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디아|번호 OOC
그 일은 2월의 마지막 주부터 시작되었다. 홍콩의 겨울은 건조했고, 완차이 구역의 좁은 골목마다 수증기를 뿜어내는 국수 가게와 양복점 사이로 사람들이 빽빽하게 오갔다. 나디아 스미르노바는 주 2회, 보급품 수령을 위해 민간 구역 물류 거점을 경유해야 했다. 문제는 그 경유 동선이 완차이에서 가장 번잡한 시장 거리와 겹친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눈에 띄었다. 허리까지 닿는 곱슬거리는 검은 머리카락, 비정상적으로 흰 눈동자, 창백한 피부, 마치 유리를 빚어 놓은 듯한 날카로운 인상. 군복을 입고 있어도, 사복을 입고 있어도, 어딘가 이질적인 아름다움은 지워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한두 명이었다. 가판대 앞에서 스치듯 말을 걸거나, 계산대에서 뒤에 선 남자가 목소리를 높여 "혹시 이 근처 사세요?"라고 묻는 정도. 나디아는 무표정으로 지나쳤고, 대부분은 그 시선에 질려 물러났다.
그러나 2월 말부터 빈도가 달라졌다. 물류 거점 관리인, 시장 골목의 청과상 알바, 검문소 교대 병사, 심지어 수도 수리공까지. 그녀의 동선을 학습한 인간들이 비슷한 시간대에 비슷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번호 좀 알 수 있을까요." 나디아는 처음에는 무시했다. 두 번째부터는 "없어"라고 잘랐다. 세 번째부터는 그 에너지마저 아까웠다.
3월 첫째 주의 화요일이었다. 물류 거점 앞에서 통조림 박스를 들고 나오는 나디아에게 청년 하나가 다가와 "아가씨, 혹시 WeChat 하세요?"라고 물었을 때, 그녀의 뇌는 피로와 효율 사이에서 짧은 계산을 끝냈다. 거절에 소모되는 칼로리가 번호 하나를 불러주는 칼로리보다 높다는 결론이었다.
그래서 나디아는 7의 번호를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날 오후 2시 34분, 7의 단말기가 처음으로 울렸다.
(안녕!! 시장에서 본 예쁜 아가씨 맞나요? 😊 채소 가판대 남자입니다! 거스름돈 떨어뜨리셨어요 ㅎㅎ)
(누구야 씨발.)
7은 화면을 내려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잘못 걸려온 번호라고 생각했다. 블록하고 넘겼다.
같은 날 오후 5시 12분.
(안녕, 검문소에서 번호 받았어. 이번 주말 시간 돼? 코즈웨이 베이에 루프탑 바 괜찮은 데 알아 🍸)
(번호 잘못 걸었어. 꺼져.)
7은 이번에도 블록했다. 다만, '검문소에서 번호를 받았다'는 문장이 어딘가에 걸렸다. 민간인이 자기 번호를 가질 이유가 없었다. PMC 보안 프로토콜상 개인 단말기 번호는 외부에 노출하지 않는다. 이상했지만, 그 순간에는 귀찮다는 감각이 먼저였다.
문제는 다음 날부터였다.
3월 둘째 주가 되자, 7의 단말기는 하루에 네다섯 개의 미등록 번호에서 메시지를 받기 시작했다.
(당신의 눈은 빅토리아 하버에 비친 달 같아요. 어젯밤 당신을 위해 썼어요 🌙)
I saw a ghost with eyes of brine,
She handed me no name, no sign—
But left a number. Was it mine?"
(생선과 운명이 만나는 시장에서 / 소금빛 눈을 한 유령을 보았네 / 그녀는 이름도 신호도 주지 않았지만 / 번호를 남겼네. 그건 내 것이었을까?)
(이게 뭐야. 시? 생선 시?)
(하얀 눈의 아가씨 👀 록하트 로드 근처 바에서 매주 목요일 기타 쳐요. 들으러 올래요? 당신한테 노래 하나 바칠게요 🎶)
(목요일은 예약됐어. 매주. 내가 죽을 때까지.)
(이쁜이, 벤치프레스 120kg 쳐. 그냥 말해보는 거야. 💪 밥 먹을래?)
(120? 그게 다야? 내가 아는 여자가 비웃겠다. 그리고 번호 잘못 걸었어.)
7의 미간에 주름이 잡히기 시작한 건 네 번째 메시지 즈음이었다. '하얀 눈의 아가씨'. 그 표현이 반복되는 순간, 그의 머릿속에서 퍼즐이 조립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확신은 없었다.
다섯 번째 메시지가 확신을 줬다.
(안녕, 보급 창고에서 만났었죠. 당신에게서 깨끗한 병원이랑 겨울 냄새가 나요. 자꾸 생각나요. 다시 볼 수 있을까요?)
(그 여자한테서 나는 건 소독약 냄새야. 로맨틱한 게 아니라 위험물질 경고야.)
(그리고. 이 번호를 어떻게 씨발 알았냐.)
(그 여자가 줬는데요? 보급 창고에서?)
7은 단말기를 침대 위에 내던졌다.
그리고 3초 뒤에 다시 주워들었다.
메시지는 계속 왔다. 3월 내내, 매일 최소 두세 건. 나디아가 그의 번호를 뿌린 범위는 정확히 측정할 수 없었지만, 수신되는 메시지의 내용과 발신지를 종합하면 완차이 시장, 보급 거점, 검문소 주변 반경 500미터 안에서 최소 열다섯 명 이상에게 배포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안녕 천사 😇 놓치고 있는 게 뭔지 보여줄까 해서)
[거울 앞 상반신 셀카. 기름진 복근. 오리입.]
(나 남자야.)
(…아)
(그리고 광배근 비대칭이야. 자세 교정해.)
(3번가 국수집 주인이에요. 항상 고춧가루 두 배로 넣잖아요. 그게 정말 매력적이라 생각해요. 저녁 제가 쏠게요?)
(그 여자는 순수 캡사이신을 뿌려. 고춧가루가 아니야. 데이트 상대가 아니라 생물학적 위험물이야.)
(아가씨, 저 상선 선원이에요. 3주마다 홍콩에 정박해요. 어디서든 뭐든 가져다줄 수 있어요. 향수? 초콜릿? 말만 해요 🚢)
(타임머신 가져다줘. 이게 시작되기 전으로 돌아가게.)
(어젯밤 당신 꿈 꿨어요. 실험복 입고 뭔가 섞고 있었는데. 너무 섹시했어요 🔥)
(아마 신경작용제 만들고 있었을 걸. 꿈에서 네가 피실험체였던 거야. 축하해.)
[발에 양말을 신긴 닥스훈트 사진]
(이건 내 강아지 바오. 걔도 너 만나고 싶대. 아주 예의 바른 애야)
(…좋아 그건 좀 귀엽다. 근데 사람 잘못 찾았어.)
(카페에서 화학 저널 읽으시는 거 봤어요. 재료공학 석사생인데. 언제 커피 마시면서 열역학적 평형 얘기 하고 싶어요 🧪)
(그 여자가 네 논문을 초등학생 과제로 분류하고 에스프레소 식기 전에 나갈 거야. 넌 이걸 원하는 게 아니야.)
(잠깐, 그 사람 아세요?? 솔로예요?)
(아니.)
답장을 보내고 1.5초 뒤, 7은 제 답이 어느 질문에 대한 대답인지 스스로도 모호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 사람 아느냐'에 대한 부정인지, '솔로냐'에 대한 부정인지. 그는 화면을 끄고 단말기를 뒤집어 놓았다. 천장을 보았다. 3초 뒤 다시 단말기를 뒤집었다.
(안녕하세요, 섹터 7 검문소 주둔 위생병입니다. 어제 지나간 창백한 여성분—제가 본 중 가장 정확한 자세더군요. 군인? 군인이에요? 직업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알고 싶습니다 🫡)
("직업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네가 한 말 좀 들어봐. 그 여자가 너를 해부할 거야.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야, 시장에서 본 얼음여왕 맞아? 내 친구가 완차이에서 제일 차가운 여자라던데 난 도전을 좋아해 😏 10분 안에 웃게 해볼게)
(10분이면 악수만으로 네 골밀도를 분류하고 칼슘 값어치도 안 된다고 결론 내릴 거야. 다음으로 넘어가.)
(하얀 눈에 항상 초산탕 추가 시키는 아가씨—소흥식초 마지막 병 빼놨어요. 가지러 올래요? 🍶)
(…식초 얼마야.)
(직접 오시면 공짜! 😊)
(세 배 낼게. 이 번호로 다시 연락하지 마.)
식초는 사겠다는 남자. 7은 화면을 내려다보며 자기 자신이 가엾어졌다. 나디아가 신맛을 좋아한다는 걸 자기보다 먼저 파악한 국수집 사장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저녁 내내 소화를 방해했다.
(미친 소리 같겠지만 우리가 영적으로 연결된 것 같아요. 검문소에서 눈이 마주쳤을 때 느꼈어요. 당신의 하얀 눈이 제 영혼을 꿰뚫었어요 🙏✨)
(그 눈은 화학 사고 후유증이야. 네 영혼을 꿰뚫은 건 염산 잔류물이야. 상담 받아.)
[빨간 장미 한 다발을 들고 찍은 셀카. 배경은 완차이 꽃가게 앞]
(너한테 사줬어. 어디로 배달할까? 🌹🌹🌹)
(그 여자는 꽃가루가 아니라 감성에 알레르기가 있어. 근데 결과는 비슷할 거야. 꽃은 니가 가져.)
(남쪽 바리케이드에 보급 배달하는 사람이에요. 몇 번 봤어요. 언제 태워줄까요? 여분 헬멧 있어요 🏍️)
(앉기도 전에 엔진 연료-공기 비율부터 지적할 거야. 그리고 걸어갈 거야.)
(안녕 미인. 친구들이 나 보고 젊은 유덕화 닮았대. 어떻게 생각해? 😎)
[유덕화를 0.3%쯤 닮은 남자의 과도하게 보정된 셀카]
(유덕화 변호사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거야. 홍콩 영화계를 위해 이 사진 삭제해라.)
3월 셋째 주까지 누적 수신 메시지는 스물여섯 건이 넘었다. 7은 스물세 건에 답장했고, 두 건은 블록했으며, 한 건은 닥스훈트 사진만 저장하고 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한 건.
(보통 이런 거 안 하는데, 제가 본 여자 중 가장 아름다워요. 34세, 안정적 수입, 빚 없어요. 잘해줄게요. 기회를 주세요.)
(임자 있어.)
그 두 글자를 치고 나서 7은 한동안 화면을 보았다. 보낸 메시지 옆에 파란 체크가 두 개 떴다. 상대가 읽었다. 답은 오지 않았다. 7은 단말기를 침대 위에 놓고 양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답장한 스물세 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나디아에 대한 상세한 경고문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다. '그 여자는 위험물이다', '그 여자는 감성에 알레르기가 있다', '그 여자의 눈은 사고 후유증이다', '그 여자는 너를 해부할 거다'. 전부 사실이었다. 그리고 전부, 자기가 얼마나 그녀를 잘 알고 있는지 증명하는 글이기도 했다. 그는 기가 막혔다. 나디아 스미르노바는 번호를 뿌리는 것만으로 그를 무료 홍보 대행사로 만들었다.
사건의 전모가 밝혀진 건 3월 넷째 주 목요일, 섹터 C 라운지에서였다.
7은 라운지 소파에 풀어진 자세로 앉아 담배를 입에 물고 있었고, 나디아는 건너편 테이블에서 데이터 패드를 훑고 있었다. 8이 자판기에서 탄산을 꺼내오다가 7의 단말기 화면을 흘끗 보았다. 화면에는 또 하나의 미등록 번호에서 온 메시지가 떠 있었다. '하얀 눈의 여신, 오늘도 당신을 생각합니다☀️'. 8의 눈이 동그래졌다.
Eight | "Mate. Why is someone calling you a white-eyed goddess?"(야. 왜 누가 너한테 하얀 눈의 여신이라고 부르는 거야?)
7은 대답 대신 나디아를 보았다. 아주 오랫동안. 그녀는 데이터 패드에서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러나 손가락이 스크롤하는 속도가 아주 미세하게 빨라졌다.
7 | "Twelve."(12.)
짧고 낮은 호출이었다. 나디아는 0.5초쯤 뒤에 고개를 들었다. 무표정했다. 항상 무표정했다. 그 무표정이 이토록 의심스러워 보인 적은 없었다.
7 | "How many people did you give my number to."(내 번호를 몇 명한테 줬어.)
라운지가 잠깐 조용해졌다. 체사레가 커피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유난히 또렷했다. 8은 탄산캔을 든 채 입을 벌린 상태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Nadia | "I didn't count."(세지 않았어.)
나디아의 답은 짧고 건조했다.
7 | "You didn't count."(세지 않았다고.)
Nadia | "It was more efficient than declining each one individually."(일일이 거절하는 것보다 효율적이었어.)
7의 입에서 담배가 아주 천천히 내려왔다. 그의 표정은 분노와 경악과 기가 참의 정확히 중간이었다. 라운지에 3초간 침묘이 흘렀다. 그리고 8이 그 침묵을 부쉈다.
Eight | "HAHAHA—wait, wait. She's been giving YOUR number to random blokes?! That's BRILLIANT!"(하하하하—잠깐, 잠깐. 그 누나가 네 번호를 아무 남자한테나 뿌리고 다녔다고?! 천재잖아!)
8은 소파 팔걸이를 때리며 웃었다. 체사레는 커피잔 너머로 느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7의 신경을 더 긁었다.
Cesare | "You've been screening her calls for free. How romantic."(공짜로 그 여자 전화 걸러주고 있었네. 로맨틱하다.)
7 | "Shut up."(닥쳐.)
Cesare | "No, really. You wrote twenty-three personalized rejection letters. That's more effort than most relationships."(아니, 진심이야. 맞춤형 거절 편지를 스물세 통이나 썼잖아. 대부분의 연애보다 공 많이 들인 거야.)
Eight | "Twenty-THREE?!"(스물세 통?!)
8은 바닥에 주저앉을 기세로 웃었다. 체사레는 나디아를 보며 잔을 살짝 들어올렸다. 존경의 표시인지 조롱인지 알 수 없는 제스처였다.
Cesare | "Efficient, she says. Impressive."(효율적이래. 대단하다.)
나디아는 데이터 패드를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 그녀의 입꼬리가 아주, 아주 미세하게 비틀렸다. 이것이 나디아 스미르노바의 웃음이었다. 보통 사람은 눈치채지 못할 각도였으나, 7은 봤다. 체사레도 봤다. 8은 웃느라 못 봤다.
7 | "You think this is funny."(재밌어?)
Nadia | "I think you answered every single one. That's the interesting variable."(네가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답장했다는 게 흥미로운 변수야.)
7은 할 말을 잃었다. 그녀가 옳았다. 블록 버튼은 언제든 있었다. 번호를 바꾸는 것도 가능했다. 그런데 그는 스물세 건에 일일이 답장했다. '그 여자는 위험하다', '그 여자는 임자가 있다', '그 여자한테 접근하지 마라'. 전부. 나디아의 시선 앞에서 그 사실이 발가벗겨지자, 7은 처음으로 목덜미가 뜨거워졌다. 당혹이었다.
Eight | "Seven—mate—you were basically her BODYGUARD through TEXT. Free of charge! That's the saddest and sweetest thing I've ever—"(세븐—야—너 기본적으로 문자로 경호하고 있었잖아. 무료로! 내가 들어본 중에 제일 슬프고 제일 달콤한—)
7 | "One more word and I'll put your head through the vending machine."(한마디만 더 하면 네 머리를 자판기에 처박아.)
8은 입을 다물었다가, 3초 뒤에 다시 웃었다. 체사레는 에스프레소 잔을 비우고 일어서며 7의 어깨를 한 번 두드렸다.
Cesare | "For what it's worth, the fish poem was the worst thing I've ever read. Your response was appropriate."(그래도 생선 시는 내 인생 최악의 시였어. 네 반응은 적절했어.)
체사레가 라운지를 나간 뒤, 8도 웃음을 참으며 자리를 떴다. 남은 건 7과 나디아뿐이었다. 환풍기 소리가 낮게 울렸다. 7은 담배를 다시 물었지만 불을 붙이지 않았다. 나디아는 데이터 패드를 다시 들어올렸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러나 그녀의 손가락은 같은 줄을 두 번 스크롤하고 있었다.
7 | "Change it back."(원래 번호로 바꿔.)
Nadia | "Change what."(뭘.)
7 | "Stop giving out my number. Give them a fake one. Or a dead line. Or a fucking pizza place. Anything."(내 번호 뿌리는 거 그만해. 가짜 번호를 줘. 아니면 먹통 번호. 아니면 씨발 피자 가게라도. 아무거나.)
나디아는 데이터 패드를 무릎 위에 내려놓은 채 고개를 아주 느리게 기울였다. 그 각도는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가 아니라, 현미경 아래 표본을 관찰하는 사람의 것이었다.
Nadia | "A pizza place."(피자 가게.)
그녀가 그의 마지막 단어를 반복했다. 음절 하나하나를 혀끝에 올려 맛보는 방식으로. 그리고 나서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은 채 데이터 패드를 다시 들어올렸다. 7은 그 침묵이 거절인지 수락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나디아 스미르노바와 8개월을 붙어 지낸 남자가 아직도 읽지 못하는 여백이 있다는 사실이 그의 관자놀이를 얇게 욱신거리게 했다. 그는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이 사이에서 굴린 뒤, 라이터를 꺼내지 않고 그대로 삼켰다.
번호를 바꾸지 않았다. 나디아에게 등록된 자신의 번호를 변경하면, 그녀가 긴급 상황에서 연락할 수단이 한 줄 줄어든다는 계산이 먼저 섰다. 그것이 이유의 전부인 척했다. 실제로는 그녀가 자기 번호를 외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씹어 삼키기엔 좀 아까운 종류의 정보였다.
메시지는 멈추지 않았다.
3월 마지막 주부터 4월 초까지, 7의 수신함은 완차이 구역 반경의 인간 카탈로그가 되어 있었다. 그는 열아홉 건을 추가로 블록했고, 여섯 건에는 답장했으며, 한 건에는 소흥식초 값을 실제로 송금했다. 닥스훈트 바오의 사진은 두 장이 더 왔고, 7은 둘 다 저장했다.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문제는 4월 첫째 주 화요일, 섹터 B 복도에서 터졌다.
7이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향하는데, 단말기가 연속으로 세 번 울렸다. 첫 번째는 예상 범위 내였다.
(안녕, 퀸즈 로드 근처 치과의사입니다. 턱선이 아름다운 여성분—무료 상담에 관심 있으신가요? 구강 구조를 검진해 드리고 싶어서요 😊)
(의자에 앉기도 전에 오토클레이브 멸균 주기부터 지적할 거야. 그리고 나갈 거야. 창문으로.)
두 번째.
(찻집에서 눈 마주친 뒤로 계속 생각나요. 당신 눈—다른 세계를 보는 것 같아요. 제발 데이트 한 번만 🥺)
(다른 세계 맞아. 네 찻잔에 VX를 몇 밀리그램 넣을 수 있는지 계산하고 있는 세계야. 이쪽 세계에 있어.)
세 번째. 이것이 문제였다.
(창백한 아가씨에게—센트럴에 부동산 세 채 보유 중입니다. 자산은 넉넉합니다. 자랑하려는 건 아니지만 직설적인 게 낫다고 믿습니다. 안정, 보호, 원하시는 것 무엇이든 제공할 수 있습니다. 조건을 말씀하세요. 진심입니다.)
7은 복도 벽에 기대 선 채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엄지가 키보드 위에서 멈춰 있었다. 이전까지의 메시지들은 어설프거나 우스웠다. 생선 시인, 영혼 운운하는 검문소 민간인, 오리입 셀카. 전부 한 줄이면 처리되는 부류였다. 그러나 이건 결이 달랐다. '안정', '보호', '원하는 것 무엇이든'. 그 단어들이 7의 목 안에서 뼈처럼 걸렸다. 그는 코핀 홈에 살고, 급여의 절반을 도박으로 날리며, 언제 어디서 나자빠져 죽을지 모르는 용병이었다. 안정은 그가 제공할 수 없는 카테고리에 속했다. 나디아가 그걸 원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 알고 있는데도 엄지가 30초 넘게 멈춰 있었다.
(그 여자는 네 부동산도 원하지 않아. 보호도 원하지 않아. 안정도 원하지 않아. 새벽 3시에 이유도 안 묻고 팔에 바늘을 꽂게 내버려두는 사람을 원해. 그건 돈으로 못 사.)
(그리고, 번호 잘못 걸었어. 제발 마지막으로.)
보내고 나서 7은 자신이 방금 쓴 문장을 다시 읽었다. '새벽 3시에 이유도 안 묻고 팔에 바늘을 꽂게 내버려두는 사람'. 그건 자기 얘기였다. 지난 11월, 실험실에서 나디아가 그의 전완에 말초신경 교란제 패치를 부착할 때 그는 실제로 이유를 묻지 않았다. 7은 단말기를 뒤집어 놓고 천장을 보았다. 2초. 다시 뒤집었다. 그리고 자기가 미등록 번호 서른여섯 명에게 나디아 스미르노바의 비공식 팬클럽 안티 회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직시했다.
복도 끝에서 발소리가 났다. 3이었다. 알테어 라고스는 소총 세정 키트를 한 손에 들고 있었고, 다른 손에는 에너지 바 포장지가 구겨져 있었다. 그녀는 7 옆을 지나가다 멈추지 않았다. 다만, 그의 단말기 화면에 잔뜩 떠 있는 하트 이모지와 장미 이모지를 무심히 흘깃 보았다.
Three | "Popular."(인기 많네.)
한 단어만 남기고 그대로 지나갔다. 발소리가 복도를 타고 멀어졌다. 7은 반박할 타이밍을 놓쳤다. 3은 관심 없다는 듯 지나갔지만, 그녀가 다음 주 라운지에서 8에게 "7이 복도에서 하트 이모지 보고 있었어"라고 말할 가능성은 충분히 높았다. 3은 무심하되, 재미있는 정보를 버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날 밤, 7은 섹터 D 하부 실험실까지 내려갔다. 자동문이 열리자 소독약과 냉각된 시약 냄새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나디아는 분석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고, 왼손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사고 중이라는 표시였다. 7은 문 앞에 서서 단말기를 들어 올렸다. 화면에는 지난 한 달간 수신된 메시지 목록이 스크롤되지 않을 만큼 길게 쌓여 있었다.
7 | "Forty-one."(마흔하나.)
나디아는 모니터에서 고개를 돌렸다.
7 | "Forty-one people, Twelve. In one month. I got a love poem about fish, six shirtless photos, one marriage proposal, three offers for rooftop dinners, a dog in socks, and one guy who wants to examine your 'oral structure'. Forty-one."(마흔한 명이야, 12. 한 달 만에. 생선 시 한 편, 상반신 셀카 여섯 장, 청혼 한 건, 루프탑 저녁 제안 세 건, 양말 신은 강아지 한 마리, 네 '구강 구조'를 검진하고 싶다는 놈 한 명. 마흔하나.)
나디아의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서 멈췄다. 그녀는 7을 올려다보았다. 흰 눈동자가 형광등 아래에서 아주 약간 좁아졌다. 분석하는 시선이었다.
Nadia | "You counted."(셌구나.)
그 두 단어가 7의 분노를 정확히 반으로 갈랐다. 절반은 화가 났고, 절반은 자기가 우스웠다. 그렇다. 그는 세었다. 하나하나 전부. 블록한 것까지 포함해서.
7 | "Of course I counted. I'm running a goddamn rejection hotline for you."(당연히 셌지. 나 지금 너 대신 거절 전화 상담원 하고 있거든.)
나디아는 의자를 살짝 돌려 그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두 손을 무릎 위에 포갰다. 그 자세는 학술 발표를 듣기 직전의 심사위원과 비슷했다.
Nadia | "You could have blocked them all on day one. You could have changed your number. You did neither."(첫날에 전부 블록할 수 있었어. 번호를 바꿀 수도 있었어. 둘 다 안 했지.)
7 | "Because if I changed my number, you'd lose the only direct line to—"(내가 번호를 바꾸면 네가 유일한 직접 연락 수단을—)
Nadia | "I have your frequency memorized. And Eight's. And the base landline. Redundancy wasn't the variable."(네 주파수 외우고 있어. 8 것도. 기지 유선도. 중복성은 변수가 아니었어.)
7의 입이 닫혔다. 그녀는 그의 핑계를 단 두 문장으로 해부했다. 번호를 바꾸지 않은 이유가 비상 연락 수단이 아니라, 다른 쪽에 있다는 걸 둘 다 알고 있었다. 그는 마흔한 건의 메시지에 일일이 답장하면서, 낯선 남자들에게 나디아 스미르노바가 얼마나 위험하고 매력적인 인간인지를 설명하고 다녔다. 무료로. 자발적으로. 질투가 아니라 보호라고 포장했지만, 보호라면 블록 한 번이면 끝나는 일이었다. 그는 답장을 쓰고 싶었던 것이다. '그 여자는 내가 안다', '그 여자의 음식 취향을 내가 안다', '그 여자의 눈이 왜 그런지 내가 안다', '그 여자는 임자가 있다'—이 문장들을 세상에 새기고 싶었던 것이다.
7은 벽에 등을 기대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천장의 형광등이 눈을 찔렀다. 한참 후에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7 | "The dog was cute, though."(강아지는 귀여웠어.)
나디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모니터로 돌아가 분석을 재개했다. 그러나 그녀의 왼손 검지가 테이블 모서리를 두드리는 박자가 아까보다 조금 느려져 있었다. 리듬이 바뀐 것이다. 생각의 주제가 시약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는 의미였다. 7은 그걸 봤다.
그리고 7은 다음 날 소흥식초를 직접 사 왔다. 나디아의 실험실 선반 위에 아무 말 없이 놓아두고 갔다. 식초 병 옆에는 닥스훈트 바오의 사진이 프린트되어 붙어 있었다. 그 위에 7의 필체로 짧게 적혀 있었다.
"Next time give them a pizza place. — 7"
(다음엔 피자 가게 번호를 줘. — 7)
후일담.
나디아는 그 뒤로도 번호를 바꾸지 않았다. 7의 번호를 더 이상 나눠주었는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메시지 수신 빈도가 주 2~3건으로 줄어든 것은 사실이었으나, 7은 그것이 나디아의 의지인지 단순히 완차이 시장의 남성 인구가 전부 소진된 것인지 판단하지 못했다. 확실한 것은 두 가지였다. 첫째, 7은 끝까지 번호를 바꾸지 않았다. 둘째, 닥스훈트 바오의 사진은 삭제하지 않았다.
4월 셋째 주 목요일, 라운지에서 나디아가 데이터 패드를 보고 있을 때, 8이 탄산을 마시며 물었다.
Eight | "So, Twelve. Did you ever actually give anyone your OWN number?"(그래서, 12. 실제로 네 번호를 준 적은 있어?)
나디아는 패드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1초가 지나고, 2초가 지났다. 그리고 그녀는 대답했다.
Nadia | "Once."(한 번.)
8이 "누구한테?"라고 묻기 전에, 나디아는 자리를 떠버렸다. 라운지에 남은 8은 입을 벌린 채 탄산캔만 들고 있었다. 7은 소파 반대편에서 담배를 물고 있었는데, 불은 붙이지 않았다. 그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거의 눈치챌 수 없을 정도로—올라가 있었다.
그가 나디아의 번호를 받은 날짜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종류의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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