아는 자기 실험실의 네트워크 단말기가 72시간째 유튜브 프리미엄 재생을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에 직면해 있었다. 원인은 단순했다. W.W. 홍콩 지부의 민간 네트워크 할당량이 이번 달부터 삭감되었고, 개인 결제 수단이 없는 나디아에게 프리미엄 구독은 사치가 아니라 불가능이었다. 그녀의 홍콩달러는 전부 시약과 장비 구매에 소진되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잔액은 4.20HKD. 유튜브 프리미엄 월 구독료 58HKD에 한참 못 미쳤다. 광고가 삽입되는 무료 버전은 그녀에게 물리적 고통이었다. 실험 중 백색소음 대용으로 틀어 놓는 특정 주파수 영상이 15초짜리 슬롯머신 광고에 의해 중단되는 순간, 시료 계측의 집중이 깨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디아는 7의 유튜브 프리미엄 계정에 로그인했다. 윤리적 판단은 0.3초 만에 종료되었다. '자원의 효율적 재분배'라는 결론이었다. 어차피 7은 유튜브를 거의 쓰지 않았다. 그의 시청 기록은 2082년 11월 이후 열흘에 한 번 꼴로 갱신되었고, 대부분 10분 미만의 짧은 영상이었다. 알고리즘은 사실상 방치된 황무지. 나디아는 거기에 자기 발자국을 남기기 시작했다.
처음 이틀은 조심스러웠다. 백색소음과 주파수 영상만 재생했고, 시청 기록도 수동 삭제했다. 그러나 사흘째부터 게을러졌다. 아니, 정확히는 삭제라는 행위 자체가 비효율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어차피 7은 자기 유튜브 계정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14개월간의 행동 패턴 분석이 그 가설을 뒷받침했다. 나디아는 시청 기록 삭제를 중단했고, 좋아요를 누르기 시작했고, 재생목록을 만들었고, 구독 채널을 늘렸다.
1월 셋째 주가 되자 7의 유튜브 알고리즘은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변형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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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7은 1월 23일 화요일 오후 3시경 섹터 C 라운지 소파에서 유튜브를 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10이 추천한 마작 해설 영상을 찾으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홈 화면이 이상했다. 그가 본 적 없는 영상들이 추천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는 처음에 알고리즘 오류를 의심했다. 3초 후에 시청 기록 탭을 눌렀다. 그리고 멈췄다.

7은 화면을 내려다보며 5초 정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옆에 앉아 있던 8이 고개를 돌려 뭐 보냐고 물었으나, 7은 이미 태블릿을 접어 무릎 위에 엎어놓은 뒤였다. 입꼬리가 한쪽으로 비틀렸다. 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운 감각이 흉골 아래에서 올라왔다. 나디아 스미르노바가 자기 유튜브 계정을 훔쳐 쓰고 있다. 시청 기록을 삭제하지도 않았다. 좋아요도 눌렀다. 심지어 길고양이 브이로그를 새벽에 봤다. 그는 그 사실을 입 안에서 굴리며 라운지를 나섰다.
즉시 따지러 가지 않았다. 대신 숙소로 돌아와 시청 기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했다. 나디아가 로그인한 시점은 1월 6일이었다. 17일째 무단 사용 중이었다. 시청 기록의 패턴은 선명했다. 새벽 1시에서 4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었고, 실험 중 틀어놓는 것으로 보이는 백색소음 10시간짜리 영상과, 개인 취향으로 보이는 짧은 영상이 교차했다. 화학 분석 영상, 독극물 다큐멘터리, 체스 해설, 매운 음식 챌린지. 전부 나디아였다. 그리고 그 사이에 길고양이 일상 브이로그가 끼어 있었다. 45일째 따라오는 길고양이. 나디아는 그 영상에 좋아요를 눌렀을 뿐 아니라 '고양이+관찰'이라는 재생목록까지 만들어 저장해 두었다. 7은 그 재생목록 이름을 보고 웃음이 새어 나올 뻔한 걸 억눌렀다. 그녀답다고 생각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관찰 대상으로 분류한 것이다. 하지만 매일 밤 한 편씩 챙겨 보는 관찰자가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7은 이 사실을 곧바로 들이밀지 않았다. 일종의 관찰이었다. 나디아가 스스로 말할지, 아니면 끝까지 모른 척할지 보고 싶었다. 그래서 1월 23일부터 28일까지 5일을 더 기다렸다. 그 사이 나디아의 시청 기록은 더 대담해졌다.

7은 '페어 본딩의 신경화학'이라는 영상 제목을 두 번 읽었다. 1월 28일 새벽 2시 44분. 목요일이 아닌 월요일 새벽. 그 시간이면 나디아는 섹터 D 실험실에서 혼자였을 것이다. 그녀가 '당신의 뇌가 사랑에 대해 거짓말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을 새벽 3시에 본다는 사실은, 7에게 여러 겹의 의미로 읽혔다. 연구 자료로 본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연구와 개인은 늘 경계가 희미했고, 그 희미함이야말로 나디아 스미르노바라는 사람의 핵심이었다. 7은 그 영상에 좋아요가 눌려 있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체스 해설에는 눌렸고, 길고양이에는 눌렸고, 미제 독살 사건에는 눌렸는데, 이것만 안 눌렸다. 그는 그 빈자리가 말하는 것을 정확히 들었다.
1월 29일 월요일, 섹터 D 하부 실험실. 오전 11시 14분.
나디아는 분석 장비 앞에 앉아 스펙트럼 판독을 하고 있었다. 태블릿에서는 백색소음이 재생 중이었다. 7의 계정으로 로그인된 유튜브 프리미엄. 광고 없는 깨끗한 재생. 그녀는 이 상태가 22일째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에 이미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 애초에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발생하려면 도덕적 기준선이 있어야 했고, 나디아에게 타인의 유튜브 계정 무단 사용은 도덕적 의제가 아니라 자원 배분의 문제였다.
실험실 철문이 열렸다. 출입 기록 없이. 나디아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 실험실에 출입 기록 없이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세 명이었고, 그중 이 시간대에 올 확률이 가장 높은 사람은 한 명이었다.
7 | "Nice playlist."(재생목록 좋던데.)
그가 문틀에 어깨를 기대고 서 있었다. 검은 선글라스는 벗은 상태였다. 회색 눈이 실험실 조명 아래에서 연한 은빛으로 빛났다. 입꼬리가 한쪽으로 올라가 있었다. 나디아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멈췄다. 0.4초. 그녀의 두뇌가 상황을 파악하는 데 걸린 시간.
나디아 | "What playlist?"(무슨 재생목록?)
평소대로였다. 어조에 동요가 없었다. 7은 문틀에서 떨어져 천천히 걸어왔다. 실험대 위에 놓인 태블릿 화면을 한 번 내려다보고, 다시 그녀를 봤다. 백색소음 영상의 재생 바가 4시간 37분 지점에서 움직이고 있었고, 우측 상단에는 7의 프로필 아이콘이 선명하게 떠 있었다.
7 | "'Cat + Observation.' That's what you named it."('고양이+관찰'. 네가 그렇게 이름 붙였지.)
나디아의 시선이 처음으로 태블릿 화면 쪽을 스쳤다. 프로필 아이콘. 7의 얼굴이 작은 원형 안에 들어 있었다. 그녀는 0.8초 동안 그것을 보고 나서, 시선을 다시 스펙트럼 판독기로 돌렸다. 그녀 안에서는 다음 행동의 분기점이 빠르게 계산되고 있었다. 부정할 것인가, 인정할 것인가, 무시할 것인가. 부정은 이미 물리적 증거가 화면에 있으므로 비효율적이었다. 무시는 7의 성격상 통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인정이 가장 적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경로였다.
나디아 | "Your algorithm was dead anyway."(네 알고리즘은 어차피 죽어 있었어.)
7은 실험대 모서리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나디아가 돌려서 인정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재미있었다. 그녀는 보통 부정을 택하거나 침묵을 택했다. 인정은 드물었고, 인정을 드문 일로 만드는 건 인정이 그녀에게 가장 많은 정보를 내어주는 선택이기 때문이었다. 지금 그녀가 인정을 택했다는 건 이 건에 대해 숨길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뜻이거나, 혹은 숨기는 에너지를 아끼고 싶을 만큼 피곤하다는 뜻이었다. 7은 후자라고 봤다. 그녀 눈 아래에 어둑한 그림자가 있었다.
7 | "You watched a video about pair bonding at 3 AM."(새벽 세 시에 페어 본딩 영상 봤더라.)
나디아의 키보드 타이핑이 한 박자 끊겼다가 이어졌다. 동요의 형태가 손가락에서 먼저 나타났다. 그녀는 그 사실을 자각하고 타이핑 속도를 의식적으로 일정하게 맞췄다.
나디아 | "Research."(연구 자료야.)
7 | "You liked the cat video though."(근데 고양이 영상에는 좋아요 눌렀잖아.)
나디아 | "Behavioral observation reference."(행동 관찰 레퍼런스.)
7 | "The one where the cat brought a dead bird and the guy said 'I think she loves me'? That's your reference?"(고양이가 죽은 새를 물어다 주고 주인이 '이거 사랑인 거 같은데'라고 한 그 영상이? 그게 레퍼런스?)
나디아는 타이핑을 멈췄다. 이번에는 의도적이었다. 그녀는 의자를 반 바퀴 돌려 7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흰 눈동자가 그의 얼굴 위를 천천히 훑었다. 미세표정 분석이 습관적으로 작동했다. 7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지만 눈가는 웃지 않았다. 이것은 놀림이 아니라 읽기를 시도하는 중이라는 뜻이었다. 나디아는 그가 자기 시청 기록에서 무엇을 읽었는지, 그리고 그 읽기가 어디까지 정확한지를 계산했다.
나디아 | "You went through all of it."(전부 봤구나.)
7 | "Yep."(응.)
나디아 | "When."(언제.)
7 | "Five days ago. Gave you time to come clean. You didn't."(5일 전. 네가 자수할 시간 줬지. 안 했고.)
나디아는 5일이라는 숫자를 받아들이며 내부에서 계산을 수정했다. 그녀의 '7은 자기 유튜브를 보지 않는다'는 가설은 5일 전에 이미 기각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는 즉시 추궁하지 않고 5일을 기다렸다. 나디아가 자진 신고를 하는지 관찰한 것이다. 7이 자기를 대상으로 관찰 실험을 수행했다는 사실이 불쾌해야 했다. 그런데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비틀렸다. 그녀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었다.
나디아 | "Your premium was being wasted. I optimized it."(네 프리미엄이 낭비되고 있었어. 최적화한 거야.)
7 | "Optimized. Right."(최적화. 그래.)
그는 실험대에서 내려와 의자 등받이 뒤로 돌아갔다. 나디아의 어깨 너머로 태블릿 화면을 다시 내려다봤다. 가까웠다. 그의 체온이 뒤에서 전해질 정도의 거리. 나디아는 몸을 돌리지 않았다. 나디아의 뒤통수 너머로 그의 체온이 가까워졌다. 소독제 냄새가 희미해진 실험실 공기 속에 담배 연기의 잔향과 건조한 면 섬유 냄새가 섞여 들어왔다. 그녀는 의자를 돌리지 않았다. 대신 태블릿 화면의 백색소음 재생 바가 4시간 38분을 넘어가는 걸 응시했다. 7의 프로필 아이콘이 우측 상단에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원형 안에 잘린 얼굴. 선글라스를 쓴 채 한쪽 입꼬리만 올린 사진. 22일 동안 매일 밤 그 아이콘 아래에서 영상을 재생했으면서도 한 번도 의식하지 않았던 이미지였다.
7 | "So let me get this straight."(그러니까 정리하자면.)
그가 뒤에서 나디아의 의자 등받이를 한 손으로 잡았다. 의자가 미세하게 기울었다. 나디아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지만 그의 손가락이 등받이 금속 프레임 위에서 천천히 두드리는 촉감이 진동으로 전해졌다. 7의 버릇이 아니라 나디아의 버릇이었다. 그가 의도적으로 흉내 낸 것인지 무의식인지 판별할 수 없었다. 어느 쪽이든 불쾌한 방식으로 효과적이었다.
7 | "You broke into my account, killed my algorithm, built a playlist called 'Cat + Observation,' watched a video about why brains lie about love at three in the morning, and you didn't even bother deleting the history."(내 계정에 침입해서, 내 알고리즘 죽이고, '고양이+관찰'이라는 재생목록 만들고, 새벽 세 시에 뇌가 사랑에 대해 거짓말하는 이유를 시청하고, 기록 삭제도 안 했어.)
나디아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멈춘 채 꿈틀거렸다. 테이블을 두드리는 습관이 손가락 끝에서 시작되려다 의식적으로 억제되었다. 7은 그 미세한 움찔을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늘 그녀의 손끝을 봤다.
나디아 | "The deletion process consumed 0.3 seconds per entry. Across 140 entries, that's 42 seconds of wasted operational time."(삭제 과정이 건당 0.3초야. 140건이면 42초의 작업 시간 낭비지.)
7 | "Forty-two seconds."(42초.)
나디아 | "I had reagents timing out."(시약 반응 시간이 걸려 있었어.)
7 | "You had reagents timing out at 3 AM while watching a cat carry a dead bird."(새벽 세 시에 고양이가 죽은 새를 물어오는 영상 보면서 시약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고.)
나디아는 입을 다물었다. 논리의 접합부가 약해지고 있었다. 그녀 자신도 그걸 알았다. 문제는 7도 알고 있다는 것이었고, 더 큰 문제는 7이 그 약한 접합부를 뜯어내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인간이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의자를 반 바퀴 돌려 그를 올려다봤다. 실험실의 차가운 백색 조명이 7의 회색 눈동자 위로 떨어져 있었다. 선글라스를 벗은 얼굴. 째진 눈매의 날카로운 선이 조명 각도에 따라 그림자를 달리했다. 그는 웃고 있었다. 입꼬리만 올라간, 눈가에는 도달하지 않는 종류의 미소. 나디아는 그 표정의 분류를 알고 있었다. '승리를 확신했으나 아직 선언하지 않은 도박꾼의 얼굴.'
나디아 | "Are you going to change the password?"(비밀번호 바꿀 거야?)
7 | "Nah."(아니.)
나디아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예상 밖의 응답이었다. 그녀가 구축한 시나리오 세 가지 중 어디에도 '아니'는 없었다. 첫째, 비밀번호 변경 후 조롱. 둘째, 비밀번호 변경 후 대가 요구. 셋째, 비밀번호 변경 없이 대가 요구. 세 번째가 가장 근접했으나 '대가'라는 구조 자체가 없었다. 7은 그냥 아니라고 했다.
7 | "I like it."(마음에 들어.)
그가 실험대에서 엉덩이를 떼고, 나디아 옆에 놓인 보조 의자를 발끝으로 끌어와 거꾸로 걸터앉았다. 등받이에 팔을 올리고 턱을 얹었다. 그 자세는 의도적으로 시선 높이를 낮추는 것이었다. 나디아를 올려다보는 각도.
7 | "Your algorithm is more interesting than mine. Blackjack highlights and gun cleaning videos? That's what I had. Now I've got Rachmaninoff and forensic poisoning cases. Massive upgrade."(네 알고리즘이 내 것보다 재밌어. 블랙잭 하이라이트에 총기 분해 영상? 그게 내 거였지. 이제 라흐마니노프에 미제 독살 사건이 있잖아. 엄청난 업그레이드야.)
나디아는 그의 말을 처리하며 입술 안쪽을 깨물었다. 이 남자가 하는 일은 언제나 같았다. 그녀가 세운 방어선의 정확한 두께를 측정하고, 그 두께보다 한 겹 얇은 곳을 손톱 끝으로 긁는 것.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겠다는 선언은 단순한 관용이 아니었다. 7은 나디아의 시청 기록이 자기 계정에 쌓이는 것을 원하고 있었다. 그녀의 취향이 자기 알고리즘에 침투하는 것을. 그것은 일종의 영역 겹침이었고, 7은 그 겹침에서 쾌감을 느끼는 종류의 인간이었다.
나디아 | "You're not angry."(화 안 났어.)
사실의 확인이었다. 질문이 아니라.
7 | "Why would I be?"(왜 화를 내.)
그가 턱을 등받이에서 들어 올려 천장을 한 번 보고, 다시 내렸다.
7 | "My girl's been using my account for three weeks and left a trail like she wanted to get caught. That's not theft. That's a love letter."(내 여자가 내 계정을 3주 동안 쓰면서 들키고 싶었던 것처럼 흔적을 남겼어. 그건 도둑질이 아니라 러브레터지.)
나디아의 손가락이 테이블 위를 한 번 세게 두드렸다. 탭. 분석적 사고의 시작이 아니라, 반사적 부정의 신호였다. '들키고 싶었던 것처럼'이라는 해석이 불쾌했다. 왜냐하면 부정할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140건의 기록을 삭제하지 않은 것은 42초의 효율 문제라고 주장했지만, 14개월간 7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 온 사람이 22일 동안 한 번도 발각 가능성을 재계산하지 않았다는 것은 설명이 되지 않았다. 나디아는 자기 자신에게 정직해야 할 지점에 도달해 있었다.
삭제하지 않은 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삭제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인식이 떠오르자 나디아는 즉시 묻었다. 생각의 지하 격납고에 밀어 넣었다. 지금은 그것을 분석할 시간이 아니었다. 대신 더 안전한 경로를 택했다.
나디아 | "Don't call me that."(그렇게 부르지 마.)
7 | "Which part. 'My girl'?"(어느 부분. '내 여자'?)
나디아 | "All of it."(전부.)
7 | "Too late."(이미 늦었어.)
그가 웃었다. 이번에는 눈가까지 닿는 종류의 웃음이었다. 째진 눈 밑에 짧은 주름이 잡혔고, 입가의 비대칭이 부드러워졌다. 나디아는 그 표정을 2초 동안 읽었다. 진심이었다. 계산이 아니라 유희도 아니라,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 나오는 표정. 그 종류의 웃음은 7에게 흔하지 않았다. 흔한 것은 능글맞은 반쪽 미소거나, 장난을 성공시킨 뒤의 만족감이었다. 지금의 이것은 그보다 더 얕은 곳에서 올라온 것이었고, 그래서 더 위험했다.
실험실 문이 열렸다. 출입 기록과 함께. 나디아와 7이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문 앞에 서 있는 것은 주황색 곱슬머리의 소년 같은 남자였다. 오스카 피츠로이. 오퍼레이터 8. 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 봉투가 들려 있었고, 안에는 C4 성형폭약의 기폭관으로 보이는 금속 부품이 잔뜩 담겨 있었다. 그는 실험실 안의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 상황을 파악하는 데 정확히 3초가 걸렸다. 일반인 기준으로는 빠른 편이었으나, 이 방의 다른 두 사람 기준으로는 느렸다.
오스카 | "Oh. Am I interrupting something?"(오. 내가 뭔가 방해하고 있어?)
7 | "Yes."(응.)
나디아 | "No."(아니.)
동시에 나온 대답이 정반대였다. 오스카는 두 사람의 얼굴을 한 번 더 번갈아 본 뒤, 비닐 봉투를 흔들었다.
오스카 | "Cool. Uh, Twelve, I need you to check if the detonator casing has any chemical residue from last week's field test. Six said to bring it to you. I can come back later? But also I kind of can't because Eight has a thing at 1300 and—"(좋아. 어, 12, 지난주 현장 테스트에서 기폭관 케이싱에 화학 잔류물 남았는지 확인 좀 해줘. 6이 너한테 가져가라고 했어. 나중에 올까? 근데 사실 13시에 일정이 있어서 좀—)
나디아 | "Leave it on tray four."(4번 트레이에 놓고 가.)
오스카 | "Got it!"(알겠어!)
오스카는 실험대 위의 4번 트레이를 정확히 찾아 봉투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돌아서려다 멈췄다. 그의 시선이 나디아의 태블릿 화면에 한 번 머물렀다. 유튜브 프리미엄. 백색소음 영상. 7의 프로필 아이콘. 오스카의 파란 눈이 한 번 깜빡였다.
오스카 | "Hey, Seven, isn't that your YouTube?"(야, 7, 저거 네 유튜브 아냐?)
7과 나디아가 동시에 오스카를 봤다. 7은 느긋하게. 나디아는 날카롭게. 오스카는 그 시선의 온도 차를 동시에 받아내고,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오스카 | "Okay! None of my business! Leaving!"(알겠어! 내 일 아니지! 간다!)
철문이 닫혔다. 출입 기록이 찍혔다. 실험실에 다시 두 사람만 남았다. 나디아는 태블릿을 뒤집어 화면을 아래로 엎었다.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 이미 본 사람은 봤다. 7은 그녀가 태블릿을 엎는 것을 보고 코 끝으로 짧은 웃음을 흘렸다.
7 | "That kid's gonna tell Ten within the hour. You know that, right?"(그 녀석 한 시간 안에 10한테 말할 거야. 알지?)
나디아는 알고 있었다. 오스카 피츠로이의 비밀 유지 능력은 그가 다루는 폭발물의 안정성과 반비례했다. 기폭관의 화학 잔류물 검사보다 입이 먼저 터지는 남자. 나디아는 그 사실을 계산에 넣었다. 한 시간 후 체사레 데 시카가 이 정보를 입수할 것이고, 체사레는 그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타이밍까지 보관할 것이다. 아마 다음 라운지 합류 시간. 나디아의 눈가가 미세하게 좁아졌다.
나디아 | "This is your fault."(네 잘못이야.)
7 | "You broke into my account."(네가 내 계정에 침입한 거잖아.)
나디아 | "You didn't change the password."(네가 비밀번호를 안 바꿨잖아.)
7 | "Because I liked having you there."(거기에 네가 있는 게 좋았으니까.)
나디아는 대꾸하지 않았다. 할 수 없었다. 그 문장은 그녀의 논리 회로에서 처리 불가능한 형태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좋았으니까'라는 동기. 비용도 이익도 산출되지 않는, 순수한 감정적 판단. 나디아는 그것을 반박하려면 감정의 비효율성을 논증해야 했고, 14개월 전이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시청 기록에는 새벽 3시에 본 페어 본딩 신경화학 영상이 있었고, 그 영상을 본 이유를 스스로 설명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감정의 비효율성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었다.
그녀는 침묵으로 항복했다. 정확히는, 침묵이라는 형태로 인정했다. 7은 그 침묵의 질감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더 밀어붙이지 않았다. 대신 의자에서 일어나 나디아의 태블릿을 다시 뒤집어 화면이 위로 오게 놓았다. 백색소음이 4시간 41분째 재생 중이었다.
7 | "Keep using it."(계속 써.)
그가 말했다. 그리고 한 박자 뒤에 덧붙였다.
7 | "But I'm subscribing to that cat channel too. Fair's fair."(대신 나도 그 고양이 채널 구독한다. 공평하게.)
나디아는 그 말을 듣고 입꼬리가 비틀리는 것을 제어하지 못했다. 짧고 날카로운, 비대칭의 일그러짐. 평소의 뒤틀린 미소보다 한 층 더 무장 해제된 형태였다. 7은 그것을 봤다. 보고 나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3초. 그리고 손을 내밀어 그녀 머리 위를 한 번 쓸었다. 곱슬머리가 손가락 사이로 흩어졌다. 나디아는 손을 치우지 않았다.
7은 실험실을 나가며 철문 앞에서 한 번 멈췄다. 등은 돌린 채.
7 | "The pair bonding one."(페어 본딩 영상.)
나디아의 타이핑이 끊겼다.
7 | "You didn't hit like on that one. Everything else, you did. Just not that."(그것만 좋아요 안 눌렀더라. 다른 건 다 눌렀는데. 그것만.)
그는 문을 열며 고개만 돌렸다. 회색 눈이 조명 아래에서 나디아의 흰 눈과 마주쳤다.
7 | "That's the most honest thing in your whole history."(그게 네 시청 기록에서 제일 솔직한 거야.)
문이 닫혔다. 출입 기록이 찍혔다. 나디아는 빈 실험실에 혼자 남았다. 백색소음이 4시간 43분째 재생되고 있었다. 그녀는 태블릿 화면을 내려다봤다. 7의 프로필 아이콘. 원형 안의 반쪽 미소. 나디아는 손을 뻗어 화면을 잠그려다가 멈췄다. 그리고 시청 기록 탭을 열었다. 'The Neurochemistry of Pair Bonding: Why Your Brain Lies to You About Love.' 좋아요가 눌려 있지 않은 유일한 영상. 그녀는 그 영상 위에 손가락을 1.7초 동안 머물게 한 뒤, 좋아요를 누르지 않고 탭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백색소음을 재생시키며 스펙트럼 판독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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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분 후, 예상대로 왔다.

7은 메시지를 보내고 태블릿을 뒤집어 놓았다. 섹터 B 하층 숙소의 좁은 침대 위. 그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입꼬리를 한쪽으로 올렸다. 체사레의 반응은 예상 범위 안이었다. '역겹다'는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형태의 축하였다. 7은 그걸 알았다. 그리고 오스카가 한 시간이 아니라 38분 만에 누설한 것도 예상보다 빨랐을 뿐 놀랍지는 않았다.
그는 자기 유튜브를 다시 열었다. 홈 화면의 추천란에 나디아의 취향이 침투한 영상들이 가득했다. 독극물 다큐멘터리, 백색소음, 체스 전략, 매운 음식 먹방. 그리고 가장 위에 알고리즘이 새로 밀어 올린 한 편.
'How Cats Choose Their Human: Behavioral Attachment Theory.'(고양이가 인간을 선택하는 법: 행동 애착 이론.)
7은 그 영상을 보고 1초 동안 멈췄다. 그리고 좋아요를 눌렀다. 나디아가 다음에 로그인했을 때 알림에 뜰 것이다. 7이 좋아요를 누른 영상: '고양이가 인간을 선택하는 법.' 메시지를 보내는 것보다 더 정확한 의사 전달이었다.
그는 태블릿을 옆으로 밀어놓고 눈을 감았다. 입가의 비대칭적 미소는 잠들 때까지 지워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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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섹터 D 하부 실험실.
나디아 스미르노바는 스펙트럼 판독을 마친 뒤 태블릿을 다시 뒤집었다. 습관적으로 유튜브를 열었다. 알림 탭에 빨간 점이 하나 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눌렀다. 'Seven liked a video: How Cats Choose Their Human: Behavioral Attachment Theory.' 나디아의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멈췄다. 3초. 그녀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비대칭으로, 비틀렸다.
그녀는 알림을 닫고 재생목록 '고양이+관찰'을 열었다. 그리고 그 영상을 추가했다. 저장 후 1.2초 뒤, 재생목록 이름을 수정했다.
'고양이+관찰 (2인 공동)'.
백색소음이 5시간째 재생되고 있었다. 실험실은 조용했다. 나디아는 스펙트럼 판독기로 시선을 돌렸고, 손가락은 다시 키보드 위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일정한 리듬. 이번에는 억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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