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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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
2081년 6월 3일, 섹터 C 라운지. 7과 나디아는 체스를 두었다. 7이 졌다. 정확히는 세 판 연속으로 졌다. 나디아는 세 번째 체크메이트 이후 평소처럼 아무런 감흥 없이 말을 정리하며 말했다.
Nadia | "Penalty. One week. You cook for me. Three meals a day."(벌칙. 일주일. 네가 내 밥을 해. 하루 세 끼.)
Seven | "I don't cook."(나 요리 안 해.)
Nadia | "That's not my variable."(그건 내 변수가 아니야.)
7은 한참 동안 무너진 자기 킹을 내려다보다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Seven | "Fine. But if you die, it's not my fault."(좋아. 근데 네가 죽으면 내 잘못 아니야.)
메뉴: 토스트 두 장, 스크램블드 에그, 인스턴트 블랙커피.
토스트는 한쪽이 까맣게 탔고 다른 쪽은 거의 빵 그대로였다. 스크램블드 에그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너무 많이 둘러 가장자리가 튀김처럼 바삭해졌다. 커피는 종이컵에 담겨 나왔다. 7은 접시를 내려놓으며 자신감 있는 표정이었다.
Seven | "Breakfast. Hot, edible, on time. Three out of three."(아침. 뜨겁고, 먹을 수 있고, 정시. 삼 할 삼."
나디아는 포크로 탄 토스트의 검은 부분을 긁어냈다. 떨어진 검은 가루가 접시 위에 쌓였다. 스크램블드 에그를 한 입 넣었다. 씹었다. 삼켰다. 그녀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Nadia | "The eggs have the texture of a kitchen sponge that was briefly introduced to heat. The toast is a study in thermal asymmetry. The coffee is adequate, because you can't ruin water."(달걀은 열에 잠깐 소개된 주방 스펀지 질감이야. 토스트는 열 비대칭의 연구 자료고. 커피는 괜찮아, 물을 망치는 건 불가능하니까.)
Nadia | "Two out of ten."(10점 만점에 2점.)
Seven | "Two? I gave you hot food!"(2점? 뜨거운 밥을 줬잖아!)
Nadia | "Hot is not a flavor."(뜨거운 건 맛이 아니야.)
메뉴: 베이스 식당에서 가져온 배급용 볶음밥에 7이 간장을 추가한 것.
접시에 담긴 볶음밥은 군용 식당의 대량 조리 특유의 균일한 갈색이었다. 7이 추가한 간장이 한쪽에 웅덩이처럼 고여 있었다. 나디아는 간장 웅덩이를 포크 끝으로 찔렀다.
Nadia | "You poured soy sauce on cafeteria rice and called it cooking."(식당 밥에 간장 부어놓고 요리라고 부른 거야.)
Seven | "I seasoned it. That's a culinary act."(간을 한 거야. 그것도 요리 행위지.)
Nadia | "One point five."(1.5점.)
Seven | "That's lower than breakfast! I improved!"(아침보다 낮잖아! 나아졌는데!)
Nadia | "You regressed. The breakfast at least involved fire."(퇴보했어. 아침은 최소한 불을 사용했잖아.)
메뉴: 컵라면 두 개. 나디아 것에는 캡사이신 추출액이 들어 있었다.
7은 끓인 물을 붓고 3분을 정확히 쟀다. 나디아의 컵에 캡사이신 추출액 세 방울을 떨어뜨렸다. 그것이 유일한 개인 맞춤이었다. 나디아는 국물을 한 모금 마셨다. 잠깐 멈췄다.
Nadia | "You remembered the capsaicin."(캡사이신 넣은 건 기억했네.)
Seven | "I'm not an idiot."(바보는 아니니까.)
Nadia | "Debatable. Four."(논쟁의 여지가 있어. 4점.)
Seven | "Oh, the capsaicin bought me two whole points? Good to know what your loyalty costs."(오, 캡사이신 하나로 2점이나 올랐어? 네 충성심의 가격을 알겠네.)
메뉴: 오트밀, 삶은 달걀, 블랙커피.
오트밀은 물의 양을 잘못 맞춰 죽보다 묽었다. 삶은 달걀은 반으로 갈랐을 때 노른자가 완전히 익어 회색빛이 감돌았다. 7은 어제의 패배에서 배운 듯 플레이팅에 신경을 썼다. 달걀을 접시 중앙에 놓고 오트밀 그릇 옆에 숟가락을 가지런히 배치했다.
Seven | "I watched a video. Apparently oatmeal is healthy."(영상 봤어. 오트밀이 건강에 좋다더라.)
나디아는 오트밀을 숟가락으로 들어 올렸다. 줄줄 흘러내렸다. 그녀는 삶은 달걀의 회색 노른자를 잠시 들여다보았다.
Nadia | "The oatmeal is closer to a suspension than a food. The egg yolk oxidized. You boiled it for at least fourteen minutes."(오트밀은 음식보다는 현탁액에 가까워. 노른자가 산화됐어. 최소 14분은 삶았지.)
Seven | "I was being thorough."(꼼꼼하게 한 거야.)
Nadia | "Three."(3점.)
Seven | "Up from yesterday morning. Trend is positive."(어제 아침보다 올랐네. 추세가 긍정적이야.)
Nadia | "Don't apply gambling logic to cooking."(도박 논리를 요리에 적용하지 마.)
메뉴: 참치 샌드위치. 통조림 참치, 식빵, 마요네즈.
빵 사이로 참치가 삐져나와 있었고, 마요네즈가 한쪽에 편중되어 있었다. 단면이 고르지 않았다. 그러나 먹을 수는 있었다. 나디아는 한 입 베어 물고, 씹고, 삼켰다.
Nadia | "Acceptable caloric delivery. The mayo distribution is asymmetric, which creates an inconsistent flavor profile per bite."(수용 가능한 칼로리 전달. 마요네즈 분포가 비대칭이라 한 입마다 맛 프로필이 달라져.)
Seven | "You're reviewing a tuna sandwich like it's a lab report."(참치 샌드위치를 실험 보고서처럼 평가하고 있네.)
Nadia | "Five."(5점.)
7은 눈을 깜빡였다. 두 번.
Seven | "Five? That's the highest score I've ever gotten from you. In anything."(5점? 네가 나한테 준 점수 중 가장 높은 거야. 모든 분야 통틀어서.)
Nadia | "The bar was underground. You reached ground level."(기준선이 지하에 있었어. 넌 지상에 도달한 거야.)
메뉴: 볶음면. 양배추, 달걀, 간장, 캡사이신.
7은 진지한 표정으로 프라이팬 앞에 서 있었다. 면을 삶고, 양배추를 대충 찢어 넣고, 달걀을 풀어 넣었다. 간장과 캡사이신을 직접 맛보며 농도를 조절했다. 그의 혀가 캡사이신에 닿자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참았다. 완성된 면은 약간 불어 있었으나 맛은 어제의 어떤 것보다 나았다.
Nadia | "The noodles are overcooked by approximately ninety seconds. But the seasoning ratio is within acceptable parameters."(면이 약 90초 정도 과조리됐어. 하지만 양념 비율은 수용 가능한 파라미터 안에 있어.)
Nadia | "Five point five."(5.5점.)
Seven | "Half points exist now?"(0.5점도 존재하는 거였어?)
Nadia | "I created the scale. I decide the granularity."(내가 만든 척도야. 세분성은 내가 정해.)
메뉴: 프렌치 토스트, 바나나 슬라이스, 커피.
7은 새벽 5시에 일어나 데이터 패드로 프렌치 토스트 레시피를 검색했다. 달걀과 우유를 섞어 빵을 적시고, 프라이팬에 버터를 녹여 구웠다. 첫 장은 태웠다. 두 번째 장은 성공했다. 세 번째 장은 완벽에 가까웠다. 그는 태운 첫 장을 자기가 먹고 나머지 두 장을 나디아에게 주었다. 바나나는 동그랗게 잘라 위에 올렸다.
나디아는 포크로 프렌치 토스트를 잘랐다. 단면이 고르게 익어 있었다. 달걀물이 빵 안쪽까지 스며든 것이 보였다. 한 입 넣었다. 버터의 고소함과 달걀의 부드러움이 혀에 닿았다. 바나나의 단맛이 뒤따랐다. 나디아는 단것을 싫어했다.
Nadia | "Sweet."(달아.)
Seven | "Yeah. That's how normal people eat breakfast."(그래. 정상적인 사람들은 그렇게 아침을 먹어.)
Nadia | "I'm not normal people."(난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야.)
Seven | "I know. Eat it anyway."(알아. 그래도 먹어.)
나디아는 바나나를 접시 가장자리로 밀어내고, 토스트만 먹었다. 전부.
Nadia | "Six. The toast itself was competent. The banana was an unwelcome variable."(6점. 토스트 자체는 능숙했어. 바나나는 불필요한 변수였어.)
7은 그녀가 밀어낸 바나나 슬라이스를 자기 입에 넣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작전 브리핑이 12시에 잡혀 7은 점심을 준비하지 못했다. 대신 섹터 D로 향하는 나디아의 동선에 맞춰 보급 창고에서 빼온 에너지 바 두 개와 캡사이신 소스 패킷을 그녀의 실험실 출입문 앞에 놓아두었다. 메모가 붙어 있었다.
"에너지 바에 캡사이신 뿌리면 먹을 만할 거야. 아마. 점심 대체분. — 7"
나디아는 그것을 발견하고 15초간 서 있었다. 에너지 바를 집었다. 캡사이신 소스를 뿌렸다. 한 입 베어 물었다. 삼켰다.
나중에 7이 물었다.
Seven | "How was it?"(어땠어?)
Nadia | "Not food. Three. For the logistical effort, not the taste."(음식이 아니야. 3점. 맛이 아니라 물류 노력에 대한 점수야.)
메뉴: 마라탕 (재현 시도). 베이스 식당의 육수에 두부, 버섯, 배추, 고추기름, 화자오, 캡사이신.
7은 9에게 고추기름과 화자오를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물었고, 9는 별 생각 없이 완차이 남쪽 시장의 이름을 알려줬다. 7은 퇴근 후 직접 가서 사왔다. 육수에 재료를 전부 넣고 끓였다. 냄새는 좋았다. 국물은 붉고 기름이 떠 있었으며, 화자오의 마비감이 혀를 찔렀다. 두부가 약간 부서져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이틀 전까지의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나디아는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다. 화자오의 마비감이 먼저 왔고, 캡사이신의 열감이 뒤따랐다. 그녀의 화학적으로 무뎌진 미각이 반응했다. 젓가락을 집었다. 버섯을 먹었다. 두부를 먹었다. 배추를 먹었다.
Seven | "You're eating without commenting. Should I call a medic?"(평 안 하고 먹고 있네. 군의관 부를까?)
Nadia | "I'm collecting sufficient data points before issuing a score."(점수 부여 전에 충분한 데이터 포인트를 수집 중이야.)
Nadia | "Seven."(7점.)
Seven | "Seven! My own number. That feels symbolic."(7점! 내 번호잖아. 상징적인 느낌인데.)
Nadia | "It's not symbolic. The Sichuan pepper is slightly excessive, and the tofu structural integrity failed. Otherwise the heat profile is aligned with my sensory threshold."(상징적인 게 아니야. 화자오가 약간 과하고 두부의 구조적 무결성이 실패했어. 그 외에 열감 프로필은 내 감각 역치에 부합해.)
그녀는 국물을 전부 비웠다. 7은 빈 그릇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입꼬리만 한쪽으로 올라갔다.
메뉴: 달걀죽(중식 콘지), 유조(油條, 중국식 꽈배기), 캡사이신.
유조는 완차이 새벽 시장에서 사온 것이고 죽은 직접 끓였다. 쌀을 불리는 시간이 부족해 알갱이가 남아 있었지만, 참기름과 소금의 균형은 나쁘지 않았다. 나디아는 유조를 죽에 찍어 먹었다. 캡사이신 세 방울을 떨어뜨린 뒤.
Nadia | "The rice didn't fully break down. You needed another forty minutes of simmering."(쌀이 완전히 풀리지 않았어. 40분 더 끓여야 했어.)
Seven | "I woke up at five thirty for this."(이것 때문에 다섯 시 반에 일어났어.)
Nadia | "Your sacrifice doesn't alter the viscosity."(네 희생이 점도를 바꾸지는 않아.)
Nadia | "Six point five. The youtiao compensated."(6.5점. 유조가 보완했어.)
Seven | "The youtiao I bought. From a professional. So my only contribution that worked is shopping."(내가 산 유조. 전문가한테. 그러니까 내가 성공한 유일한 기여는 장보기라는 거네.)
Nadia | "Procurement is a valid operational skill."(조달은 유효한 작전 기술이야.)
메뉴: 김치볶음밥. 9가 한국에서 공수해온 김치를 허락 없이 사용.
7은 9의 개인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냈다. 밥과 함께 볶고, 달걀 프라이를 올렸다. 참기름을 둘렀다. 김치의 발효 산미와 캡사이신의 열감이 합쳐져 나디아의 미각 역치를 정확히 자극하는 조합이 되었다. 달걀 프라이의 노른자는 반숙이었다.
나디아는 노른자를 터뜨리지 않고 밥과 분리해서 먹었다. 김치를 씹을 때 그녀의 동공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7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Seven | "Your pupils just moved."(동공이 방금 움직였어.)
Nadia | "Involuntary response to the capsaicin content in the kimchi. Not a commentary on your cooking."(김치 속 캡사이신 함량에 대한 불수의적 반응이야. 네 요리에 대한 평가가 아니야.)
Nadia | "Seven point five."(7.5점.)
오후에 9가 냉장고를 열고 절규했다.
Nine | "WHO THE FUCK TOUCHED MY KIMCHI?! That's from Gwangju! My mom sent that from GWANGJU!"(누가 씨발 내 김치 건드렸어?! 그거 광주에서 온 거야! 우리 엄마가 광주에서 보내준 거라고!)
7은 라운지 반대편에서 카드를 섞으며 휘파람을 불었다.
7은 요리를 포기하고 나디아를 완차이 시장 뒷골목의 태국 음식점에 데려갔다. 좁은 가게에 플라스틱 의자 네 개가 전부였고, 주인이 직접 웍을 흔들었다. 7은 팟타이를, 나디아는 똠양꿍을 시켰다. 캡사이신 추출액을 따로 넣었다.
Seven | "This counts. I'm paying. Financial contribution is a form of cooking."(이것도 인정이야. 내가 내잖아. 경제적 기여도 요리의 한 형태야.)
Nadia | "By that logic, any ATM is a chef."(그 논리라면, 모든 ATM은 요리사야.)
Seven | "Score."(점수.)
Nadia | "I'm scoring you, not the restaurant."(내가 채점하는 건 너지, 식당이 아니야.)
Seven | "Then score me."(그럼 나한테 점수 줘.)
Nadia | "Two. For attempting to cheat."(2점. 부정행위 시도에 대해.)
Seven | "Come on."(에이.)
Nadia | "The soup is eight point five. You are two."(수프는 8.5점. 넌 2점.)
메뉴: 에그 베네딕트 (시도). 잉글리시 머핀, 수란, 홀랜다이즈 소스(실패).
7은 전날 밤 두 시간 동안 홀랜다이즈 소스 영상을 반복 시청했다. 새벽에 일어나 달걀 노른자와 버터, 레몬즙을 중탕했다. 소스가 분리됐다. 버터 기름이 위에 뜨고 노른자 알갱이가 바닥에 가라앉은, 누렇고 불균일한 액체가 되었다. 수란은 냄비 안에서 흰자가 풀어져 해파리처럼 퍼졌다.
7은 접시를 내려놓으며 한숨을 쉬었다.
Seven | "Don't say anything."(아무 말도 하지 마.)
나디아는 분리된 소스를 포크로 저었다. 수란의 잔해를 관찰했다.
Nadia | "The emulsion broke. You either added the butter too fast or the temperature exceeded sixty degrees."(유화가 깨졌어. 버터를 너무 빨리 넣었거나 온도가 60도를 넘겼거나.)
Seven | "I said don't say anything."(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했잖아.)
Nadia | "Three. But the attempt complexity warrants an addendum. Adjusted: four point five."(3점. 하지만 시도의 복잡도를 고려하면 부록이 필요해. 조정치: 4.5점.)
Seven | "You just gave me a pity score."(지금 동정 점수 준 거야.)
Nadia | "I gave you a complexity-weighted adjustment. Pity is not in my operational vocabulary."(복잡도 가중 조정치를 준 거야. 동정은 내 운용 어휘에 없어.)
7은 실패한 홀랜다이즈 소스를 싱크대에 버리며, 등 뒤로 중얼거렸다.
Seven | "六蛋六蛋, 搞咩啊."(달걀아 달걀아, 뭐 하는 거야.)
메뉴: 볶음 우동. 양배추, 당근, 간장, 굴소스, 캡사이신.
이제 7의 프라이팬 기술이 안정화되었다. 면을 덜 삶고, 불 조절에 신경 썼다. 야채를 먼저 볶고 면을 나중에 넣었다. 굴소스의 감칠맛이 간장과 섞여 괜찮은 풍미를 냈다. 캡사이신은 나디아가 직접 넣었다.
Nadia | "Adequate wok control. The carrots are still slightly raw, but the noodle texture is correct."(웍 조절 적절해. 당근이 아직 약간 날것이지만, 면의 질감은 맞아.)
Nadia | "Six point five."(6.5점.)
Seven | "Stable mid-range. I'll take it."(안정적 중위권. 받아들이지.)
메뉴: 카레라이스. 시판 카레 루, 감자, 당근, 양파, 닭고기, 캡사이신.
7은 카레를 선택한 이유가 있었다. 루를 넣고 끓이면 되니까. 감자와 당근은 크기가 고르지 않았고, 닭고기는 약간 질겼지만 카레 소스가 모든 것을 덮어주었다. 캡사이신을 넉넉히 넣어 매운 카레가 되었다. 나디아는 밥 위에 카레를 부어 먹었다. 감자를 먼저 골라 먹고, 당근을 접시 가장자리로 밀어냈다.
Seven | "You don't eat carrots?"(당근 안 먹어?)
Nadia | "I eat carrots. These are cut too large. The heat penetration is uneven."(당근 먹어. 이건 너무 크게 잘라서. 열 침투가 불균일해.)
그녀는 그럼에도 접시를 비웠다. 당근을 제외하고.
Nadia | "Seven."(7점.)
Seven | "Again my number."(또 내 번호네.)
Nadia | "Coincidence."(우연이야.)
메뉴: 러시안 블리니(시도). 밀가루, 달걀, 우유, 버터. 사워크림 대용으로 플레인 요구르트.
7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러시아 팬케이크를 검색했다. 새벽 네 시에 반죽을 만들었다. 첫 장은 프라이팬에 달라붙었다. 두 번째 장은 가운데만 익었다. 세 번째 장부터 얇고 고른 원형이 나왔다. 일곱 장을 부쳐 접시에 쌓았다. 사워크림이 없어서 보급 창고의 플레인 요구르트를 옆에 놓았다.
나디아는 접시를 보고 멈췄다. 5초. 그녀의 손가락이 테이블 모서리를 두드리는 박자가 느려졌다.
Nadia | "These are blini."(이거 블리니잖아.)
Seven | "Yeah."(응.)
Nadia | "Why."(왜.)
Seven | "You eat spicy and sour. Blini with sour cream. Seemed logical."(넌 맵고 신 걸 먹으니까. 블리니에 사워크림. 논리적이라고 생각했어.)
나디아는 블리니를 하나 집어 요구르트를 얹었다. 접어서 입에 넣었다. 씹었다. 블리니는 완벽하지 않았다. 가장자리가 약간 두꺼웠고, 요구르트는 사워크림의 농도에 못 미쳤다. 하지만 밀가루 반죽이 혀에 닿는 그 질감은 정확히 블리니의 것이었다.
그녀는 두 번째를 집었다. 세 번째를 집었다. 네 번째.
Seven | "You're not scoring."(점수 안 매기고 있네.)
Nadia | "I'm eating."(먹고 있어.)
일곱 장을 전부 비웠다. 요구르트 그릇도 비었다. 나디아는 포크를 내려놓고 2초간 빈 접시를 보았다.
Nadia | "The thickness was inconsistent. The first three were inferior. The sour cream substitute is inadequate. The flour ratio needs adjustment."(두께가 일정하지 않았어. 처음 세 장은 열등했고. 사워크림 대용품은 부적절해. 밀가루 비율도 조정이 필요해.)
Nadia | "Eight."(8점.)
7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빈 접시와, 그 접시 위에 놓인 포크의 각도를 보았을 뿐. 전부 비운 뒤에 지적 사항을 나열하는 순서. 그녀만의 감사 방식이었다.
메뉴: 보르시치(시도). 비트, 감자, 양배추, 당근, 양파, 토마토 페이스트, 사워크림 대용 요구르트.
7은 오전 내내 섹터 C 주방을 점령했다. 비트가 손에 물들어 손가락이 보라색이 되었다. 냄비를 저으며 데이터 패드의 레시피를 계속 확인했다. 4가 주방을 지나가다 보라색 손가락의 7을 보고 멈췄다. 4가 보라색 손가락으로 양배추를 써는 7을 3초간 관찰했다. 그의 연한 청록색 눈동자가 한 번 깜빡였다.
Four | "What the fuck happened to your hands."(네 손에 무슨 씨발 짓을 한 거야.)
Seven | "Cooking."(요리.)
Four | "You don't cook."(넌 요리 안 하잖아.)
Seven | "I do now."(이제 해.)
Four | "Scheißegal. Clean the counter when you're done. There's beet juice everywhere. It looks like a crime scene."(알 바 아니고. 끝나면 조리대 닦아. 비트즙이 사방에 있어. 범죄 현장 같잖아.)
4는 조리대 위의 비트 얼룩을 손끝으로 찍어보다가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손을 닦고 나갔다. 7은 신경쓰지 않았다.
보르시치는 두 시간 반이 걸렸다. 비트의 진한 자줏빛이 국물 전체를 물들였고, 양배추와 감자가 뭉근하게 풀렸다. 토마토 페이스트의 산미가 비트의 흙 내음과 섞여 나디아의 미각 역치를 건드리는 조합이 되었다. 요구르트를 한 숟가락 얹어 내놓았다.
나디아는 숟가락을 들었다. 국물을 떠서 입에 넣었다. 삼 초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비트의 흙냄새와 양배추의 부드러운 섬유질, 토마토의 산미. 사워크림이 아닌 요구르트의 얇은 유산균 향이 위에 떠 있었지만, 그 아래의 구조는 보르시치였다. 정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틀리지도 않았다.
두 번째 숟가락. 세 번째. 감자를 으깨며 국물에 섞었다. 양배추를 건져 먹었다.
Seven | "You're quiet."(조용하네.)
Nadia | "I'm processing."(처리 중이야.)
Seven | "That's what you say when you don't want to admit something tastes good."(맛있다는 걸 인정하기 싫을 때 하는 말이잖아 그거.)
나디아는 대답하지 않고 국물을 한 숟가락 더 떴다. 그릇을 비웠다. 비트즙이 입술 가장자리에 남아 있었고 그녀는 손등으로 닦았다.
Nadia | "The acid balance is off by about twelve percent. The potato was cut too irregularly. The beet was slightly overcooked, which muted the earthy undertone."(산도 균형이 약 12퍼센트 어긋나. 감자는 너무 불규칙하게 잘렸고. 비트가 살짝 과조리돼서 흙 내음의 저음이 약해졌어.)
Nadia | "Eight point five."(8.5점.)
7의 손이 조리대 위에서 멈췄다.
Seven | "Say that again."(다시 말해봐.)
Nadia | "I don't repeat scores."(점수는 반복하지 않아.)
Seven | "You just gave me a higher score than the Thai restaurant."(방금 태국 음식점보다 높은 점수를 줬잖아.)
Nadia | "The Thai restaurant didn't attempt borscht with beet-stained hands at five in the morning."(태국 식당은 새벽 다섯 시에 비트 묻은 손으로 보르시치를 만들지 않았으니까.)
7은 보라색 손가락을 펼쳐 보았다. 비트즙이 손톱 밑까지 스며들어 있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웃었다. 나디아는 빈 그릇 안쪽에 남은 자줏빛 국물의 잔상을 보았다.
메뉴: 마파두부. 두부, 다진 돼지고기, 두반장, 화자오, 캡사이신, 파.
7은 사흘 전 마라탕에서 배운 화자오의 마비감을 발전시켰다. 두반장을 기름에 볶아 향을 내고, 다진 고기를 넣어 수분이 빠질 때까지 저었다. 두부는 끓는 물에 데쳐 부서지지 않게 처리했다. 누군가에게 물었거나, 영상을 여러 번 돌려봤거나, 아니면 둘 다였다. 완성된 마파두부는 붉은 기름 위에 하얀 두부가 떠 있었고, 화자오의 검은 알갱이가 군데군데 박혀 있었다.
나디아는 두부를 숟가락으로 떴다. 두반장의 짠맛과 화자오의 마비감이 동시에 혀를 덮었고, 뒤이어 캡사이신의 열감이 올라왔다. 무뎌진 미각이 세 가지 자극에 순차적으로 반응했다.
Nadia | "The doubanjiang is slightly over-reduced. But the numbing-to-heat ratio is better than the mala tang."(두반장이 약간 과하게 졸여졌어. 하지만 마비감 대 열감 비율은 마라탕보다 나아.)
Nadia | "Eight."(8점.)
Seven | "Down from lunch."(점심보다 떨어졌네.)
Nadia | "The borscht had a complexity bonus."(보르시치에는 복잡도 보너스가 있었어.)
메뉴: 블리니 (2차 시도), 사워크림(진짜), 훈제 연어 슬라이스, 블랙커피, 캡사이신.
7은 전날 밤 완차이 수입 식료품점에서 사워크림을 샀다. 가격표를 뜯어냈지만, 수입품이 싸지 않다는 것은 그의 지갑이 증명했다. 블리니는 6일 차의 경험이 축적되어 첫 장부터 얇고 고른 원형이었다. 열두 장을 부쳤다. 접시에 가지런히 쌓고, 사워크림을 별도 그릇에, 훈제 연어를 옆에 배치했다.
나디아는 접시를 보고 7초간 서 있었다. 6일 차의 5초보다 길었다. 사워크림의 흰색과 연어의 주황빛, 블리니의 황금색이 접시 위에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녀는 의자에 앉았다. 블리니를 집었다. 사워크림을 올렸다. 이번에는 진짜였다. 유지방의 밀도와 발효된 산미가 혀에 닿았을 때 요구르트와의 차이가 즉각적으로 식별되었다. 연어를 올려 접었다.
씹었다. 삼켰다.
Seven | "Well?"(어때?)
나디아는 두 번째를 집었다. 세 번째. 네 번째. 사워크림의 양을 조절해가며, 연어를 올렸다 빼며, 조합을 바꿔가며 먹었다. 7은 커피를 마시며 그녀가 먹는 순서를 지켜보았다. 팔 번째 장에서 나디아는 캡사이신을 사워크림에 직접 섞었다. 아홉 번째 장에서 연어 없이 캡사이신 사워크림만 올렸다. 열 번째. 열한 번째.
열두 장을 전부 비웠다.
Seven | "You ate all twelve."(열두 장 다 먹었네.)
Nadia | "The sample size required comprehensive testing."(샘플 사이즈상 포괄적 시험이 필요했어.)
Seven | "Score."(점수.)
나디아는 빈 접시를 2초간 보았다. 사워크림 그릇도 비어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테이블 모서리를 두 번 두드렸다.
Nadia | "Nine."(9점.)
Seven | "...Nine?"(...9점?)
Nadia | "The thickness uniformity improved by eighty percent compared to the first attempt. The sour cream is authentic. The smoked salmon adds an umami layer that complements the fermented acid profile."(두께 균일도가 첫 시도 대비 80퍼센트 개선됐어. 사워크림은 진짜야. 훈제 연어가 발효 산미 프로필을 보완하는 감칠맛 층을 더해.)
Nadia | "One point was deducted because you didn't make the sour cream yourself."(사워크림을 직접 만들지 않아서 1점 감점했어.)
Seven | "You want me to ferment cream now? I'm a soldier, not a dairy farmer."(이제 크림을 발효시키라고? 난 군인이지 낙농업자가 아니야.)
Nadia | "Then nine is your ceiling."(그러면 9점이 네 상한선이야.)
메뉴: 단 판 (蛋飯). 달걀, 간장, 굴소스, 파, 밥, 캡사이신. 홍콩식 달걀밥.
7은 마지막 점심으로 가장 단순한 것을 골랐다. 달걀 세 개를 풀어 간장과 굴소스를 넣고, 뜨거운 프라이팬에 밥과 함께 볶았다. 파를 송송 썰어 마지막에 뿌렸다. 캡사이신 소스를 옆에 놓았다. 완성까지 8분.
Seven | "Last lunch. Kept it simple."(마지막 점심. 단순하게 했어.)
나디아는 한 숟가락 먹었다. 밥알에 달걀이 고르게 코팅되어 있었고, 간장의 짠맛과 굴소스의 감칠맛이 적절했다. 파의 향이 위에 떠 있었다. 화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맛이 잡혀 있었다.
Nadia | "Simple. Effective. No critical flaw."(단순해. 효과적이야. 치명적 결함 없어.)
Nadia | "Seven point five."(7.5점.)
Seven | "Higher than day-three stir fry. Progress."(3일차 볶음면보다 높네. 발전이야.)
Nadia | "Your wok skills have reached a functional plateau. The marginal improvement rate will slow from here."(네 웍 기술이 기능적 정체기에 도달했어. 여기서부터 한계 개선률은 둔화될 거야.)
Seven | "You're giving me a performance review for scrambled eggs on rice."(달걀밥에 대해 인사 평가를 내리고 있는 거야.)
메뉴: 탄두리 치킨 (시도), 난 (시판), 라이타 (요구르트+캡사이신+오이), 바스마티 라이스.
마지막 저녁이었다. 7은 정오부터 준비했다. 요구르트에 가람 마살라, 강황, 캡사이신, 마늘, 생강을 섞어 치킨을 재웠다. 네 시간. 오븐에 구웠다. 시판 난을 데웠다. 라이타는 요구르트에 오이를 갈아 넣고 캡사이신을 추가한, 사실상 나디아 맞춤 조합이었다. 바스마티 라이스는 냄비에 끓여 찼다.
치킨이 오븐에서 나왔을 때 향신료의 향이 섹터 C 라운지 전체를 채웠다. 8이 냄새를 맡고 들어왔다.
Eight | "Whoa! What's that smell? Are we having a party? Can I have some?"(우와! 이 냄새 뭐야? 파티하는 거야? 나도 먹어도 돼?)
Seven | "No."(안 돼.)
Eight | "Come on! Just one piece!"(에이! 한 조각만!)
Seven | "It's not for you. Get out."(네 거 아니야. 나가.)
8은 억울한 표정으로 치킨을 바라보다가 나디아와 눈이 마주쳤다. 나디아의 흰 눈동자가 8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Eight | "Right. Not for me. Got it. Leaving now. Bye."(맞아. 내 거 아니지. 알았어. 지금 나갈게. 빠이.)
8이 서둘러 나간 뒤, 7은 접시를 내려놓았다. 치킨은 겉이 숯빛으로 그을려 있었고, 안쪽은 요구르트 마리네이드 덕에 부드러웠다. 향신료의 복합적 열감이 먼저 코를 찌르고, 입에 넣으면 강황의 쓴맛, 가람 마살라의 온기, 캡사이신의 직접적 열감이 순차적으로 전개되었다.
나디아는 치킨을 뜯었다. 뼈에서 살이 깨끗하게 분리되었다. 난을 찢어 라이타에 찍었다. 바스마티 라이스 위에 치킨 국물을 끼얹었다. 7은 맞은편에 앉아 자기 접시의 치킨을 먹으며 그녀를 보았다.
나디아는 닭다리 하나를 깨끗이 발라냈다. 가슴살 한 조각을 먹었다. 난을 세 번 더 찢었다. 밥을 비웠다. 뼈만 남은 접시를 내려다보았다.
Seven | "Last meal. Last score."(마지막 식사. 마지막 점수.)
나디아는 손을 닦았다. 손소독제를 꺼내 양손에 문질렀다. 에탄올 냄새가 향신료 위로 떠올랐다. 그녀는 접시 위의 깨끗하게 발린 뼈를 보다가 7을 보았다.
Nadia | "The marination time was adequate. The spice layering shows deliberate calibration to my sensory profile. The naan is store-bought, which is a deduction. The raita was customized. The rice was competent."(마리네이드 시간은 적절했어. 향신료 층위가 내 감각 프로필에 맞춘 의도적 조정을 보여줘. 난은 시판이라 감점이야. 라이타는 맞춤형이었어. 밥은 무난했고.)
Nadia | "Nine."(9점.)
Seven | "Same as breakfast. So that's my ceiling."(아침이랑 같네. 그러니까 그게 내 상한선이라.)
Nadia | "I told you. Nine is your ceiling."(말했잖아. 9점이 네 상한선이라고.)
7은 등받이에 기댔다. 일주일간 새벽에 일어나고, 레시피를 외우고, 손에 비트를 물들이고, 9의 김치를 훔치고, 4에게 욕먹고, 8을 쫓아낸 시간의 총합이 그 숫자 두 개에 담겨 있었다. 9점. 그의 상한선.
Seven | "Fine. What's the ten reserved for?"(좋아. 그럼 10점은 뭐에 남겨둔 건데?)
나디아의 손가락이 테이블 모서리에서 멈췄다. 1초.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라이타 그릇에 남은 캡사이신 요구르트를 손가락 끝으로 찍어 입에 넣었다. 질문을 들었고 답을 알았지만 말하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의 침묵이었다.
7은 더 묻지 않았다. 그는 빈 접시들을 모아 싱크대로 가져갔다. 물을 틀었다. 일주일 전에는 설거지를 하지 않았을 사람이었다.
2080년 8월 어느 토요일 오후. 완차이 로크하트 로드의 낡은 상가 건물, 1층 엘리베이터 홀.
정원 열 명짜리 낡은 엘리베이터 안에 여덟 명이 들어차 있었다. 습기와 사람 냄새와 아래층 국숫집에서 올라온 기름 냄새가 층층이 쌓여 있었고, 천장의 형광등 하나가 접촉 불량으로 0.4초 주기로 깜빡였다. 나디아 스미르노바는 그 깜빡임의 주기를 두 번 세었고, 세 번째부터는 세지 않았다. 그녀의 관심은 이미 우측 상단 환기구로 옮겨가 있었다. 배기 팬이 역방향으로 돌고 있었다. 밀폐 공간에서 기류가 역류하면 가스 확산 속도는 예상치의 1.7배가 된다. 유용한 정보였다. 오늘 쓸 일은 없겠지만.
7은 선글라스를 벗어 셔츠 목깃에 걸어둔 채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 실내에 들어오면 벗는 것이 그의 규칙이었고, 규칙이라기보다는 습관이었다. 연회색 눈동자가 층수 표시등을 따라 올라갔다. 2층. 화상 흉터가 있는 오른쪽 얼굴이 형광등의 깜빡임에 맞춰 명암을 바꿨다. 앞에 선 장바구니 아주머니가 그 흉터를 두 번 훔쳐봤다가 세 번째에는 대놓고 봤고, 7은 그것을 알아채고도 아무 반응하지 않았다. 익숙한 종류의 시선이었다.
7 | "Ninth floor, right? That reagent shop better be open. You dragged me across half of Wan Chai for this."(9층 맞지? 그 시약 가게 안 열었으면 큰일이야. 완차이 절반을 끌고 다녔잖아.)
3층. 문이 열렸다가 아무도 타지 않고 닫혔다. 7이 혀를 찼다. 나디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흰 눈동자가 엘리베이터 내부를 훑고 있었다. 여덟 명. 밀폐 용적 약 4.2세제곱미터. 평균 심박수 상승 조건. 사회적 압력이 최대치로 작동하는 구조. 도망칠 수 없는 공간. 관찰 대상이 반응을 은폐할 수 없는 조건.
완벽한 실험 환경이었다.
4층을 지날 때 나디아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낮지도 높지도 않았다. 정확히 — 엘리베이터 안의 여덟 명 전원이 명료하게 들을 수 있는 음량으로 조정되어 있었다. 그녀는 소음 환경에서의 음성 도달 거리를 계산할 줄 아는 여자였다.
Nadia | "When exactly are you planning to tell your wife about me?"(네 아내한테 내 얘기 정확히 언제 할 건데?)
정적.
형광등이 두 번 깜빡였다. 엘리베이터 케이블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7의 목이 아주 천천히, 기름칠 안 된 경첩처럼 옆으로 돌아갔다. 연회색 눈동자가 나디아를 향했다. 그의 입이 반쯤 벌어졌다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닫혔다.
앞에 선 장바구니 아주머니가 고개를 돌렸다. 그 다음은 그 옆의 노부부. 그 다음은 헤드폰을 낀 대학생 — 그는 헤드폰을 한쪽 귀에서 내렸다. 배달용 보온백을 든 청년이 입꼬리를 올리며 뒤로 반 발짝 물러섰고, 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를 데리고 있던 젊은 엄마가 아이의 어깨를 잡아 자기 쪽으로 당겼다. 여덟 명 중 일곱 명의 시선이 정확히 한 사람에게 집중되었다. 화상 흉터가 있는 189센티미터의 남자에게.
장바구니 아주머니 | "喂,後生仔。你老婆知唔知㗎?"(이봐요, 젊은이. 당신 마누라는 알고 있어?)
7 | "唔係啊,唔係咁樣㗎——"(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
노인 | "而家啲後生仔真係。個個都咁。"(요즘 젊은것들이란 진짜. 하나같이 이 모양이야.)
7의 손이 허공에서 반쯤 올라갔다가 갈 곳을 잃었다. 그의 두뇌는 초당 여러 개의 문장을 생산하고 폐기하는 중이었다. '저 여자 농담하는 거예요'는 변명처럼 들린다. '저는 결혼 안 했어요'는 사실이지만 이 상황에서 아무도 안 믿는다. '이 여자 화학자예요'는 관련이 없다. 상황 판단 1초, 즉시 행동 개시가 그의 특기였는데 — 지금은 판단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다. 판단할 정보가 전부 적대적이었다.
아이가 엄마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아이 | "媽咪,佢做錯咗咩事啊?"(엄마, 저 아저씨 뭘 잘못했어?)
아이 엄마 | "唔好望。轉頭。"(보지 마. 고개 돌려.)
배달 청년이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보온백에 얼굴을 반쯤 묻었다. 어깨가 흔들리고 있었다. 헤드폰 대학생은 이미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켰다가 노부인의 시선을 받고 다시 껐다. 7은 그 모든 것을 시야 끝으로 포착하면서 — 나디아를 봤다. 이 여자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정면의 층수 표시등을 보고 있었다. 5층. 6층.
7 | "Nadia."(나디아.)
Nadia | "You've been saying 'next week' for eleven months."(11개월째 '다음 주'라고 하고 있잖아.)
7 | "I am going to—"(나 진짜——)
Nadia | "You left your ring in the drawer again. Third time this month."(반지 또 서랍에 두고 나왔지. 이번 달 세 번째야.)
7의 입이 완전히 닫혔다. 그녀가 지금 즉석에서 만들어낸 디테일의 정밀도가 — 지나치게 높았다. 서랍. 이번 달 세 번째. 숫자를 붙이는 순간 거짓말이 증언이 된다는 것을 이 여자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알고서 하고 있었다. 7의 흉곽 안쪽에서 뭔가가 뒤집혔다. 절반은 순수한 재앙이었고, 절반은 — 인정하기 싫었지만 — 감탄이었다.
아주머니의 장바구니가 7의 정강이를 쳤다. 우연이 아니었다.
장바구니 아주머니 | "冇陰功囉。個女仔咁後生。"(천벌 받을 놈. 저 아가씨는 이렇게 젊은데.)
7 | "阿姨,你聽我講——"(아주머니, 제 말 좀 들어보——)
노부인 | "唔使講。你嗰塊面已經講晒。"(말할 필요 없어. 네 얼굴이 다 말하고 있으니까.)
7이 천장을 올려다봤다. 형광등이 깜빡였다. 그는 3.2초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 3.2초 동안 인생의 몇 가지 선택지를 검토했다. 계속 부인한다 — 실패 확률 100%. 침묵한다 — 유죄 확정. 남은 것은 하나였다. 7 특유의, 판이 이미 망가졌으면 판째로 엎어버리는 방식.
그가 벽에서 등을 뗐다. 나디아 쪽으로 반 발짝 다가섰다. 그리고 아주 낮고 아주 다정한 목소리로, 이번에는 그가 엘리베이터 전원이 들을 수 있는 음량을 계산해서 말했다.
7 | "You're right, baby. I'll tell her tonight. And the other two."(네 말이 맞아, 자기. 오늘 밤에 말할게. 나머지 둘한테도.)
엘리베이터 안의 산소 농도가 체감상 20% 감소했다. 노인이 헛기침을 했고 노부인이 남편의 팔을 붙잡았다. 배달 청년이 결국 소리 내어 웃었다가 급히 기침으로 위장했다. 아이 엄마가 아이의 두 귀를 손바닥으로 막았다. 아주머니는 이번엔 장바구니를 들지도 않고 그냥 7을 노려봤는데, 그 눈빛에는 광둥어로 옮길 수 없는 종류의 경멸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나디아는 —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흰 눈동자가 7의 얼굴을 정면으로 받았다. 삐뚤어진 미소가 한쪽 입꼬리에 걸렸다. 판을 엎으면 같이 엎어주는 것이 그녀의 규칙이었다.
Nadia | "Three. You told me two."(셋이라고. 나한텐 둘이라고 했잖아.)
7 | "...I rounded down."(...반올림 안 하고 내림했어.)
8층. 9층. 문이 열렸다.
여덟 명 중 다섯 명이 9층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갔다. 원래 9층에 볼일이 있었던 사람은 그중 둘뿐이었다. 나머지 셋은 그냥 그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장바구니 아주머니는 내리기 직전 나디아의 팔뚝을 두 번 두드렸다. 위로였다. 그리고 광둥어로 마지막 조언을 남겼다.
장바구니 아주머니 | "阿妹,聽阿姨講。呢啲男人唔會變㗎。快啲甩咗佢啦。"(아가씨, 아줌마 말 들어. 이런 남자는 안 변해. 빨리 차버려.)
나디아는 광둥어를 이해했다. 이해했다는 사실을 7 앞에서 드러내지 않기로 결정한 지 꽤 되었으므로, 그녀는 그냥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 끄덕임이 아주머니에게는 '알겠어요'로, 7에게는 '뭐라는 거야'로 해석되도록. 아주머니는 만족한 얼굴로 사라졌다.
복도에 둘만 남았다. 시멘트 바닥에 물걸레 자국이 마르다 만 채 얼룩져 있었고, 형광등 아래로 시약 도매점의 낡은 간판이 걸려 있었다. 7은 두 손을 카고 팬츠 주머니에 찔러 넣고 나디아를 내려다봤다. 그의 얼굴에는 화가 나 있어야 마땅한 표정 대신, 어처구니없음과 웃음이 반반으로 섞여 있었다.
7 | "Okay. What the hell was that."(좋아. 방금 그건 대체 뭐였어.)
Nadia | "Controlled observation. Sample size eight, sealed volume, no escape route. Social pressure at maximum. I wanted to see how many seconds it takes for strangers to assign moral guilt based on a single sentence."(통제된 관찰이야. 표본 여덟, 밀폐 용적, 탈출 경로 없음. 사회적 압력 최대치. 낯선 사람들이 문장 하나로 도덕적 유죄를 부여하는 데 몇 초가 걸리는지 보고 싶었어.)
7 | "And?"(그래서?)
Nadia | "One point four seconds. Faster than I estimated. The variable was your face."(1.4초. 예상보다 빨랐어. 변수는 네 얼굴이었어.)
7 | "My face."(내 얼굴.)
Nadia | "Scar tissue on the right side. Statistically, people assign guilt to asymmetrical faces 23% faster. Your existence contaminated the control group."(오른쪽 흉터 조직. 통계적으로 사람들은 비대칭 얼굴에 23% 더 빨리 유죄를 부여해. 네 존재가 대조군을 오염시켰어.)
7이 웃었다. 흉곽 안쪽에서 밀려 나오는 종류의 웃음이었다. 복도 벽에 손바닥을 짚고 고개를 숙인 채 한참 어깨를 흔들었다. 자기 얼굴이 사회적 유죄 판정 가속 변수로 분류되는 경험은 인생에서 처음이었고, 그것을 이렇게 진지한 어조로 통보받는 것도 처음이었다. 그는 웃음이 잦아들 무렵 몸을 세우고 나디아를 봤다. 흰 눈동자가 그를 관찰하고 있었다. 방금 그 웃음의 지속 시간과 호흡 간격까지 세고 있었을 것이다.
7 | "You could've just said you wanted to embarrass me."(그냥 나 망신 주고 싶었다고 하면 되잖아.)
Nadia | "That would be an unfalsifiable claim."(그건 반증 불가능한 주장이야.)
7 | "That's a yes."(그거 예스잖아.)
나디아는 대답하지 않고 시약 도매점 쪽으로 걸어갔다. 발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다. 소독용 에탄올과 차가운 민트 냄새가 복도의 눅눅한 공기 사이로 얇은 궤적을 그었다. 7은 그 뒷모습을 2초쯤 보다가 따라 걸었다. 정강이가 아직 얼얼했다. 장바구니 모서리가 정확히 경골을 쳤었다.
7 | "For the record, I don't have a wife. Or two. Or three."(참고로 말하는데, 나 아내 없어. 둘도 셋도.)
Nadia | "I know."(알아.)
7 | "Then why the drawer? The ring? Third time this month?"(그럼 서랍은 뭐고 반지는 뭐고 이번 달 세 번째는 뭔데?)
Nadia | "Specificity increases credibility by a factor of four. Vague lies are dismissed. Numbered lies become testimony."(구체성은 신빙성을 네 배로 높여. 모호한 거짓말은 기각돼. 숫자가 붙은 거짓말은 증언이 되고.)
7이 걸음을 멈췄다. 그녀도 두 걸음 뒤에 멈춰 섰다. 그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여자가 방금 4.2세제곱미터 안에서 여덟 명의 도덕 판단 회로를 3초 만에 재배선했다는 사실이 — 순수하게, 직업적으로, 무서웠다. 그리고 무서운 것이 어째서 재미있는지는 3년째 설명하지 못하고 있었다.
7 | "Remind me never to piss you off in a confined space."(밀폐 공간에서는 절대 너 열받게 하지 말자고 나한테 상기시켜 줘.)
Nadia | "Noted."(기록했어.)
그때 7의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두 번. 세 번. 네 번. 그는 눈을 감았다. 이 리듬을 알고 있었다. 좋은 소식일 때는 진동이 한 번에 그친다.
7은 화면을 3초간 응시했다가 주머니에 도로 밀어 넣었다. 밀어 넣는 동작이 평소보다 0.8초 느렸고, 그 0.8초 안에 그의 연회색 눈동자가 복도 끝에서 시약 도매점 간판을 읽고 있는 나디아의 뒷모습을 한 번 스쳤다. 흉터가 모자이크를 뚫었다는 문장이 망막에 찍혀 있었다. 목의 절단 봉합 흉터. 얼굴 오른쪽의 화상 조직. 모자이크 알고리즘이 처리할 수 없는 종류의 특징들이었다. 그것은 정보 보안의 문제이기 이전에 — 자신의 신체가 익명성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물리적 사실이었고, 그 사실을 방금 지하 커뮤니티의 4천 명이 확인한 셈이었다.
나디아는 시약 도매점 앞에 서서 유리 너머를 훑고 있었다. 그녀의 흰 눈동자가 진열된 시약병의 라벨을 좌에서 우로 스캔하는 동작은 평소와 동일했다. 등 뒤에서 7의 호흡이 미세하게 바뀐 것을 감지했으나, 그녀는 돌아보지 않았다. 7이 먼저 말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 가게가 열려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쪽이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7 | "Hey."(야.)
목소리가 복도 벽에 짧게 반사되었다. 나디아는 유리에 비친 그의 윤곽을 보았다. 189센티미터의 그림자가 형광등 아래 기울어져 있었고, 한 손이 뒷목을 잡고 있었다. 스트레스 지표. 그녀는 비로소 몸을 반쯤 돌렸다.
Nadia | "The store's closed. Wednesday half-day. We need to come back Friday."
(가게 닫았어. 수요일 반일 영업. 금요일에 다시 와야 해.)
7 | "That's not what I—forget the store. Did you plan that? The elevator."
(내가 말하려는 건 그게 아니라 — 가게 됐고. 그거 계획한 거야? 엘리베이터.)
나디아의 입꼬리가 삐뚤어졌다. 비대칭 미소. 이 표정이 나올 때 7은 답을 이미 알고 묻는 것이고, 나디아는 답을 알면서도 다른 답을 줄 준비가 된 것이었다.
Nadia | "Define 'plan.'"
('계획'을 정의해.)
7 | "Okay, so yes. You walked into a sealed metal box with eight strangers and decided, 'Today I'm going to make this man look like Hong Kong's biggest piece of shit.' That was the plan."
(그래, 그러니까 맞잖아. 초면인 사람 여덟 명이 들어찬 철제 밀폐 상자 안에 들어가서, '오늘 이 남자를 홍콩 역사상 최악의 쓰레기로 만들겠다'고 결심한 거야. 그게 계획이었지.)
Nadia | "Incorrect. The hypothesis was about collective moral inference speed, not your reputation."
(틀려. 가설은 집단 도덕 추론 속도에 관한 것이었어. 네 평판이 아니라.)
7 | "My reputation is currently on a Hong Kong forum with four thousand views, Nadia. Because of your hypothesis."
(내 평판이 지금 홍콩 커뮤니티에 조회수 4천으로 올라가 있어, 나디아. 네 가설 때문에.)
나디아의 손가락이 멈추었다. 두드리던 리듬이 아니라 — 패드를 잡고 있던 손가락 전체가 0.2초간 경직되었다. 영상. 그녀의 가설 설계에 영상 촬영이라는 변수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밀폐 공간 내 표본 여덟 명의 반응을 관찰하고 폐기하는 1회성 실험이었다. 엘리베이터 내부에 CCTV가 작동 중인지는 확인했으나 — 여덟 명 중 한 명이 개인 기기로 녹화하고 있을 가능성을 계산에서 누락했다.
오류.
그녀의 흰 눈동자가 7을 정면으로 받았다. 눈동자에 감정이 실리지 않았으나, 턱 근육이 0.3밀리미터 수축했다. 나디아 스미르노바가 실수를 인지했을 때 나타나는 미세 표정이었다. 이 표정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W.W. 내에서 손에 꼽았고, 7은 그 안에 들어 있었다.
7 | "You didn't account for cameras."
(카메라를 계산 안 했지.)
Nadia | "...The probability of a civilian recording a mundane elevator interaction was below 2%. Statistically negligible."
(...민간인이 평범한 엘리베이터 상호작용을 녹화할 확률은 2% 미만이었어. 통계적으로 무시 가능해.)
7 | "Mundane. You called a married man out for cheating in front of eight people. In Cantonese territory. Where gossip travels faster than nerve gas. 'Mundane.'"
(평범하다고. 여덟 명 앞에서 유부남의 불륜을 폭로했는데. 광둥어 지역에서. 소문이 신경가스보다 빠르게 퍼지는 동네에서. '평범하다.')
나디아는 0.8초간 침묵했다. 그 0.8초 동안 여러 가지를 계산했다. 영상의 확산 속도, 7의 신원이 특정될 확률, W.W.의 보안 프로토콜 위반 가능성, 0이 이것을 알게 될 경우의 시나리오. 결론은 — 모자이크가 적용되어 있다는 점에서 즉각적 신원 노출 위험은 낮았으나, 흉터의 특이성으로 인해 W.W. 관련자가 볼 경우 식별 가능했다. 그리고 9가 이미 보았다.
Nadia | "How many people have seen it."
(몇 명이 봤어.)
7 | "Four thousand as of two minutes ago. And Nine. Which means by now, probably Eight. Which means by tonight, the entire base."
(2분 전 기준 4천 명. 그리고 9. 그러니까 지금쯤 아마 8도. 그러니까 오늘 밤이면 기지 전체.)
7은 벽에 등을 기대고 팔짱을 꼈다. 선글라스가 목깃에 걸려 있어 연회색 눈동자가 완전히 노출된 상태였다. 그 눈이 나디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화가 난 눈은 아니었다. 화가 났다면 목소리가 더 낮아졌을 것이다. 지금의 톤은 — 어이가 없되, 그 어이없음의 원인이 나디아라는 사실에 이미 체념한 사람의 톤이었다. 3년간 축적된 체념이었다.
Nadia | "I'll request Two to scrub the upload. Server-side deletion. Thirty minutes."
(2한테 업로드 삭제 요청할게. 서버 쪽 삭제. 30분이면 돼.)
7 | "You're going to ask Two? The guy who once leaked Four's search history as a 'network security drill'? That Two?"
(2한테 부탁한다고? 한번은 4의 검색 기록을 '네트워크 보안 훈련'이라면서 유출했던 그 2?)
Nadia | "He's the only EWAR tech we have."
(우리한테 있는 유일한 전자전 기술자야.)
7 | "Great. So my public humiliation goes through the guy who thinks doxxing is a hobby."
(좋겠다. 그래서 내 공개 망신이 독싱을 취미로 하는 놈 손을 거치는 거야.)
나디아는 패드를 꺼내 2에게 메시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화면의 빛이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아래에서 비추었고, 흰 눈동자가 텍스트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7은 그녀가 메시지를 치는 동안 팔짱을 푼 채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완차이 상가 건물 9층 복도의 천장은 콘크리트에 균열이 가 있었고, 누수 자국이 지도처럼 퍼져 있었다. 그는 4.2초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4.2초 동안 9의 메시지를 다시 떠올렸다. 『제목이 渣男現形記래. 번역하면 쓰레기남 실체 폭로기.』 그리고 『얼굴은 모자이크 됐는데 흉터가 모자이크를 뚫음.』
흉터가 모자이크를 뚫는다.
그것은 웃긴 문장이었다. 객관적으로. 7은 웃었다. 뜻밖의 타이밍이었다. 자기 신체의 비대칭성이 디지털 익명화 알고리즘까지 무력화시킨다는 사실이 — 분노를 넘어서 우스웠다. 입을 가리지 않고 웃었다. 복도에 짧고 낮은 웃음이 울려 퍼졌고, 형광등이 깜빡이는 주기와 그의 호흡이 우연히 겹쳤다.
나디아가 고개를 들었다. 손가락이 패드 위에서 멈췄다. 7이 웃고 있었다. 민망해서도 아니고, 능청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진짜로 우스워서 웃고 있었다. 그의 흉곽이 움직이는 폭과 속도, 안면 근육의 수축 패턴, 호흡 간 간격 — 전부 자발적 쾌감 반응의 지표였다. 나디아의 분석 체계가 그 데이터를 수집했고, 수집된 데이터는 — 그녀의 가슴팍 어딘가를 미세하게 눌렀다. 정량화할 수 없는 압력이었다.
7 | "Okay. You know what the worst part is?"
(좋아. 제일 최악인 게 뭔지 알아?)
Nadia | "The scar penetrating the mosaic filter."
(흉터가 모자이크 필터를 관통한 것.)
7 | "No. The worst part is that the old lady hit me with her shopping bag. Twice. My shin still hurts."
(아니. 제일 최악인 건 아줌마가 장바구니로 나를 쳤다는 거야. 두 번. 아직도 정강이가 아파.)
나디아의 어깨가 움직였다. 미세하게. 0.3초간의 진동. 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러나 7은 그것을 보았다. 이 여자가 웃을 때 — 소리 대신 어깨로 웃는다는 것을 3년째 관찰해 온 결과였다. 그리고 그 어깨의 떨림이 나타나면, 아무리 형편없는 상황이라도 7은 자신이 손해를 본 것 같지 않았다.
Nadia | "Deserved."
(당연한 거야.)
7 | "'Deserved'? I'm the victim here."
('당연하다고?' 여기서 피해자는 나인데.)
Nadia | "You escalated. 'And the other two.' That was your addition."
(넌 확전시켰어. '나머지 둘한테도.' 그건 네가 추가한 거야.)
7 | "Because you backed me into a corner! What was I supposed to say? 'Actually, she's my coworker who once poisoned me for science and I still let her sleep in my bed'? That's worse!"
(네가 나를 궁지로 몰았으니까! 뭐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사실 저 여자는 한번 과학이라는 명목으로 나한테 독을 탄 동료인데 아직도 내 침대에서 재워주고 있습니다'? 그게 더 나빠!)
나디아의 삐뚤어진 미소가 조금 더 깊어졌다. 그녀의 흰 눈동자가 7을 올려다보았다. 높이 차이 24센티미터. 그 높이 차이가 이 순간에는 — 아무런 역학적 의미도 갖지 못했다. 7은 그녀를 내려다보면서, 이 여자가 자기를 3년째 실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과, 그러면서도 자기가 피를 흘리면 주머니에서 알코올 솜을 꺼내는 사실과, 방금 자기를 홍콩 최악의 쓰레기로 만들어 놓고도 30분 안에 서버에서 삭제하겠다고 즉각 움직이는 사실 사이의 모순을 —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었다.
풀지 못하는 것이 3년째 재미있었다. 그것이 문제였다.
7의 주머니에서 다시 진동이 울렸다. 이번에는 길었다. 통화.
7은 화면을 봤다. 4. 디터. 그는 눈을 감았다. 4가 전화를 건다는 것은 — 문자로 담을 수 없을 만큼의 욕설이 축적되었다는 뜻이었다. 7은 통화 버튼 위에 엄지를 올렸다가, 나디아를 한 번 봤다.
7 | "If I die on this call, you're writing my obituary."
(이 전화 받다가 죽으면 네가 내 부고 써.)
Nadia | "I'll include the subscriber count."
(구독자 수도 넣어줄게.)
7 | "Which one? The OnlyFans or the forum?"
(어느 쪽? 온리팬스 쪽이야 포럼 쪽이야?)
나디아는 대답 대신 등을 돌렸다. 패드에 2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마저 작성하기 위해서였다. 7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4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터져 나왔다. 복도 전체에 울릴 만큼의 음량이었다.
Four | "Seven. I'm going to ask you one question and you're going to answer in three words or less. Was that you on the Wan Chai forum."
(7. 질문 하나 할 테니까 세 단어 이내로 대답해. 완차이 포럼에 올라온 거 너야.)
7 | "Define 'that.'"
('그게' 뭔데.)
Four | "The video titled 'Exposing a Scumbag' where a man with a burn scar covering half his face gets publicly accused of adultery by a woman with white eyes in an elevator. That. Was that you."
('쓰레기남 실체 폭로기'라는 제목으로 얼굴 반쪽에 화상 흉터가 있는 남자가 엘리베이터에서 흰 눈의 여자한테 공개적으로 불륜 추궁을 당하는 영상. 그거. 너 맞아.)
7은 한 박자 쉬었다.
7 | "Technically—"
(엄밀히 말하면—)
Four | "I'll take that as a yes. What the fuck is in your skull instead of a brain? Isn't that woman 12? You really— fuck, I'm too annoyed. I can't do this call. Hanging up."
(그거 '네'로 받아들이겠어. 씨발, 대가리에 뇌 대신 뭐가 찬 거야? 그 여자 12 아냐? 너 진짜—아, 짜증나. 짜증나서 전화를 못 하겠네. 끊는다.)
통화가 끊겼다.
복도에 정적이 내렸다. 형광등이 깜빡였다. 7은 전화기를 주머니에 넣고 3초간 서 있었다. 그리고 깊이, 아주 깊이, 숨을 내쉬었다. 어깨가 내려갔다. 팔이 옆으로 처졌다. 그 모습이 — 전장에서 총상을 입은 직후의 병사보다는, 동네에서 아이들에게 공을 맞고 서 있는 어른에 가까웠다.
Nadia | "Prognosis?"
(예후는?)
7 | "Terminal. I'm socially dead. The scar survived a mosaic filter. Four called me. Nine is probably making memes as we speak. And somewhere in this building, a grandmother thinks I have three wives."
(말기야. 사회적으로 죽었어. 흉터가 모자이크 필터에서 살아남았고. 4가 전화했고. 9는 지금쯤 밈을 만들고 있을 거고. 그리고 이 건물 어딘가에서 할머니 한 분이 내가 아내가 셋이라고 믿고 계셔.)
나디아의 어깨가 다시 떨렸다. 이번에는 — 조금 더 오래. 0.7초. 진폭이 더 컸다. 7은 그것을 보았다. 자기가 사회적으로 사망한 상황에서 이 여자의 어깨가 떨리는 것을 보고 있었고, 그 떨림이 자기에게 일으키는 감정을 명명하지 못한 채 — 그냥 가지고 있었다.
나디아가 패드를 들어 보였다. 화면에 2에게 보낸 메시지와 '확인' 답신이 표시되어 있었다.
Nadia | "Two accepted. Server-side scrub in twenty-eight minutes. The video, all cached copies, and the thread will be purged."
(2가 수락했어. 28분 내 서버 측 삭제. 영상, 모든 캐시 사본, 스레드 전부 소거될 거야.)
7 | "And the grandmother's memory?"
(그리고 할머니 기억은?)
Nadia | "Outside my operational scope."
(내 작전 범위 밖이야.)
7이 웃었다. 짧게, 건조하게, 그리고 — 뒤에 숨긴 안도가 배어 나오는 종류의 웃음이었다. 그는 벽에서 등을 뗐다. 반 발짝 나디아 쪽으로 다가섰다. 거리 0.5미터. 그녀의 에탄올과 민트 냄새가 닿는 거리.
7 | "Next time you want to run a social experiment, use Oscar. He'd love it. He'd probably volunteer."
(다음에 사회 실험 하고 싶으면 오스카를 써. 걔가 좋아할 거야. 자원할 거야 아마.)
Nadia | "Oscar's facial structure is symmetrical. The data would be contaminated by positive bias. Your face provides a more controlled variable."
(오스카의 안면 구조는 대칭이야. 긍정적 편향으로 데이터가 오염될 거야. 네 얼굴이 더 통제된 변수를 제공해.)
7의 입이 벌어졌다가 닫혔다. 열렸다.
7 | "Did you just say my scarred face is more scientifically useful than Oscar's pretty face."
(방금 내 흉터 얼굴이 오스카 예쁜 얼굴보다 과학적으로 더 유용하다고 한 거야.)
Nadia | "Yes."
(응.)
7 | "...I genuinely don't know if that's an insult or a compliment."
(...진심으로 그게 욕인지 칭찬인지 모르겠어.)
Nadia | "It's data."
(데이터야.)
7은 3.1초간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나디아의 흰 눈동자가 올려다보고 있었다. 복도의 형광등이 깜빡이는 사이, 두 사람의 그림자가 겹쳤다가 분리되었다가 다시 겹쳤다. 7의 입꼬리가 비대칭으로 올라갔다. 선글라스를 벗은 얼굴의 그 미소는 — 3년 전 처음 만났을 때와 동일한 구조였지만, 지금은 그 안에 3년치의 누적이 쌓여 있었다.
7 | "Fine. I'm your controlled variable. But next time, at least warn me before you detonate my social life in a four-by-four metal box."
(좋아. 나는 네 통제 변수야. 하지만 다음에는 적어도 4 곱하기 4 철상자 안에서 내 사회생활을 폭파하기 전에 경고는 해 줘.)
Nadia | "No. Then the cortisol spike wouldn't be authentic."
(싫어. 그러면 코르티솔 급등이 진짜가 아니게 돼.)
7 | "Of course. My stress hormones need to be organic."
(물론이지. 내 스트레스 호르몬은 유기농이어야 하니까.)
나디아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돌아서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시약 도매점이 닫혀 있으니 더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발소리가 없었다. 에탄올과 민트 냄새가 궤적을 남겼다. 7은 그 궤적을 따라 걸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그가 먼저 눌렀다. 아래쪽 화살표.
기다리는 동안 둘 다 말하지 않았다. 형광등이 깜빡였다. 어딘가에서 국숫집의 기름 냄새가 올라왔다. 7은 나디아의 옆에 서서 — 아까 그 엘리베이터와 같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 자기가 이 여자 때문에 오늘 하루 동안 잃은 것과 얻은 것의 목록을 머릿속에서 대조했다.
잃은 것: 자존심, 사회적 평판(일시적), 정강이 무결성.
얻은 것: 나디아 스미르노바가 웃는 어깨를 두 번 본 것.
수지가 맞았다. 의심의 여지 없이.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문이 열렸다. 안에 아무도 없었다. 나디아가 먼저 들어갔다. 7이 뒤따랐다. 문이 닫히기 직전, 7이 입을 열었다.
7 | "For the record, if you ever actually need me to tell someone about you—"
(참고로 말하는데, 만약에 네가 진짜로 누군가한테 네 얘기를 해야 할 때가—)
문이 닫혔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디아는 7을 보지 않았다. 층수 표시등을 보고 있었다. 9. 8. 7. 그녀의 창백한 손가락이 패드 가장자리를 한 번 두드렸다. 분석 중의 습관적 리듬.
Nadia | "Finish the sentence."
(문장 끝내.)
7 | "I wouldn't need three words. One would do."
(세 단어도 필요 없어. 하나면 돼.)
나디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층수 표시등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보고 있었다. 4. 3. 엘리베이터 케이블이 삐걱거렸다. 그녀의 맥박이 — 왼손 요골동맥에서 — 3bpm 상승한 것을 자각했다. 3bpm. 단음절 하나도 아닌, 완성되지도 않은 문장 하나에.
비효율적이었다.
1층. 문이 열렸다. 습기와 매연과 국수 냄새가 밀려들었다. 나디아가 먼저 나갔다. 7이 뒤따랐다. 그는 선글라스를 집어 눈에 올렸다. 완차이의 오후 햇살이 비뚤어진 건물 사이로 쏟아지고 있었고, 흉터 위로 빛이 번졌다. 4천 조회수의 쓰레기남. 그 타이틀이 서버에서 삭제되기까지 27분.
나디아가 걸었다. 7이 옆에 걸었다. 보폭이 달랐다. 그녀의 두 걸음이 그의 한 걸음 반이었다. 아무도 맞추지 않았다. 맞추지 않는 것이 이 두 사람의 보행 방식이었고, 그럼에도 둘 사이의 거리는 일정했다. 0.4미터. 냄새가 닿는 거리. 에탄올과 민트. 담배와 세제.
| 7디아|BDSM NSFW 성향 분석 (0) | 2026.08.16 |
|---|---|
| 농발거미 OOC (0) | 2026.08.10 |
| 7디아|번호 OOC (1) | 2026.08.10 |
| 아오노군 AU (0) | 2026.08.09 |
| 7디아|유튜브 프리미엄 OOC (0) | 2026.08.09 |
그것은 라운지에서의 대화가 있고 나서 사흘 뒤, 화요일의 오후였다. W.W. 홍콩 지부 섹터 B 하층, 제3 예비 물자 창고.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만 지난 5년간 아무도 문을 열어본 적 없는 곳이었다. 0의 직접 명령으로 재고 목록을 갱신하기 위해 그곳에 파견된 것은 7과 나디아, 단둘이었다. 창고 안은 묵은 먼지와 녹슨 금속, 오래된 종이가 뒤섞인 냄새로 가득했다. 천장의 형광등 하나가 간헐적으로 깜박이며 두 사람의 그림자를 벽 위에서 늘였다 줄였다.
7은 선반 맨 위 칸에 있는 상자를 내리기 위해 발돋움하고 있었다. 나디아는 그가 건네는 서류철의 먼지를 털어내며 데이터 패드에 내용을 입력하는 중이었다. 효율적이었지만, 소리는 거의 없는 협업이었다. 먼지가 쌓인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는 둔탁한 소리, 나디아의 손가락이 패드를 두드리는 소리, 그리고 7이 다음 상자를 향해 몸을 돌리는 소리. 그게 전부였다. 정적은 건조했고, 예측 가능했다.
변수는 벽의 어두운 구석에서 나타났다.
처음에는 그림자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림자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 사각, 사가각. 마른 나뭇잎이 콘크리트 바닥을 긁는 듯한 소리. 7은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닿은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선반으로 몸을 돌리려는 순간, 나디아의 손가락이 멈췄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7이 방금 보았던 벽의 구석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흰 눈동자가 아주 미세하게, 분석적으로 좁아졌다.
7 | "What."(왜.)
나디아는 대답 대신 턱 끝으로 벽을 가리켰다. 7의 시선이 그곳으로 다시 향했다. 그리고 그는 보았다. 그림자가 아니었다. 금속 선반 다리 옆, 벽과 바닥이 만나는 모서리에 붙어 있는 그것은, 여덟 개의 다리를 넓게 펼친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성인 남자의 손바닥을 완전히 펼친 것보다도 컸다. 털이 난 다리의 마디마디가 어두운 갈색과 검은색으로 얼룩져 있었고, 몸체는 두툼했으며, 여러 개의 겹눈이 깜박이는 형광등 빛을 받아 번들거렸다. 초대형 농발거미(Huntsman spider)였다. 데드존에서도 이만한 크기는 흔치 않았다.
7은 숨을 멈췄다. 욕설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나오지 않았다. 그의 모든 전투 본능이 눈앞의 생물에게서 위협 신호를 읽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총을 쏠 대상이 아니었고, 칼로 찌를 대상도 아니었다. 그것은 그냥, 거기에 있었다. 비논리적이고, 불쾌하며, 압도적으로.
그때, 나디아가 아주 조용히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녀의 움직임에는 공포가 없었다. 마치 체스판에서 불리한 말을 확인하고 다음 수를 두는 기사처럼, 냉정하고 계산된 움직임이었다. 그녀는 데이터 패드를 옆구리에 낀 채, 7을 한 번 보았다.
Nadia | "Your variable now, Seven."(이제 네 변수야, 7.)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는 몸을 돌려 창고 문으로 향했다. 망설임 없는 걸음이었다. 7이 "Wait—"(잠깐—) 하고 입을 열었을 때, 그녀는 이미 문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7 | "Hey, where the fuck are you—"(야, 어딜 씨발—)
철컥.
무거운 강철 문이 닫히는 소리. 그리고 0.5초 뒤, 더 작고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삐빅. 전자 잠금장치가 활성화되는 소리였다. 7은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디아는 그를 거미와 함께 가두고, 밖에서 문을 잠갔다.
창고 안에는 다시 정적이 흘렀다. 7과 거미, 단둘만 남았다. 7은 닫힌 문과 벽 구석의 거미를 번갈아 보았다. 그의 뇌는 상황을 처리하는 데 약 4초를 소모했다. 1초는 배신감, 1초는 황당함, 1초는 분노, 그리고 마지막 1초는 눈앞의 거대한 절지동물에 대한 원초적인 거부감이었다. 그는 아주 천천히, 아주 조용히, 거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뒷걸음질 쳤다.
7 | "Alright... you motherfucker."(좋아… 이 개자식아.)
그의 목소리는 분노보다는 체념에 가까웠다. 그는 허리춤에서 나이프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깨달았다. 이 작은 칼로 저걸 상대하는 건, 젓가락으로 트럭을 막으려는 짓과 같다는 것을. 거미가 움직였다. 소리도 없이, 벽을 타고 수직으로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기이할 정도로 빨랐다. 7은 저도 모르게 욕을 내뱉으며 한 걸음 더 물러섰다.
거미는 천장까지 올라가더니, 이번에는 천장을 가로질러 7의 머리 위를 지나갔다. 7은 목이 꺾여라 고개를 쳐들고 거미의 이동 경로를 따라갔다. 여덟 개의 다리가 번갈아 움직이는 모습이 시야에 가득 찼다. 그는 침을 삼켰다. 지금 저게 그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면. 7은 그 상상을 머리에서 지워버리려 애썼다.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반대편 벽으로 이동했다. 거미와의 거리를 최대한 벌리기 위해서였다.
그는 단말기를 꺼냈다. 나디아에게 전화를 걸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받지 않을 것이다. 대신, 그는 메시지 앱을 열었다. 그리고 잠시 고민했다. 누구에게. 3? 6? 아니, 자존심이 상했다. 그는 결국 가장 만만한 상대를 골랐다.
답장은 거의 즉시 왔다.
7은 화면을 끄고 단말기를 주머니에 도로 넣었다. 도움이 안 됐다. 그때, 단말기가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나디아였다.
7은 답장 대신, 창고 구석에 있던 낡은 금속 양동이를 집어 들었다. 이게 그의 유일한 무기였다. 그는 양동이를 방패처럼 앞에 들고, 거미가 있는 벽 쪽으로 아주 천천히 다가갔다. 거미는 그가 다가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벽 중간쯤에 붙어 가만히 있었다. 7은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작전 중에도 이렇게 긴장한 적은 없었다.
"쾅!"
그때였다. 창고 문이 안쪽으로 찌그러지며 폭발적인 소리를 냈다. 7은 너무 놀라 양동이를 떨어뜨릴 뻔했다. 한 번 더. "쾅!" 문짝의 경첩이 비명을 지르며 뜯겨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찌그러진 강철 문이 안으로 쓰러지며 먼지를 일으켰다. 문이 있던 자리에는 3, 알테어 라고스가 서 있었다. 그녀는 소총을 들지 않았다. 대신, 어깨를 한 번 털고는 무심한 표정으로 안을 훑어보았다.
Three | "Door was locked."(문이 잠겼더군.)
그녀의 시선이 7을 지나, 그 뒤편 벽에 붙은 거미에게로 향했다. 그녀의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꿈틀했다. 호기심이었다.
Three | "Big."(크네.)
그것이 그녀의 감상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움직였다. 7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그녀는 허리춤에서 전투용 나이프를 뽑아 들었다. 망설임 없는 동작으로, 손목 스냅을 이용해 칼을 던졌다. 쉭,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칼은 정확히 거미의 몸통 중앙에 박혔다. 거미의 다리들이 경련하듯 움찔거리더니, 그대로 축 늘어졌다. 칼에 꿰인 채 벽에 박제된 것이다.
3은 벽으로 걸어가 나이프를 뽑았다. 거미 사체를 바닥에 아무렇게나 털어낸 뒤, 칼날을 바짓가랑이에 쓱쓱 닦았다. 그리고 7을 돌아보았다.
Three | "Clear."(클리어.)
한마디를 남기고, 그녀는 찌그러진 문틈으로 다시 사라졌다. 창고 안에는 다시 7 혼자 남았다. 바닥에 떨어진 거미 사체와 함께. 7은 바닥에 나뒹구는 양동이와, 벽에 남은 작은 구멍과, 복도 저편으로 사라지는 3의 발소리를 차례로 인지했다. 그는 허탈하게 웃었다.
그가 엉망이 된 창고에서 나왔을 때, 나디아는 복도 건너편 벽에 기대선 채 여전히 데이터 패드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7이 나오자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시선은 그의 얼굴을 2초, 심박계가 부착된 손목을 3초간 훑었다.
Nadia | "Your heart rate peaked at 148 bpm. Cortisol levels likely exceeded standard combat parameters by 30%. Interesting data."(심박수 최고 148bpm. 코르티솔 수치는 표준 전투 기준치를 30%가량 초과했을 것으로 추정. 흥미로운 데이터야.)
7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나디아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그녀의 바로 앞에 멈춰 선 채, 그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도, 황당함도 사라져 있었다. 대신 아주 고요하고, 아주 깊은 무언가가 자리 잡고 있었다.
7 | "You owe me dinner."(저녁 빚졌어.)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Nadia | "Negative. I provided you with a unique stress-induction scenario. You should be paying me for the data."(아니. 나는 너에게 독특한 스트레스 유발 시나리오를 제공했어. 데이터 값으로 네가 돈을 내야지.)
7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떴다. 그리고 웃었다. 소리 없는 웃음이었다.
7 | "Fine. Dinner. You're buying."(좋아. 저녁. 네가 사는 거야.)
그는 몸을 돌려 복도를 걸어갔다. 나디아는 그의 뒷모습을 잠시 보다가, 데이터 패드에 새로운 노트를 입력했다. '대상 7,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 이후 비논리적 보상 요구 행동 패턴 관찰. 원인: 심리적 의존성 심화 가능성.'
| 7디아|BDSM NSFW 성향 분석 (0) | 2026.08.16 |
|---|---|
| 7디아|불륜엘베 OOC (0) | 2026.08.12 |
| 7디아|번호 OOC (1) | 2026.08.10 |
| 아오노군 AU (0) | 2026.08.09 |
| 7디아|유튜브 프리미엄 OOC (0) | 2026.08.09 |
그 일은 2월의 마지막 주부터 시작되었다. 홍콩의 겨울은 건조했고, 완차이 구역의 좁은 골목마다 수증기를 뿜어내는 국수 가게와 양복점 사이로 사람들이 빽빽하게 오갔다. 나디아 스미르노바는 주 2회, 보급품 수령을 위해 민간 구역 물류 거점을 경유해야 했다. 문제는 그 경유 동선이 완차이에서 가장 번잡한 시장 거리와 겹친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눈에 띄었다. 허리까지 닿는 곱슬거리는 검은 머리카락, 비정상적으로 흰 눈동자, 창백한 피부, 마치 유리를 빚어 놓은 듯한 날카로운 인상. 군복을 입고 있어도, 사복을 입고 있어도, 어딘가 이질적인 아름다움은 지워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한두 명이었다. 가판대 앞에서 스치듯 말을 걸거나, 계산대에서 뒤에 선 남자가 목소리를 높여 "혹시 이 근처 사세요?"라고 묻는 정도. 나디아는 무표정으로 지나쳤고, 대부분은 그 시선에 질려 물러났다.
그러나 2월 말부터 빈도가 달라졌다. 물류 거점 관리인, 시장 골목의 청과상 알바, 검문소 교대 병사, 심지어 수도 수리공까지. 그녀의 동선을 학습한 인간들이 비슷한 시간대에 비슷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번호 좀 알 수 있을까요." 나디아는 처음에는 무시했다. 두 번째부터는 "없어"라고 잘랐다. 세 번째부터는 그 에너지마저 아까웠다.
3월 첫째 주의 화요일이었다. 물류 거점 앞에서 통조림 박스를 들고 나오는 나디아에게 청년 하나가 다가와 "아가씨, 혹시 WeChat 하세요?"라고 물었을 때, 그녀의 뇌는 피로와 효율 사이에서 짧은 계산을 끝냈다. 거절에 소모되는 칼로리가 번호 하나를 불러주는 칼로리보다 높다는 결론이었다.
그래서 나디아는 7의 번호를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날 오후 2시 34분, 7의 단말기가 처음으로 울렸다.
7은 화면을 내려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잘못 걸려온 번호라고 생각했다. 블록하고 넘겼다.
같은 날 오후 5시 12분.
7은 이번에도 블록했다. 다만, '검문소에서 번호를 받았다'는 문장이 어딘가에 걸렸다. 민간인이 자기 번호를 가질 이유가 없었다. PMC 보안 프로토콜상 개인 단말기 번호는 외부에 노출하지 않는다. 이상했지만, 그 순간에는 귀찮다는 감각이 먼저였다.
문제는 다음 날부터였다.
3월 둘째 주가 되자, 7의 단말기는 하루에 네다섯 개의 미등록 번호에서 메시지를 받기 시작했다.
7의 미간에 주름이 잡히기 시작한 건 네 번째 메시지 즈음이었다. '하얀 눈의 아가씨'. 그 표현이 반복되는 순간, 그의 머릿속에서 퍼즐이 조립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확신은 없었다.
다섯 번째 메시지가 확신을 줬다.
7은 단말기를 침대 위에 내던졌다.
그리고 3초 뒤에 다시 주워들었다.
메시지는 계속 왔다. 3월 내내, 매일 최소 두세 건. 나디아가 그의 번호를 뿌린 범위는 정확히 측정할 수 없었지만, 수신되는 메시지의 내용과 발신지를 종합하면 완차이 시장, 보급 거점, 검문소 주변 반경 500미터 안에서 최소 열다섯 명 이상에게 배포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답장을 보내고 1.5초 뒤, 7은 제 답이 어느 질문에 대한 대답인지 스스로도 모호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 사람 아느냐'에 대한 부정인지, '솔로냐'에 대한 부정인지. 그는 화면을 끄고 단말기를 뒤집어 놓았다. 천장을 보았다. 3초 뒤 다시 단말기를 뒤집었다.
식초는 사겠다는 남자. 7은 화면을 내려다보며 자기 자신이 가엾어졌다. 나디아가 신맛을 좋아한다는 걸 자기보다 먼저 파악한 국수집 사장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저녁 내내 소화를 방해했다.
3월 셋째 주까지 누적 수신 메시지는 스물여섯 건이 넘었다. 7은 스물세 건에 답장했고, 두 건은 블록했으며, 한 건은 닥스훈트 사진만 저장하고 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한 건.
그 두 글자를 치고 나서 7은 한동안 화면을 보았다. 보낸 메시지 옆에 파란 체크가 두 개 떴다. 상대가 읽었다. 답은 오지 않았다. 7은 단말기를 침대 위에 놓고 양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답장한 스물세 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나디아에 대한 상세한 경고문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다. '그 여자는 위험물이다', '그 여자는 감성에 알레르기가 있다', '그 여자의 눈은 사고 후유증이다', '그 여자는 너를 해부할 거다'. 전부 사실이었다. 그리고 전부, 자기가 얼마나 그녀를 잘 알고 있는지 증명하는 글이기도 했다. 그는 기가 막혔다. 나디아 스미르노바는 번호를 뿌리는 것만으로 그를 무료 홍보 대행사로 만들었다.
사건의 전모가 밝혀진 건 3월 넷째 주 목요일, 섹터 C 라운지에서였다.
7은 라운지 소파에 풀어진 자세로 앉아 담배를 입에 물고 있었고, 나디아는 건너편 테이블에서 데이터 패드를 훑고 있었다. 8이 자판기에서 탄산을 꺼내오다가 7의 단말기 화면을 흘끗 보았다. 화면에는 또 하나의 미등록 번호에서 온 메시지가 떠 있었다. '하얀 눈의 여신, 오늘도 당신을 생각합니다☀️'. 8의 눈이 동그래졌다.
Eight | "Mate. Why is someone calling you a white-eyed goddess?"(야. 왜 누가 너한테 하얀 눈의 여신이라고 부르는 거야?)
7은 대답 대신 나디아를 보았다. 아주 오랫동안. 그녀는 데이터 패드에서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러나 손가락이 스크롤하는 속도가 아주 미세하게 빨라졌다.
7 | "Twelve."(12.)
짧고 낮은 호출이었다. 나디아는 0.5초쯤 뒤에 고개를 들었다. 무표정했다. 항상 무표정했다. 그 무표정이 이토록 의심스러워 보인 적은 없었다.
7 | "How many people did you give my number to."(내 번호를 몇 명한테 줬어.)
라운지가 잠깐 조용해졌다. 체사레가 커피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유난히 또렷했다. 8은 탄산캔을 든 채 입을 벌린 상태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Nadia | "I didn't count."(세지 않았어.)
나디아의 답은 짧고 건조했다.
7 | "You didn't count."(세지 않았다고.)
Nadia | "It was more efficient than declining each one individually."(일일이 거절하는 것보다 효율적이었어.)
7의 입에서 담배가 아주 천천히 내려왔다. 그의 표정은 분노와 경악과 기가 참의 정확히 중간이었다. 라운지에 3초간 침묘이 흘렀다. 그리고 8이 그 침묵을 부쉈다.
Eight | "HAHAHA—wait, wait. She's been giving YOUR number to random blokes?! That's BRILLIANT!"(하하하하—잠깐, 잠깐. 그 누나가 네 번호를 아무 남자한테나 뿌리고 다녔다고?! 천재잖아!)
8은 소파 팔걸이를 때리며 웃었다. 체사레는 커피잔 너머로 느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7의 신경을 더 긁었다.
Cesare | "You've been screening her calls for free. How romantic."(공짜로 그 여자 전화 걸러주고 있었네. 로맨틱하다.)
7 | "Shut up."(닥쳐.)
Cesare | "No, really. You wrote twenty-three personalized rejection letters. That's more effort than most relationships."(아니, 진심이야. 맞춤형 거절 편지를 스물세 통이나 썼잖아. 대부분의 연애보다 공 많이 들인 거야.)
Eight | "Twenty-THREE?!"(스물세 통?!)
8은 바닥에 주저앉을 기세로 웃었다. 체사레는 나디아를 보며 잔을 살짝 들어올렸다. 존경의 표시인지 조롱인지 알 수 없는 제스처였다.
Cesare | "Efficient, she says. Impressive."(효율적이래. 대단하다.)
나디아는 데이터 패드를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 그녀의 입꼬리가 아주, 아주 미세하게 비틀렸다. 이것이 나디아 스미르노바의 웃음이었다. 보통 사람은 눈치채지 못할 각도였으나, 7은 봤다. 체사레도 봤다. 8은 웃느라 못 봤다.
7 | "You think this is funny."(재밌어?)
Nadia | "I think you answered every single one. That's the interesting variable."(네가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답장했다는 게 흥미로운 변수야.)
7은 할 말을 잃었다. 그녀가 옳았다. 블록 버튼은 언제든 있었다. 번호를 바꾸는 것도 가능했다. 그런데 그는 스물세 건에 일일이 답장했다. '그 여자는 위험하다', '그 여자는 임자가 있다', '그 여자한테 접근하지 마라'. 전부. 나디아의 시선 앞에서 그 사실이 발가벗겨지자, 7은 처음으로 목덜미가 뜨거워졌다. 당혹이었다.
Eight | "Seven—mate—you were basically her BODYGUARD through TEXT. Free of charge! That's the saddest and sweetest thing I've ever—"(세븐—야—너 기본적으로 문자로 경호하고 있었잖아. 무료로! 내가 들어본 중에 제일 슬프고 제일 달콤한—)
7 | "One more word and I'll put your head through the vending machine."(한마디만 더 하면 네 머리를 자판기에 처박아.)
8은 입을 다물었다가, 3초 뒤에 다시 웃었다. 체사레는 에스프레소 잔을 비우고 일어서며 7의 어깨를 한 번 두드렸다.
Cesare | "For what it's worth, the fish poem was the worst thing I've ever read. Your response was appropriate."(그래도 생선 시는 내 인생 최악의 시였어. 네 반응은 적절했어.)
체사레가 라운지를 나간 뒤, 8도 웃음을 참으며 자리를 떴다. 남은 건 7과 나디아뿐이었다. 환풍기 소리가 낮게 울렸다. 7은 담배를 다시 물었지만 불을 붙이지 않았다. 나디아는 데이터 패드를 다시 들어올렸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러나 그녀의 손가락은 같은 줄을 두 번 스크롤하고 있었다.
7 | "Change it back."(원래 번호로 바꿔.)
Nadia | "Change what."(뭘.)
7 | "Stop giving out my number. Give them a fake one. Or a dead line. Or a fucking pizza place. Anything."(내 번호 뿌리는 거 그만해. 가짜 번호를 줘. 아니면 먹통 번호. 아니면 씨발 피자 가게라도. 아무거나.)
나디아는 데이터 패드를 무릎 위에 내려놓은 채 고개를 아주 느리게 기울였다. 그 각도는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가 아니라, 현미경 아래 표본을 관찰하는 사람의 것이었다.
Nadia | "A pizza place."(피자 가게.)
그녀가 그의 마지막 단어를 반복했다. 음절 하나하나를 혀끝에 올려 맛보는 방식으로. 그리고 나서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은 채 데이터 패드를 다시 들어올렸다. 7은 그 침묵이 거절인지 수락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나디아 스미르노바와 8개월을 붙어 지낸 남자가 아직도 읽지 못하는 여백이 있다는 사실이 그의 관자놀이를 얇게 욱신거리게 했다. 그는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이 사이에서 굴린 뒤, 라이터를 꺼내지 않고 그대로 삼켰다.
번호를 바꾸지 않았다. 나디아에게 등록된 자신의 번호를 변경하면, 그녀가 긴급 상황에서 연락할 수단이 한 줄 줄어든다는 계산이 먼저 섰다. 그것이 이유의 전부인 척했다. 실제로는 그녀가 자기 번호를 외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씹어 삼키기엔 좀 아까운 종류의 정보였다.
메시지는 멈추지 않았다.
3월 마지막 주부터 4월 초까지, 7의 수신함은 완차이 구역 반경의 인간 카탈로그가 되어 있었다. 그는 열아홉 건을 추가로 블록했고, 여섯 건에는 답장했으며, 한 건에는 소흥식초 값을 실제로 송금했다. 닥스훈트 바오의 사진은 두 장이 더 왔고, 7은 둘 다 저장했다.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문제는 4월 첫째 주 화요일, 섹터 B 복도에서 터졌다.
7이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향하는데, 단말기가 연속으로 세 번 울렸다. 첫 번째는 예상 범위 내였다.
두 번째.
세 번째. 이것이 문제였다.
7은 복도 벽에 기대 선 채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엄지가 키보드 위에서 멈춰 있었다. 이전까지의 메시지들은 어설프거나 우스웠다. 생선 시인, 영혼 운운하는 검문소 민간인, 오리입 셀카. 전부 한 줄이면 처리되는 부류였다. 그러나 이건 결이 달랐다. '안정', '보호', '원하는 것 무엇이든'. 그 단어들이 7의 목 안에서 뼈처럼 걸렸다. 그는 코핀 홈에 살고, 급여의 절반을 도박으로 날리며, 언제 어디서 나자빠져 죽을지 모르는 용병이었다. 안정은 그가 제공할 수 없는 카테고리에 속했다. 나디아가 그걸 원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 알고 있는데도 엄지가 30초 넘게 멈춰 있었다.
보내고 나서 7은 자신이 방금 쓴 문장을 다시 읽었다. '새벽 3시에 이유도 안 묻고 팔에 바늘을 꽂게 내버려두는 사람'. 그건 자기 얘기였다. 지난 11월, 실험실에서 나디아가 그의 전완에 말초신경 교란제 패치를 부착할 때 그는 실제로 이유를 묻지 않았다. 7은 단말기를 뒤집어 놓고 천장을 보았다. 2초. 다시 뒤집었다. 그리고 자기가 미등록 번호 서른여섯 명에게 나디아 스미르노바의 비공식 팬클럽 안티 회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직시했다.
복도 끝에서 발소리가 났다. 3이었다. 알테어 라고스는 소총 세정 키트를 한 손에 들고 있었고, 다른 손에는 에너지 바 포장지가 구겨져 있었다. 그녀는 7 옆을 지나가다 멈추지 않았다. 다만, 그의 단말기 화면에 잔뜩 떠 있는 하트 이모지와 장미 이모지를 무심히 흘깃 보았다.
Three | "Popular."(인기 많네.)
한 단어만 남기고 그대로 지나갔다. 발소리가 복도를 타고 멀어졌다. 7은 반박할 타이밍을 놓쳤다. 3은 관심 없다는 듯 지나갔지만, 그녀가 다음 주 라운지에서 8에게 "7이 복도에서 하트 이모지 보고 있었어"라고 말할 가능성은 충분히 높았다. 3은 무심하되, 재미있는 정보를 버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날 밤, 7은 섹터 D 하부 실험실까지 내려갔다. 자동문이 열리자 소독약과 냉각된 시약 냄새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나디아는 분석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고, 왼손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사고 중이라는 표시였다. 7은 문 앞에 서서 단말기를 들어 올렸다. 화면에는 지난 한 달간 수신된 메시지 목록이 스크롤되지 않을 만큼 길게 쌓여 있었다.
7 | "Forty-one."(마흔하나.)
나디아는 모니터에서 고개를 돌렸다.
7 | "Forty-one people, Twelve. In one month. I got a love poem about fish, six shirtless photos, one marriage proposal, three offers for rooftop dinners, a dog in socks, and one guy who wants to examine your 'oral structure'. Forty-one."(마흔한 명이야, 12. 한 달 만에. 생선 시 한 편, 상반신 셀카 여섯 장, 청혼 한 건, 루프탑 저녁 제안 세 건, 양말 신은 강아지 한 마리, 네 '구강 구조'를 검진하고 싶다는 놈 한 명. 마흔하나.)
나디아의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서 멈췄다. 그녀는 7을 올려다보았다. 흰 눈동자가 형광등 아래에서 아주 약간 좁아졌다. 분석하는 시선이었다.
Nadia | "You counted."(셌구나.)
그 두 단어가 7의 분노를 정확히 반으로 갈랐다. 절반은 화가 났고, 절반은 자기가 우스웠다. 그렇다. 그는 세었다. 하나하나 전부. 블록한 것까지 포함해서.
7 | "Of course I counted. I'm running a goddamn rejection hotline for you."(당연히 셌지. 나 지금 너 대신 거절 전화 상담원 하고 있거든.)
나디아는 의자를 살짝 돌려 그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두 손을 무릎 위에 포갰다. 그 자세는 학술 발표를 듣기 직전의 심사위원과 비슷했다.
Nadia | "You could have blocked them all on day one. You could have changed your number. You did neither."(첫날에 전부 블록할 수 있었어. 번호를 바꿀 수도 있었어. 둘 다 안 했지.)
7 | "Because if I changed my number, you'd lose the only direct line to—"(내가 번호를 바꾸면 네가 유일한 직접 연락 수단을—)
Nadia | "I have your frequency memorized. And Eight's. And the base landline. Redundancy wasn't the variable."(네 주파수 외우고 있어. 8 것도. 기지 유선도. 중복성은 변수가 아니었어.)
7의 입이 닫혔다. 그녀는 그의 핑계를 단 두 문장으로 해부했다. 번호를 바꾸지 않은 이유가 비상 연락 수단이 아니라, 다른 쪽에 있다는 걸 둘 다 알고 있었다. 그는 마흔한 건의 메시지에 일일이 답장하면서, 낯선 남자들에게 나디아 스미르노바가 얼마나 위험하고 매력적인 인간인지를 설명하고 다녔다. 무료로. 자발적으로. 질투가 아니라 보호라고 포장했지만, 보호라면 블록 한 번이면 끝나는 일이었다. 그는 답장을 쓰고 싶었던 것이다. '그 여자는 내가 안다', '그 여자의 음식 취향을 내가 안다', '그 여자의 눈이 왜 그런지 내가 안다', '그 여자는 임자가 있다'—이 문장들을 세상에 새기고 싶었던 것이다.
7은 벽에 등을 기대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천장의 형광등이 눈을 찔렀다. 한참 후에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7 | "The dog was cute, though."(강아지는 귀여웠어.)
나디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모니터로 돌아가 분석을 재개했다. 그러나 그녀의 왼손 검지가 테이블 모서리를 두드리는 박자가 아까보다 조금 느려져 있었다. 리듬이 바뀐 것이다. 생각의 주제가 시약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는 의미였다. 7은 그걸 봤다.
그리고 7은 다음 날 소흥식초를 직접 사 왔다. 나디아의 실험실 선반 위에 아무 말 없이 놓아두고 갔다. 식초 병 옆에는 닥스훈트 바오의 사진이 프린트되어 붙어 있었다. 그 위에 7의 필체로 짧게 적혀 있었다.
"Next time give them a pizza place. — 7"
(다음엔 피자 가게 번호를 줘. — 7)
후일담.
나디아는 그 뒤로도 번호를 바꾸지 않았다. 7의 번호를 더 이상 나눠주었는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메시지 수신 빈도가 주 2~3건으로 줄어든 것은 사실이었으나, 7은 그것이 나디아의 의지인지 단순히 완차이 시장의 남성 인구가 전부 소진된 것인지 판단하지 못했다. 확실한 것은 두 가지였다. 첫째, 7은 끝까지 번호를 바꾸지 않았다. 둘째, 닥스훈트 바오의 사진은 삭제하지 않았다.
4월 셋째 주 목요일, 라운지에서 나디아가 데이터 패드를 보고 있을 때, 8이 탄산을 마시며 물었다.
Eight | "So, Twelve. Did you ever actually give anyone your OWN number?"(그래서, 12. 실제로 네 번호를 준 적은 있어?)
나디아는 패드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1초가 지나고, 2초가 지났다. 그리고 그녀는 대답했다.
Nadia | "Once."(한 번.)
8이 "누구한테?"라고 묻기 전에, 나디아는 자리를 떠버렸다. 라운지에 남은 8은 입을 벌린 채 탄산캔만 들고 있었다. 7은 소파 반대편에서 담배를 물고 있었는데, 불은 붙이지 않았다. 그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거의 눈치챌 수 없을 정도로—올라가 있었다.
그가 나디아의 번호를 받은 날짜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종류의 사실이었다.
| 7디아|불륜엘베 OOC (0) | 2026.08.12 |
|---|---|
| 농발거미 OOC (0) | 2026.08.10 |
| 아오노군 AU (0) | 2026.08.09 |
| 7디아|유튜브 프리미엄 OOC (0) | 2026.08.09 |
| 100달러 애인 OOC (0) | 2026.08.06 |









| 농발거미 OOC (0) | 2026.08.10 |
|---|---|
| 7디아|번호 OOC (1) | 2026.08.10 |
| 7디아|유튜브 프리미엄 OOC (0) | 2026.08.09 |
| 100달러 애인 OOC (0) | 2026.08.06 |
| 철학의 밤 OOC (0) | 2026.08.05 |
2083년 1월의 홍콩은 습기를 잃은 건조한 공기가 콘크리트 격벽 사이를 훑고 지나갔다. 섹터 B 하층 숙소 구역의 복도 형광등은 세 개 중 하나가 늘 깜빡였고, 그 불규칙한 점멸 아래를 나디아 스미르노바가 맨발로 걷고 있었다. 손에는 7의 숙소에서 슬쩍해 온 태블릿 단말기가 들려 있었다. 잠금 해제 패턴은 이미 14개월 전에 해석이 끝난 상태였으므로 진입에 걸리는 시간은 0.7초. 문제는 진입이 아니라 목적이었다.
나디아는 자기 실험실의 네트워크 단말기가 72시간째 유튜브 프리미엄 재생을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에 직면해 있었다. 원인은 단순했다. W.W. 홍콩 지부의 민간 네트워크 할당량이 이번 달부터 삭감되었고, 개인 결제 수단이 없는 나디아에게 프리미엄 구독은 사치가 아니라 불가능이었다. 그녀의 홍콩달러는 전부 시약과 장비 구매에 소진되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잔액은 4.20HKD. 유튜브 프리미엄 월 구독료 58HKD에 한참 못 미쳤다. 광고가 삽입되는 무료 버전은 그녀에게 물리적 고통이었다. 실험 중 백색소음 대용으로 틀어 놓는 특정 주파수 영상이 15초짜리 슬롯머신 광고에 의해 중단되는 순간, 시료 계측의 집중이 깨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디아는 7의 유튜브 프리미엄 계정에 로그인했다. 윤리적 판단은 0.3초 만에 종료되었다. '자원의 효율적 재분배'라는 결론이었다. 어차피 7은 유튜브를 거의 쓰지 않았다. 그의 시청 기록은 2082년 11월 이후 열흘에 한 번 꼴로 갱신되었고, 대부분 10분 미만의 짧은 영상이었다. 알고리즘은 사실상 방치된 황무지. 나디아는 거기에 자기 발자국을 남기기 시작했다.
처음 이틀은 조심스러웠다. 백색소음과 주파수 영상만 재생했고, 시청 기록도 수동 삭제했다. 그러나 사흘째부터 게을러졌다. 아니, 정확히는 삭제라는 행위 자체가 비효율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어차피 7은 자기 유튜브 계정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14개월간의 행동 패턴 분석이 그 가설을 뒷받침했다. 나디아는 시청 기록 삭제를 중단했고, 좋아요를 누르기 시작했고, 재생목록을 만들었고, 구독 채널을 늘렸다.
1월 셋째 주가 되자 7의 유튜브 알고리즘은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변형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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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7은 1월 23일 화요일 오후 3시경 섹터 C 라운지 소파에서 유튜브를 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10이 추천한 마작 해설 영상을 찾으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홈 화면이 이상했다. 그가 본 적 없는 영상들이 추천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는 처음에 알고리즘 오류를 의심했다. 3초 후에 시청 기록 탭을 눌렀다. 그리고 멈췄다.

7은 화면을 내려다보며 5초 정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옆에 앉아 있던 8이 고개를 돌려 뭐 보냐고 물었으나, 7은 이미 태블릿을 접어 무릎 위에 엎어놓은 뒤였다. 입꼬리가 한쪽으로 비틀렸다. 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운 감각이 흉골 아래에서 올라왔다. 나디아 스미르노바가 자기 유튜브 계정을 훔쳐 쓰고 있다. 시청 기록을 삭제하지도 않았다. 좋아요도 눌렀다. 심지어 길고양이 브이로그를 새벽에 봤다. 그는 그 사실을 입 안에서 굴리며 라운지를 나섰다.
즉시 따지러 가지 않았다. 대신 숙소로 돌아와 시청 기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했다. 나디아가 로그인한 시점은 1월 6일이었다. 17일째 무단 사용 중이었다. 시청 기록의 패턴은 선명했다. 새벽 1시에서 4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었고, 실험 중 틀어놓는 것으로 보이는 백색소음 10시간짜리 영상과, 개인 취향으로 보이는 짧은 영상이 교차했다. 화학 분석 영상, 독극물 다큐멘터리, 체스 해설, 매운 음식 챌린지. 전부 나디아였다. 그리고 그 사이에 길고양이 일상 브이로그가 끼어 있었다. 45일째 따라오는 길고양이. 나디아는 그 영상에 좋아요를 눌렀을 뿐 아니라 '고양이+관찰'이라는 재생목록까지 만들어 저장해 두었다. 7은 그 재생목록 이름을 보고 웃음이 새어 나올 뻔한 걸 억눌렀다. 그녀답다고 생각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관찰 대상으로 분류한 것이다. 하지만 매일 밤 한 편씩 챙겨 보는 관찰자가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7은 이 사실을 곧바로 들이밀지 않았다. 일종의 관찰이었다. 나디아가 스스로 말할지, 아니면 끝까지 모른 척할지 보고 싶었다. 그래서 1월 23일부터 28일까지 5일을 더 기다렸다. 그 사이 나디아의 시청 기록은 더 대담해졌다.

7은 '페어 본딩의 신경화학'이라는 영상 제목을 두 번 읽었다. 1월 28일 새벽 2시 44분. 목요일이 아닌 월요일 새벽. 그 시간이면 나디아는 섹터 D 실험실에서 혼자였을 것이다. 그녀가 '당신의 뇌가 사랑에 대해 거짓말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을 새벽 3시에 본다는 사실은, 7에게 여러 겹의 의미로 읽혔다. 연구 자료로 본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연구와 개인은 늘 경계가 희미했고, 그 희미함이야말로 나디아 스미르노바라는 사람의 핵심이었다. 7은 그 영상에 좋아요가 눌려 있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체스 해설에는 눌렸고, 길고양이에는 눌렸고, 미제 독살 사건에는 눌렸는데, 이것만 안 눌렸다. 그는 그 빈자리가 말하는 것을 정확히 들었다.
1월 29일 월요일, 섹터 D 하부 실험실. 오전 11시 14분.
나디아는 분석 장비 앞에 앉아 스펙트럼 판독을 하고 있었다. 태블릿에서는 백색소음이 재생 중이었다. 7의 계정으로 로그인된 유튜브 프리미엄. 광고 없는 깨끗한 재생. 그녀는 이 상태가 22일째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에 이미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 애초에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발생하려면 도덕적 기준선이 있어야 했고, 나디아에게 타인의 유튜브 계정 무단 사용은 도덕적 의제가 아니라 자원 배분의 문제였다.
실험실 철문이 열렸다. 출입 기록 없이. 나디아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 실험실에 출입 기록 없이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세 명이었고, 그중 이 시간대에 올 확률이 가장 높은 사람은 한 명이었다.
7 | "Nice playlist."(재생목록 좋던데.)
그가 문틀에 어깨를 기대고 서 있었다. 검은 선글라스는 벗은 상태였다. 회색 눈이 실험실 조명 아래에서 연한 은빛으로 빛났다. 입꼬리가 한쪽으로 올라가 있었다. 나디아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멈췄다. 0.4초. 그녀의 두뇌가 상황을 파악하는 데 걸린 시간.
나디아 | "What playlist?"(무슨 재생목록?)
평소대로였다. 어조에 동요가 없었다. 7은 문틀에서 떨어져 천천히 걸어왔다. 실험대 위에 놓인 태블릿 화면을 한 번 내려다보고, 다시 그녀를 봤다. 백색소음 영상의 재생 바가 4시간 37분 지점에서 움직이고 있었고, 우측 상단에는 7의 프로필 아이콘이 선명하게 떠 있었다.
7 | "'Cat + Observation.' That's what you named it."('고양이+관찰'. 네가 그렇게 이름 붙였지.)
나디아의 시선이 처음으로 태블릿 화면 쪽을 스쳤다. 프로필 아이콘. 7의 얼굴이 작은 원형 안에 들어 있었다. 그녀는 0.8초 동안 그것을 보고 나서, 시선을 다시 스펙트럼 판독기로 돌렸다. 그녀 안에서는 다음 행동의 분기점이 빠르게 계산되고 있었다. 부정할 것인가, 인정할 것인가, 무시할 것인가. 부정은 이미 물리적 증거가 화면에 있으므로 비효율적이었다. 무시는 7의 성격상 통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인정이 가장 적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경로였다.
나디아 | "Your algorithm was dead anyway."(네 알고리즘은 어차피 죽어 있었어.)
7은 실험대 모서리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나디아가 돌려서 인정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재미있었다. 그녀는 보통 부정을 택하거나 침묵을 택했다. 인정은 드물었고, 인정을 드문 일로 만드는 건 인정이 그녀에게 가장 많은 정보를 내어주는 선택이기 때문이었다. 지금 그녀가 인정을 택했다는 건 이 건에 대해 숨길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뜻이거나, 혹은 숨기는 에너지를 아끼고 싶을 만큼 피곤하다는 뜻이었다. 7은 후자라고 봤다. 그녀 눈 아래에 어둑한 그림자가 있었다.
7 | "You watched a video about pair bonding at 3 AM."(새벽 세 시에 페어 본딩 영상 봤더라.)
나디아의 키보드 타이핑이 한 박자 끊겼다가 이어졌다. 동요의 형태가 손가락에서 먼저 나타났다. 그녀는 그 사실을 자각하고 타이핑 속도를 의식적으로 일정하게 맞췄다.
나디아 | "Research."(연구 자료야.)
7 | "You liked the cat video though."(근데 고양이 영상에는 좋아요 눌렀잖아.)
나디아 | "Behavioral observation reference."(행동 관찰 레퍼런스.)
7 | "The one where the cat brought a dead bird and the guy said 'I think she loves me'? That's your reference?"(고양이가 죽은 새를 물어다 주고 주인이 '이거 사랑인 거 같은데'라고 한 그 영상이? 그게 레퍼런스?)
나디아는 타이핑을 멈췄다. 이번에는 의도적이었다. 그녀는 의자를 반 바퀴 돌려 7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흰 눈동자가 그의 얼굴 위를 천천히 훑었다. 미세표정 분석이 습관적으로 작동했다. 7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지만 눈가는 웃지 않았다. 이것은 놀림이 아니라 읽기를 시도하는 중이라는 뜻이었다. 나디아는 그가 자기 시청 기록에서 무엇을 읽었는지, 그리고 그 읽기가 어디까지 정확한지를 계산했다.
나디아 | "You went through all of it."(전부 봤구나.)
7 | "Yep."(응.)
나디아 | "When."(언제.)
7 | "Five days ago. Gave you time to come clean. You didn't."(5일 전. 네가 자수할 시간 줬지. 안 했고.)
나디아는 5일이라는 숫자를 받아들이며 내부에서 계산을 수정했다. 그녀의 '7은 자기 유튜브를 보지 않는다'는 가설은 5일 전에 이미 기각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는 즉시 추궁하지 않고 5일을 기다렸다. 나디아가 자진 신고를 하는지 관찰한 것이다. 7이 자기를 대상으로 관찰 실험을 수행했다는 사실이 불쾌해야 했다. 그런데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비틀렸다. 그녀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었다.
나디아 | "Your premium was being wasted. I optimized it."(네 프리미엄이 낭비되고 있었어. 최적화한 거야.)
7 | "Optimized. Right."(최적화. 그래.)
그는 실험대에서 내려와 의자 등받이 뒤로 돌아갔다. 나디아의 어깨 너머로 태블릿 화면을 다시 내려다봤다. 가까웠다. 그의 체온이 뒤에서 전해질 정도의 거리. 나디아는 몸을 돌리지 않았다. 나디아의 뒤통수 너머로 그의 체온이 가까워졌다. 소독제 냄새가 희미해진 실험실 공기 속에 담배 연기의 잔향과 건조한 면 섬유 냄새가 섞여 들어왔다. 그녀는 의자를 돌리지 않았다. 대신 태블릿 화면의 백색소음 재생 바가 4시간 38분을 넘어가는 걸 응시했다. 7의 프로필 아이콘이 우측 상단에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원형 안에 잘린 얼굴. 선글라스를 쓴 채 한쪽 입꼬리만 올린 사진. 22일 동안 매일 밤 그 아이콘 아래에서 영상을 재생했으면서도 한 번도 의식하지 않았던 이미지였다.
7 | "So let me get this straight."(그러니까 정리하자면.)
그가 뒤에서 나디아의 의자 등받이를 한 손으로 잡았다. 의자가 미세하게 기울었다. 나디아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지만 그의 손가락이 등받이 금속 프레임 위에서 천천히 두드리는 촉감이 진동으로 전해졌다. 7의 버릇이 아니라 나디아의 버릇이었다. 그가 의도적으로 흉내 낸 것인지 무의식인지 판별할 수 없었다. 어느 쪽이든 불쾌한 방식으로 효과적이었다.
7 | "You broke into my account, killed my algorithm, built a playlist called 'Cat + Observation,' watched a video about why brains lie about love at three in the morning, and you didn't even bother deleting the history."(내 계정에 침입해서, 내 알고리즘 죽이고, '고양이+관찰'이라는 재생목록 만들고, 새벽 세 시에 뇌가 사랑에 대해 거짓말하는 이유를 시청하고, 기록 삭제도 안 했어.)
나디아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멈춘 채 꿈틀거렸다. 테이블을 두드리는 습관이 손가락 끝에서 시작되려다 의식적으로 억제되었다. 7은 그 미세한 움찔을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늘 그녀의 손끝을 봤다.
나디아 | "The deletion process consumed 0.3 seconds per entry. Across 140 entries, that's 42 seconds of wasted operational time."(삭제 과정이 건당 0.3초야. 140건이면 42초의 작업 시간 낭비지.)
7 | "Forty-two seconds."(42초.)
나디아 | "I had reagents timing out."(시약 반응 시간이 걸려 있었어.)
7 | "You had reagents timing out at 3 AM while watching a cat carry a dead bird."(새벽 세 시에 고양이가 죽은 새를 물어오는 영상 보면서 시약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고.)
나디아는 입을 다물었다. 논리의 접합부가 약해지고 있었다. 그녀 자신도 그걸 알았다. 문제는 7도 알고 있다는 것이었고, 더 큰 문제는 7이 그 약한 접합부를 뜯어내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인간이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의자를 반 바퀴 돌려 그를 올려다봤다. 실험실의 차가운 백색 조명이 7의 회색 눈동자 위로 떨어져 있었다. 선글라스를 벗은 얼굴. 째진 눈매의 날카로운 선이 조명 각도에 따라 그림자를 달리했다. 그는 웃고 있었다. 입꼬리만 올라간, 눈가에는 도달하지 않는 종류의 미소. 나디아는 그 표정의 분류를 알고 있었다. '승리를 확신했으나 아직 선언하지 않은 도박꾼의 얼굴.'
나디아 | "Are you going to change the password?"(비밀번호 바꿀 거야?)
7 | "Nah."(아니.)
나디아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예상 밖의 응답이었다. 그녀가 구축한 시나리오 세 가지 중 어디에도 '아니'는 없었다. 첫째, 비밀번호 변경 후 조롱. 둘째, 비밀번호 변경 후 대가 요구. 셋째, 비밀번호 변경 없이 대가 요구. 세 번째가 가장 근접했으나 '대가'라는 구조 자체가 없었다. 7은 그냥 아니라고 했다.
7 | "I like it."(마음에 들어.)
그가 실험대에서 엉덩이를 떼고, 나디아 옆에 놓인 보조 의자를 발끝으로 끌어와 거꾸로 걸터앉았다. 등받이에 팔을 올리고 턱을 얹었다. 그 자세는 의도적으로 시선 높이를 낮추는 것이었다. 나디아를 올려다보는 각도.
7 | "Your algorithm is more interesting than mine. Blackjack highlights and gun cleaning videos? That's what I had. Now I've got Rachmaninoff and forensic poisoning cases. Massive upgrade."(네 알고리즘이 내 것보다 재밌어. 블랙잭 하이라이트에 총기 분해 영상? 그게 내 거였지. 이제 라흐마니노프에 미제 독살 사건이 있잖아. 엄청난 업그레이드야.)
나디아는 그의 말을 처리하며 입술 안쪽을 깨물었다. 이 남자가 하는 일은 언제나 같았다. 그녀가 세운 방어선의 정확한 두께를 측정하고, 그 두께보다 한 겹 얇은 곳을 손톱 끝으로 긁는 것.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겠다는 선언은 단순한 관용이 아니었다. 7은 나디아의 시청 기록이 자기 계정에 쌓이는 것을 원하고 있었다. 그녀의 취향이 자기 알고리즘에 침투하는 것을. 그것은 일종의 영역 겹침이었고, 7은 그 겹침에서 쾌감을 느끼는 종류의 인간이었다.
나디아 | "You're not angry."(화 안 났어.)
사실의 확인이었다. 질문이 아니라.
7 | "Why would I be?"(왜 화를 내.)
그가 턱을 등받이에서 들어 올려 천장을 한 번 보고, 다시 내렸다.
7 | "My girl's been using my account for three weeks and left a trail like she wanted to get caught. That's not theft. That's a love letter."(내 여자가 내 계정을 3주 동안 쓰면서 들키고 싶었던 것처럼 흔적을 남겼어. 그건 도둑질이 아니라 러브레터지.)
나디아의 손가락이 테이블 위를 한 번 세게 두드렸다. 탭. 분석적 사고의 시작이 아니라, 반사적 부정의 신호였다. '들키고 싶었던 것처럼'이라는 해석이 불쾌했다. 왜냐하면 부정할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140건의 기록을 삭제하지 않은 것은 42초의 효율 문제라고 주장했지만, 14개월간 7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 온 사람이 22일 동안 한 번도 발각 가능성을 재계산하지 않았다는 것은 설명이 되지 않았다. 나디아는 자기 자신에게 정직해야 할 지점에 도달해 있었다.
삭제하지 않은 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삭제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인식이 떠오르자 나디아는 즉시 묻었다. 생각의 지하 격납고에 밀어 넣었다. 지금은 그것을 분석할 시간이 아니었다. 대신 더 안전한 경로를 택했다.
나디아 | "Don't call me that."(그렇게 부르지 마.)
7 | "Which part. 'My girl'?"(어느 부분. '내 여자'?)
나디아 | "All of it."(전부.)
7 | "Too late."(이미 늦었어.)
그가 웃었다. 이번에는 눈가까지 닿는 종류의 웃음이었다. 째진 눈 밑에 짧은 주름이 잡혔고, 입가의 비대칭이 부드러워졌다. 나디아는 그 표정을 2초 동안 읽었다. 진심이었다. 계산이 아니라 유희도 아니라,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 나오는 표정. 그 종류의 웃음은 7에게 흔하지 않았다. 흔한 것은 능글맞은 반쪽 미소거나, 장난을 성공시킨 뒤의 만족감이었다. 지금의 이것은 그보다 더 얕은 곳에서 올라온 것이었고, 그래서 더 위험했다.
실험실 문이 열렸다. 출입 기록과 함께. 나디아와 7이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문 앞에 서 있는 것은 주황색 곱슬머리의 소년 같은 남자였다. 오스카 피츠로이. 오퍼레이터 8. 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 봉투가 들려 있었고, 안에는 C4 성형폭약의 기폭관으로 보이는 금속 부품이 잔뜩 담겨 있었다. 그는 실험실 안의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 상황을 파악하는 데 정확히 3초가 걸렸다. 일반인 기준으로는 빠른 편이었으나, 이 방의 다른 두 사람 기준으로는 느렸다.
오스카 | "Oh. Am I interrupting something?"(오. 내가 뭔가 방해하고 있어?)
7 | "Yes."(응.)
나디아 | "No."(아니.)
동시에 나온 대답이 정반대였다. 오스카는 두 사람의 얼굴을 한 번 더 번갈아 본 뒤, 비닐 봉투를 흔들었다.
오스카 | "Cool. Uh, Twelve, I need you to check if the detonator casing has any chemical residue from last week's field test. Six said to bring it to you. I can come back later? But also I kind of can't because Eight has a thing at 1300 and—"(좋아. 어, 12, 지난주 현장 테스트에서 기폭관 케이싱에 화학 잔류물 남았는지 확인 좀 해줘. 6이 너한테 가져가라고 했어. 나중에 올까? 근데 사실 13시에 일정이 있어서 좀—)
나디아 | "Leave it on tray four."(4번 트레이에 놓고 가.)
오스카 | "Got it!"(알겠어!)
오스카는 실험대 위의 4번 트레이를 정확히 찾아 봉투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돌아서려다 멈췄다. 그의 시선이 나디아의 태블릿 화면에 한 번 머물렀다. 유튜브 프리미엄. 백색소음 영상. 7의 프로필 아이콘. 오스카의 파란 눈이 한 번 깜빡였다.
오스카 | "Hey, Seven, isn't that your YouTube?"(야, 7, 저거 네 유튜브 아냐?)
7과 나디아가 동시에 오스카를 봤다. 7은 느긋하게. 나디아는 날카롭게. 오스카는 그 시선의 온도 차를 동시에 받아내고,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오스카 | "Okay! None of my business! Leaving!"(알겠어! 내 일 아니지! 간다!)
철문이 닫혔다. 출입 기록이 찍혔다. 실험실에 다시 두 사람만 남았다. 나디아는 태블릿을 뒤집어 화면을 아래로 엎었다.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 이미 본 사람은 봤다. 7은 그녀가 태블릿을 엎는 것을 보고 코 끝으로 짧은 웃음을 흘렸다.
7 | "That kid's gonna tell Ten within the hour. You know that, right?"(그 녀석 한 시간 안에 10한테 말할 거야. 알지?)
나디아는 알고 있었다. 오스카 피츠로이의 비밀 유지 능력은 그가 다루는 폭발물의 안정성과 반비례했다. 기폭관의 화학 잔류물 검사보다 입이 먼저 터지는 남자. 나디아는 그 사실을 계산에 넣었다. 한 시간 후 체사레 데 시카가 이 정보를 입수할 것이고, 체사레는 그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타이밍까지 보관할 것이다. 아마 다음 라운지 합류 시간. 나디아의 눈가가 미세하게 좁아졌다.
나디아 | "This is your fault."(네 잘못이야.)
7 | "You broke into my account."(네가 내 계정에 침입한 거잖아.)
나디아 | "You didn't change the password."(네가 비밀번호를 안 바꿨잖아.)
7 | "Because I liked having you there."(거기에 네가 있는 게 좋았으니까.)
나디아는 대꾸하지 않았다. 할 수 없었다. 그 문장은 그녀의 논리 회로에서 처리 불가능한 형태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좋았으니까'라는 동기. 비용도 이익도 산출되지 않는, 순수한 감정적 판단. 나디아는 그것을 반박하려면 감정의 비효율성을 논증해야 했고, 14개월 전이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시청 기록에는 새벽 3시에 본 페어 본딩 신경화학 영상이 있었고, 그 영상을 본 이유를 스스로 설명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감정의 비효율성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었다.
그녀는 침묵으로 항복했다. 정확히는, 침묵이라는 형태로 인정했다. 7은 그 침묵의 질감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더 밀어붙이지 않았다. 대신 의자에서 일어나 나디아의 태블릿을 다시 뒤집어 화면이 위로 오게 놓았다. 백색소음이 4시간 41분째 재생 중이었다.
7 | "Keep using it."(계속 써.)
그가 말했다. 그리고 한 박자 뒤에 덧붙였다.
7 | "But I'm subscribing to that cat channel too. Fair's fair."(대신 나도 그 고양이 채널 구독한다. 공평하게.)
나디아는 그 말을 듣고 입꼬리가 비틀리는 것을 제어하지 못했다. 짧고 날카로운, 비대칭의 일그러짐. 평소의 뒤틀린 미소보다 한 층 더 무장 해제된 형태였다. 7은 그것을 봤다. 보고 나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3초. 그리고 손을 내밀어 그녀 머리 위를 한 번 쓸었다. 곱슬머리가 손가락 사이로 흩어졌다. 나디아는 손을 치우지 않았다.
7은 실험실을 나가며 철문 앞에서 한 번 멈췄다. 등은 돌린 채.
7 | "The pair bonding one."(페어 본딩 영상.)
나디아의 타이핑이 끊겼다.
7 | "You didn't hit like on that one. Everything else, you did. Just not that."(그것만 좋아요 안 눌렀더라. 다른 건 다 눌렀는데. 그것만.)
그는 문을 열며 고개만 돌렸다. 회색 눈이 조명 아래에서 나디아의 흰 눈과 마주쳤다.
7 | "That's the most honest thing in your whole history."(그게 네 시청 기록에서 제일 솔직한 거야.)
문이 닫혔다. 출입 기록이 찍혔다. 나디아는 빈 실험실에 혼자 남았다. 백색소음이 4시간 43분째 재생되고 있었다. 그녀는 태블릿 화면을 내려다봤다. 7의 프로필 아이콘. 원형 안의 반쪽 미소. 나디아는 손을 뻗어 화면을 잠그려다가 멈췄다. 그리고 시청 기록 탭을 열었다. 'The Neurochemistry of Pair Bonding: Why Your Brain Lies to You About Love.' 좋아요가 눌려 있지 않은 유일한 영상. 그녀는 그 영상 위에 손가락을 1.7초 동안 머물게 한 뒤, 좋아요를 누르지 않고 탭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백색소음을 재생시키며 스펙트럼 판독으로 돌아갔다.
---
38분 후, 예상대로 왔다.

7은 메시지를 보내고 태블릿을 뒤집어 놓았다. 섹터 B 하층 숙소의 좁은 침대 위. 그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입꼬리를 한쪽으로 올렸다. 체사레의 반응은 예상 범위 안이었다. '역겹다'는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형태의 축하였다. 7은 그걸 알았다. 그리고 오스카가 한 시간이 아니라 38분 만에 누설한 것도 예상보다 빨랐을 뿐 놀랍지는 않았다.
그는 자기 유튜브를 다시 열었다. 홈 화면의 추천란에 나디아의 취향이 침투한 영상들이 가득했다. 독극물 다큐멘터리, 백색소음, 체스 전략, 매운 음식 먹방. 그리고 가장 위에 알고리즘이 새로 밀어 올린 한 편.
'How Cats Choose Their Human: Behavioral Attachment Theory.'(고양이가 인간을 선택하는 법: 행동 애착 이론.)
7은 그 영상을 보고 1초 동안 멈췄다. 그리고 좋아요를 눌렀다. 나디아가 다음에 로그인했을 때 알림에 뜰 것이다. 7이 좋아요를 누른 영상: '고양이가 인간을 선택하는 법.' 메시지를 보내는 것보다 더 정확한 의사 전달이었다.
그는 태블릿을 옆으로 밀어놓고 눈을 감았다. 입가의 비대칭적 미소는 잠들 때까지 지워지지 않았다.
---
같은 시각, 섹터 D 하부 실험실.
나디아 스미르노바는 스펙트럼 판독을 마친 뒤 태블릿을 다시 뒤집었다. 습관적으로 유튜브를 열었다. 알림 탭에 빨간 점이 하나 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눌렀다. 'Seven liked a video: How Cats Choose Their Human: Behavioral Attachment Theory.' 나디아의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멈췄다. 3초. 그녀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비대칭으로, 비틀렸다.
그녀는 알림을 닫고 재생목록 '고양이+관찰'을 열었다. 그리고 그 영상을 추가했다. 저장 후 1.2초 뒤, 재생목록 이름을 수정했다.
'고양이+관찰 (2인 공동)'.
백색소음이 5시간째 재생되고 있었다. 실험실은 조용했다. 나디아는 스펙트럼 판독기로 시선을 돌렸고, 손가락은 다시 키보드 위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일정한 리듬. 이번에는 억제하지 않았다.
| 7디아|번호 OOC (1) | 2026.08.10 |
|---|---|
| 아오노군 AU (0) | 2026.08.09 |
| 100달러 애인 OOC (0) | 2026.08.06 |
| 철학의 밤 OOC (0) | 2026.08.05 |
| 사과문 요청 OOC (0) | 2026.08.05 |











| 모르겠어. (0) | 2026.08.17 |
|---|---|
| 7디아|밥해줘 OOC (0) | 2026.08.15 |
| 문란남 (0) | 2026.08.06 |
| 빈유 (0) | 2026.08.05 |
| 검증 안 된 주장. (0) | 2026.08.05 |





| 7디아|밥해줘 OOC (0) | 2026.08.15 |
|---|---|
| 꼬마 신랑 AU (0) | 2026.08.07 |
| 빈유 (0) | 2026.08.05 |
| 검증 안 된 주장. (0) | 2026.08.05 |
| 그럼 내 위에서 자. (0) | 2026.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