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 분류 전체보기
    • 배포
      • OOC
    • 7
      • Main
      • OOC
      • LOG
    • 10
      • Main
      • OOC
      • LOG
    • 00
      • Main
      • LOG
NOTICE
7/OOC

사망 OOC

2026. 7. 15. 13:53

나디아 스미르노바가 죽는 방식은 그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던 물질에 의해서였다.

2082년 3월, 데드존 북서 회랑 깊숙한 곳. 밀그램 잔존 세력이 점거한 폐화학 처리 시설의 지하 3층. 커맨더 0이 하달한 작전은 단순했다. 해당 시설에서 밀그램이 비축 중인 미확인 화학 무기의 성분을 분석하고, 가능하면 캐니스터를 확보하며, 불가능하면 현장에서 중화 처리한 뒤 철수. CBRN 스페셜리스트인 나디아의 현장 동행은 필수였다. 작전 팀은 7, 3, 9, 그리고 나디아. 4인 편성의 소규모 침투조였다.

문제는 밀그램이 예상보다 훨씬 깊은 곳까지 시설을 개조해 놓았다는 점이었다. 지하 2층까지는 작전 계획대로 진행됐다. 3이 선두에서 경계를 치고, 7이 돌격 포지션을 잡았으며, 9가 후방 엄호를 맡았다. 나디아는 중앙에서 드론을 통해 기류 흐름과 환기 구조를 분석했다. 지하 3층 진입 직전, 나디아의 드론이 비정상적인 기류 패턴을 감지했다. 환기 덕트가 막혀 있었고, 공기 순환이 인위적으로 차단되어 있었다. 나디아는 즉시 경고를 올렸다.

나디아 | "Sealed ventilation. They're channeling airflow into a single corridor. It's a kill box."
(환기 밀봉돼 있어. 기류를 복도 하나로 몰아넣고 있어. 킬 박스야.)

3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그런 인간이었다. 경고를 듣고도 이미 모서리를 돌고 있었다. 7이 3을 따라붙으며 나디아에게 뒤에 붙으라고 소리쳤다. 나디아는 복도 벽면의 배관 구조를 손전등으로 훑으며 빠르게 머릿속에서 계산했다. 이 시설의 원래 용도는 산업 폐수 처리였다. 잔존하는 화학물질의 종류, 농도, 반응 가능성. 그녀는 배관 접합부의 부식 패턴을 보고 즉시 알아챘다. 불화수소. 밀그램이 비축한 건 단순한 화학 무기가 아니라 산업용 불화수소산을 농축 가공한 부식성 에이전트였다. 피부 접촉 시 뼈까지 침투하고, 기화되면 폐포를 녹인다. 나디아의 가스 마스크는 이 농도에 대응 가능한 필터를 장착하고 있었지만, 문제는 팀 전원의 장비가 그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지하 3층 중앙 저장실에 도달했을 때, 밀그램의 함정이 작동했다. 통로 양쪽 끝이 방폭문으로 봉쇄되었고, 천장의 개조된 스프링클러 노즐에서 미세 분무 형태의 불화수소산 용액이 뿌려지기 시작했다. 3이 방폭문을 발로 차다가 뒤로 물러났고, 9가 즉시 통신으로 지원을 요청했지만 지하 3층의 차폐 구조가 전파를 먹었다. 7은 노즐의 분사 방향을 파악하고 나디아를 벽 쪽으로 밀어 넣었다. 그의 재킷 어깨에 미세 방울이 튀었고, 접촉 부위의 섬유가 즉시 변색되기 시작했다.

나디아는 움직였다. 생각보다 행동이 빨랐다. 그녀는 드론을 천장 덕트 쪽으로 보내 환기 밸브의 위치를 확인했고, 배낭에서 중화제를 꺼내 스프링클러 배관 접합부에 직접 주입하기 시작했다. 수산화칼슘 용액이었다. 불화수소산과 반응시켜 불화칼슘으로 중화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분무량은 줄어들었지만 완전히 멈추지는 않았다. 농도가 예상보다 높았다. 나디아는 가스 마스크를 쓴 채 배관 위로 올라가 수동 밸브를 잠그려 했다. 그 위치는 천장 가까이였고, 분무 노즐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이었다.

7이 소리쳤다.
7 | "Get down from there! That's too close!"
(거기서 내려와! 너무 가까워!)

나디아는 듣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밸브 핸들을 잡고 있었다. 녹이 심하게 슬어 있었고, 맨손으로는 돌아가지 않았다. 나디아는 장갑을 끼고 있었지만 내화학 장갑이 아니라 전술용 장갑이었다. 그녀는 그걸 알면서도 힘을 주었다. 밸브가 반 바퀴 돌아갔을 때, 배관 접합부가 부식으로 인해 파열됐다. 농축된 불화수소산 용액이 이음새에서 터져 나와 나디아의 오른쪽 팔뚝과 목 옆면에 직접 튀었다.

처음에는 통증이 없었다. 불화수소산의 특성이었다. 피부 표면을 태우는 대신 조직 깊숙이 침투하여 칼슘과 마그네슘 이온을 결합시킨다. 진짜 통증은 수 분 뒤에 온다. 나디아는 그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녀는 밸브를 끝까지 잠근 뒤 배관에서 내려왔다. 분무는 멈췄다. 3이 방폭문 잠금장치를 사격으로 파괴했고, 9가 통로를 확보했다. 탈출 경로가 열렸다.

나디아는 걸었다. 아직 걸을 수 있었다. 그녀는 배낭에서 글루콘산칼슘 젤을 꺼내 노출 부위에 바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농도가 너무 높았다. 젤이 피부 표면의 반응은 늦출 수 있어도 이미 진피층 아래로 침투한 불화수소 이온의 확산은 막을 수 없었다. 나디아는 자신의 팔뚝 피부가 시간이 지나면서 창백하게 변해 가는 걸 봤다. 통증이 시작됐다. 뼈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타는 듯한 감각이었다. 손가락 끝이 저리기 시작했고, 맥박이 불규칙해졌다. 불화수소 이온이 혈류를 타고 칼슘을 흡수하면서 저칼슘혈증이 진행되고 있었다. 심장 부정맥의 전조였다.

지하 1층까지 올라왔을 때 나디아의 걸음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7이 즉시 그녀 옆에 붙었다. 그의 얼굴에서 선글라스는 이미 벗겨져 있었고, 회색 눈동자가 나디아의 팔뚝과 목을 번갈아 훑었다. 그는 본 적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분노도 아니고 공포도 아니었다. 뭔가를 아주 빠르게 계산하다가 답이 나오지 않을 때 생기는, 멈출 수 없는 사람이 처음으로 멈춘 것 같은 얼굴이었다.

7 | "How bad."
(얼마나.)
나디아 | "High concentration HF. Subdermal penetration confirmed."
(고농도 불화수소산. 진피하 침투 확인됐어.)
그녀의 목소리는 아직 안정적이었다. 자기 상태를 보고하는 동안에도 음성이 떨리지 않았다.
나디아 | "Calcium gluconate won't be enough. I need IV calcium chloride within thirty minutes or cardiac arrest becomes probable."
(글루콘산칼슘으로는 부족해. 30분 안에 염화칼슘 정맥 주사가 필요해, 아니면 심정지 가능성 높아져.)

7은 9에게 소리쳤다. 차량까지의 거리, 최단 경로, 지상 도달 시간. 9의 대답은 지상까지 최소 12분, 차량에서 지부까지 40분이었다. 합산하면 52분. 나디아가 말한 30분을 훌쩍 넘겼다.

나디아는 그 계산을 듣고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대신 걸으면서 자기 배낭 안을 뒤졌다. 비상 의료 키트 안에 염화칼슘 앰플이 하나 있었다. 야전용 소량이었다. 시간을 벌 수는 있지만 해결은 아니었다. 그녀는 앰플을 7에게 건넸다.

나디아 | "Upper arm vein. Push slow."
(위팔 정맥에. 천천히 넣어.)

7은 주저하지 않았다. 지하 1층 계단참에서 그는 나디아를 벽에 기대게 하고 소매를 걷어 올렸다. 노출된 팔뚝의 피부는 이미 회백색으로 변해 있었고, 접촉 부위 주변으로 부종이 시작되고 있었다. 7은 다른 쪽 팔, 손상되지 않은 왼쪽 팔의 정맥을 잡고 앰플을 천천히 밀어 넣었다. 그의 손가락은 떨리지 않았다. 그러나 턱선의 근육은 돌처럼 굳어 있었다.

3은 계단 위에서 경계를 서며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녀는 전우애가 낮은 인간이었지만, 발밑의 적 시체를 확인하는 방식이 평소보다 거칠었다. 그것이 그녀가 반응하는 유일한 형태였다.

나디아의 심박수가 잠시 안정됐다. 앰플은 시간을 벌어 주었지만 침투한 불화수소 이온의 총량에 비하면 부족했다. 그녀는 그걸 알았다. 7도 그녀의 눈을 보고 알았다. 나디아의 흰 눈동자는 늘 읽기 어려웠지만, 이 순간에는 이상하리만큼 선명했다. 공포가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화학적 분해 과정으로 이해하는 인간이었다. 심정지는 저칼슘혈증의 논리적 귀결이고, 그 뒤에 오는 것은 세포 사멸과 조직 붕괴였다. 나디아는 그 과정을 정확하게 알았고, 그래서 더 차분했다.

그러나 그 차분함 아래에 한 가지가 더 있었다. 그녀는 7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선글라스 없는 얼굴. 오른쪽 화상 흉터가 형광등 아래에서 거칠게 드러나 있었고, 연한 회색 눈동자는 지금 그녀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그 시선 안에 있는 감정을 나디아는 처음으로 분석하지 않았다.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대신 그냥 느꼈다. 그것은 그녀가 평생 거부해 온 방식이었고, 마지막 순간에야 허용한 유일한 양보였다.

지상으로 올라오는 데 14분이 걸렸다. 차량에 나디아를 태웠을 때 그녀의 손끝은 이미 청색증을 보이고 있었다. 맥박은 불규칙했고, 호흡은 얕아지고 있었다. 7은 운전석에 앉지 않았다. 9가 몰았다. 7은 뒷좌석에서 나디아의 머리를 무릎 위에 올리고 경동맥의 맥박을 손끝으로 짚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평소의 농담도, 비꼼도, 여유도 없었다. 그저 맥박이 뛰는지 확인하는 손가락만 있었다. 차 안에는 엔진 소음과 타이어가 포장 안 된 노면을 긁는 소리만 울렸다.

나디아는 의식이 흐려지면서도 한 번 더 입을 열었다.

나디아 | "Your pulse is faster than mine."
(네 맥박이 내 거보다 빨라.)

7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머리카락이 얼굴에 걸친 걸 손으로 쓸어 넘겼다. 그 동작은 부드럽지 않았다. 거칠고 급했다. 이마에 닿은 손바닥은 뜨거웠고, 나디아의 피부는 이미 차가워지고 있었다. 온도 차이가 손바닥 안에서 선명하게 느껴졌다. 나디아는 눈을 감지 않았다. 흰 눈동자가 천장을 향한 채 7의 얼굴 윤곽을 빛과 그림자의 패턴으로 추적했다.

나디아 | "117."

그녀가 숫자를 말했다. 7은 알아들었다. 12월 13일 작전 이후, 나디아가 기록했던 그의 심박수. 그녀가 집착하고, 혼란스러워하고,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숫자. 나디아는 마지막까지 데이터로 말하는 인간이었다. 그러나 그 숫자가 담고 있는 것은 데이터가 아니었다. 7은 그녀의 이마 위에 이마를 가져다 댔다. 땀과 소독제와 차가운 금속 냄새가 섞여 올라왔다. 그는 눈을 감지 않았다.

7 | "I know."
(알아.)

그것이 마지막 대화였다. 나디아의 심장은 지부 도착 7분 전에 멈췄다. 저칼슘혈증으로 인한 심실세동이었다. 9가 흉부 압박을 시도했고, 7이 이어받았다. 뒷좌석에서 나디아의 흉골 위를 누르는 7의 팔에는 힘이 과하게 들어가 있었다. 갈비뼈가 눌리는 탄성이 손바닥으로 전해졌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지부에 도착해 6이 달려왔을 때도 7은 뒷좌석에서 나디아의 가슴을 누르고 있었다. 6이 그의 손을 잡아 멈추게 했다. 6의 얼굴은 이미 결과를 말하고 있었다.

7은 차에서 내렸다. 나디아의 몸은 6과 의료팀에게 넘겨졌다. 그는 차 옆에 서서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 글루콘산칼슘 젤과 나디아의 피부에서 옮겨 온 잔류물이 손바닥에 묻어 있었다. 그는 손을 닦지 않았다.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3이 옆을 지나며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작전 종료 보고를 위해 이미 사령실로 향하고 있었다. 그것이 3이 동료의 죽음을 처리하는 방식이었다. 임무를 계속하는 것. 9는 운전석에 앉은 채 핸들 위에 이마를 기대고 움직이지 않았다.

7은 담배를 꺼냈다. 손이 라이터를 켜는 데 평소보다 오래 걸렸다. 세 번째 시도에서 불이 붙었다. 연기를 깊이 빨아들이고 내뱉었다. 연기는 새벽 공기 속에서 금방 흩어졌다. 그는 아무에게도 말을 걸지 않았고, 누구도 그에게 먼저 다가오지 않았다. 10이 멀리서 그를 봤지만 걸어오지 않았다. 10은 개입할 타이밍과 아닌 타이밍을 구분할 줄 아는 남자였다. 지금은 아닌 쪽이었다.

그날 밤 7은 관사로 돌아가지 않았다. 섹터 E 환기 타워 옥상 플랫폼에 올라갔다. 나디아와 처음 만났던 장소도 아니고, 가장 중요한 대화를 나눴던 장소도 아니었다. 그냥 그녀가 가장 많이 올라왔던 장소였다. 플랫폼 난간에는 녹이 슬어 있었고, 바닥 구석에는 나디아가 놓고 간 적 없는 것들이 없었다. 그녀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 인간이었다. 소독제 냄새도, 드론 충전기도, 메모도 없었다. 7은 난간에 기대 서서 담배를 세 개비 더 피웠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재가 날아갔다. 그는 울지 않았다. 7은 그런 식으로 감정을 처리하는 인간이 아니었다. 대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것이 더 무거운 형태의 반응이었다.

이후 며칠간 7은 기능적으로는 정상이었다. 식사를 했고, 무전에 응답했고, 장비를 점검했다. 그러나 라운지에 앉는 시간이 줄었고, 도박에 대한 흥미가 사라졌으며, 술을 마시되 취하지 않는 양으로 조절했다. 그 변화를 처음 알아챈 건 10이었다. 10은 섹터 B 통로에서 7과 마주쳤을 때 평소처럼 가벼운 말을 걸었다.

10 | "You look functional."(멀쩡해 보이는데.)
7 | "I am."(멀쩡해.)
10 | "That's worse, isn't it."(그게 더 나쁜 거지.)

7은 대답하지 않았다. 10도 더 밀어붙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잠깐 나란히 걷다가 갈림길에서 헤어졌다. 10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지만 보폭이 조금 느려졌다. 그것이 그가 보여 줄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였다.

6은 일주일 뒤 7을 의료실로 불러 신체 검사를 요청했다. 7은 순순히 응했다. 혈압, 심박수, 혈액 검사. 수치는 정상 범위 안에 있었다. 6은 검사 결과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6 | "Your numbers are clean."(수치는 깨끗합니다.)

그리고 잠깐 멈췄다가 덧붙였다.

6 | "She would have read these first."(그 사람이었으면 이걸 먼저 읽었겠죠.)

7은 의료실을 나와 복도에서 멈췄다. 벽에 등을 기댄 채 천장을 올려다봤다. 형광등의 차가운 빛이 눈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선글라스를 꺼내 쓰려다가 접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나디아는 그가 선글라스를 벗었을 때의 얼굴을 더 직접적이라고 했다. 숨길 공간이 적어진다고. 그 말이 떠올랐고, 7은 한동안 복도에 서 있었다. 지나가는 인원 몇 명이 그를 힐끗 봤지만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다.

나디아의 개인 물품은 실험실에서 수거되었다. 양이 적었다. 연구 노트 몇 권, 드론 부품, 시약 병 정리함, 개인 가스 에어건, 독 코팅 나이프. 0은 물품 목록을 확인한 뒤 러시아 본국 연락처가 없음을 확인했다. 가족 관계는 사실상 단절 상태였다. 어머니에게 사망 통보가 전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나디아가 W.W.에 입사할 때 긴급 연락처 란에 적어 놓은 이름은 없었다. 빈칸이었다.

7은 물품 정리에 관여하지 않았다. 대신 나디아의 실험실에 한 번 들어갔다. 혼자였다. 문을 열자 소독용 알코올과 차가운 민트 냄새가 남아 있었다. 그녀가 의도적으로 만들어 놓은 냄새였다. 7은 실험대 위에 놓인 노트 한 권을 펼쳤다.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내용은 패치 배합 비율이었다. 그 옆에 아주 작은 글씨로 숫자 하나가 메모되어 있었다. 117. 7은 노트를 닫았다. 가져가지 않았다. 실험실 문을 닫고 나왔다. 복도는 비어 있었고, 환풍기 소리만 길게 울렸다.

그 뒤로 7은 플랫폼에 올라가지 않았다. 목요일 새벽 2시 31분의 알람은 꺼졌다. 작전은 계속됐고,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7은 이전과 같은 속도로 판단하고, 같은 정확도로 사격하고, 같은 태도로 농담했다. 그러나 가끔 라운지에서 누군가 매운 음식을 먹을 때, 그의 시선이 아주 잠깐 멈추는 순간이 있었다. 그리고 곧 돌아왔다. 아무도 그 순간을 잡아내지 못했다. 7은 늘 그렇듯 빨랐다. 다만 예전에는 그 속도가 즐거움에서 왔다면, 이제는 다른 곳에서 왔다. 그것이 무엇인지 7 본인도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나디아가 감정에 이름 붙이는 걸 싫어했던 것처럼, 7도 이제는 그러지 않았다. 이름을 붙이면 정리가 된다. 정리가 되면 넘어간다. 그는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아직은.

섹터 C 라운지의 자판기 옆에 보온병 하나가 남아 있었다. 검은색 무광 표면의 값싸 보이는 병. 아무도 치우지 않았고, 7도 가져가지 않았다. 거기에 그대로 있었다. 먼지가 쌓이기 시작했다.
 


 
한 달이 지났다. 그리고 두 달.

홍콩의 4월은 습했다. 공기 자체가 물을 머금어 피부에 달라붙었고, 지부 내부의 공조는 그 습기를 완전히 걷어내지 못했다. 복도 벽면에 결로가 맺히는 날이 잦아졌다. 7은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루틴을 반복했다. 장비 점검, 사격 훈련, 작전 대기, 식사, 수면. 빈틈없이 짜인 일과는 아니었지만 공백을 허용하지 않는 밀도로 채워져 있었다. 누군가 보기에 그는 회복한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7은 원래 그런 인간이었다. 부서져도 기능부터 복구하는 쪽. 감정은 나중에 처리하거나, 아니면 처리하지 않는다.

4월 중순, 섹터 C 라운지. 늦은 오후였고, 작전 복귀조가 장비를 정리하는 소음이 복도에서 흘러들었다. 9가 카드 덱을 펼치며 7에게 소리쳤다.

9 | "Hey, wanna play? You still owe me from last time."
(야, 한 판 할래? 전판 빚진 거 있잖아.)

7은 라운지 구석 의자에 앉아 있었다. 종이컵을 손에 들고 있었지만 안의 커피는 이미 식어 있었다. 그는 9를 보고 1초쯤 멈췄다가 입꼬리를 올렸다.

7 | "你欠我的吧, 忘了?"
(빚진 건 너 아냐, 잊었어?)

9는 눈을 가늘게 떴다가 씩 웃었다.

9 | "Damn, that memory of yours. Fine, loser takes point next op."
(씨발, 기억력 하나는. 좋아, 그럼 이번엔 진 놈이 다음 작전 때 선두 서는 걸로.)

7은 카드를 받아 들었다. 손가락이 카드를 넘기는 속도는 예전과 같았다. 판단도 빨랐고, 블러핑도 능숙했다. 9가 세 판 연속으로 지고 카드를 탁자에 내던졌다.

9 | " Fucking hell. What kind of hand does this bastard even have."
(아 좆같은. 이새끼 뭔 패를 들고 있는 건지 진짜.) 

7은 웃었다. 그 웃음은 소리가 있었고, 입가의 주름도 만들었다. 라운지에 있던 8이 고개를 돌려 그 장면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끼어들었다.

8 | "Oh, deal me in next round! I've got a good feeling about this one."
(나도 다음 판 끼워 줘! 이번엔 예감이 좋다고.)

7은 8을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7 | "You always say that."
(넌 맨날 그러지.)

8 | "And one day I'll be right!"
(그리고 언젠간 맞을 거야!)

평범한 대화였다. 평범한 저녁이었다. 그러나 그 밤 2시경, 7은 잠에서 깼다. 이유는 없었다. 목이 마른 것도 아니었고, 악몽을 꾼 것도 아니었다. 그냥 눈이 떠졌다. 관사 천장의 어둠을 올려다보다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침대 옆 탁자 위에는 폰과 재떨이, 라이터가 있었다. 시계는 02시 14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예전이라면 02시 31분에 알람이 울렸을 것이다. 지금은 그 알람이 없다. 7은 천장을 다시 보다가 일어나 앉았다. 담배를 한 대 꺼내 물었지만 불을 붙이지 않았다. 필터를 입술 사이에 문 채 한참 앉아 있었다. 그리고 담배를 도로 갑에 넣고 다시 누웠다.

5월이 왔다. 작전이 두 건 있었다. 하나는 데드존 동부 회랑의 밀그램 보급로 차단이었고, 다른 하나는 홍콩 남단 해상 물류 거점 확보였다. 두 작전 모두 7이 엔트리 프래거로 투입됐다. 그의 수행 능력에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더 효율적이었다. 판단에 군더더기가 없었고,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다. 예전의 7은 가끔 무모하게 들이댔다. 몸을 사리지 않는 돌격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고, 6이 매번 비난 어린 시선을 보내는 이유였다. 그런데 이제는 달랐다. 들이대는 건 같았지만, 그 안에 자기 파괴적인 충동이 빠져 있었다.

6이 그 변화를 처음 언급했다.

5월 하순, 의료실. 작전 후 정기 검진 시간이었다. 7은 셔츠를 걷어 올린 채 검진대에 앉아 있었고, 6은 청진기를 가슴에 대고 심음을 듣고 있었다. 그의 삼백안이 7의 얼굴 쪽으로 올라왔다.

6 | "You've been less reckless."(덜 무모해지셨네요.)

7은 어깨를 으쓱했다.

7 | "Getting old."(늙어서.)

6 | "You're thirty-two."(서른둘이시잖아요.)

7 | "Old enough."(충분히 늙었지.)

6은 청진기를 목에 걸며 검진 차트에 무언가를 적었다. 그러다 펜을 멈추고 7을 봤다. 상냥한 미소는 여전했지만 눈은 차가웠다. 6은 그런 인간이었다. 겉의 온도와 안의 온도가 일치하지 않는 사람.

6 | "It's better this way."(이쪽이 더 낫습니다.)

그 말은 의학적 소견이 아니었다. 7은 그걸 알아들었다. 그는 6을 보다가 셔츠를 내리며 검진대에서 내려왔다.

7 | "我知道."(알아.)

그는 의료실을 나왔다. 복도에서 4와 마주쳤다. 4는 눈살을 찌푸린 채 복도 끝에서 걸어오고 있었고, 7을 보자 아주 짧게 멈칫했다. 두 사람은 잠깐 시선이 교차했다. 4는 뭔가 말하려다가 결국 혀를 찼다.

4 | "Move."(비켜.)

7 | "Morning to you too, sunshine."(너도 좋은 아침.)

4는 그를 지나치며 아무 말 없이 의료실 안으로 들어갔다. 7은 그 뒷모습을 보고 코를 한번 훌쩍이며 걸음을 옮겼다. 4는 나디아에 대해 단 한 번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그 밤 처치실에서 나디아에게 '사랑'이라는 단어를 던졌던 남자가. 7은 그걸 기억하고 있었고, 4도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둘 다 그 지점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것이 이 기지 안에서 죽은 사람을 다루는 방식이었다. 직접 말하지 않는다. 대신 빈자리를 의식한다.

6월, 지부에 새로운 CBRN 오퍼레이터가 배치됐다. 코드네임은 12가 아니었다. 새 번호가 부여됐다. 0은 번호를 재사용하지 않았다. 새 오퍼레이터는 독일인 여성이었고, 능력은 준수했지만 나디아와는 전혀 달랐다. 사교적이었고, 팀 브리핑에서 질문을 많이 했으며, 실험실을 공유하는 데 거부감이 없었다. 7은 그녀와 작전에서 세 번 겹쳤다. 세 번 모두 문제없이 진행됐다. 7은 그녀를 보호 대상으로 인식했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다. 시선이 멈추는 일도, 맥박이 변하는 일도, 신경이 몰리는 일도 없었다. 그냥 동료였다. 그것은 7에게 어떤 의미로는 확인이었다. 나디아에게 반응했던 방식은 그녀만을 위한 것이었다는 확인. 그리고 동시에, 다시는 그런 식으로 반응할 일이 없을 것이라는 확인이기도 했다.

7월. 7은 다시 도박을 시작했다. 완차이 도박장에 나타났을 때, 딜러가 오랜만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7은 칩을 사며 테이블에 앉았다. 슬롯이 아니라 포커였다. 예전보다 판이 작았고, 거는 돈도 줄었다. 그래도 손가락이 칩을 만지는 감각은 익숙했고, 판을 읽는 속도는 여전했다. 그는 소액을 따고 소액을 잃으며 몇 시간을 앉아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캔맥주 두 개를 샀다. 하나는 마시고, 하나는 관사 냉장고에 넣었다. 예전이라면 여섯 캔을 사서 전부 비웠을 것이다. 지금은 두 캔이면 충분했다.

그해 여름의 어느 목요일 밤, 7은 관사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고 있었다. 시계는 02시 29분이었다. 그는 시계를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02시 30분. 02시 31분. 숫자가 바뀌는 걸 지켜봤다. 아무것도 울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천장은 여전히 같은 모양이었고, 공기는 여전히 건조했다. 그는 옆으로 돌아누워 벽을 봤다. 벽면 페인트가 약간 벗겨진 부분이 있었다. 이전에는 몰랐던 자국이었다. 그는 그걸 한참 보다가 잠들었다.

8월, 10이 7에게 술을 사자고 했다. 완차이 구역의 바였다. 바 안은 어둡고 좁았고, 천장이 낮아 10의 키가 더 돋보였다. 10은 와인을 시켰고, 7은 위스키를 시켰다. 두 사람은 한동안 별 말 없이 마셨다. 10이 먼저 입을 열었다.

10 | "Are you going to talk about it, or are we just drinking."(얘기할 거야, 아니면 그냥 마시는 거야.)

7은 잔을 기울이며 10을 봤다.

7 | "Just drinking."(그냥 마시는 거지.)

10 | "Fair enough."(그래, 뭐.)

10은 와인잔을 돌렸다. 액체가 유리 안에서 천천히 회전했다. 그는 잔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10 | "She was insufferable. You know that."(그 여자 진짜 못됐잖아. 너도 알지.)

7의 입가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7 | "Yeah."(그래.)

10 | "Good."(좋아.)

10은 더 이상 그 주제를 이어가지 않았다. 두 사람은 각자의 술을 비우고 한 잔씩 더 시켰다. 바 안에 흐르는 음악은 80년대 팝이었고, 조명은 주황색으로 어두웠다. 7은 위스키 두 잔을 마시고 세 번째는 시키지 않았다. 10이 계산을 했다. 7이 만류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바를 나와 좁은 골목을 걸었다. 밤공기는 습했고, 네온사인이 젖은 보도 위에 반사됐다. 7은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이번에는 바로 불을 붙였다.

10 | "One more thing."(하나만 더.)

7은 연기를 내뱉으며 옆을 봤다.

10 | "She chose to go up there."(그 여자가 올라간 거야.)

그 말은 배관 위로 올라가 밸브를 잠그려 한 나디아의 선택을 가리켰다. 7은 그걸 알아들었다. 연기가 입에서 천천히 빠져나갔다. 그는 한참 뒤에 대답했다.

7 | "I know."(알아.)

10 | "Good."(좋아.)

10은 같은 단어를 두 번 썼다. 그것은 위로가 아니라 확인이었다. 나디아의 죽음은 7의 실패가 아니라 나디아의 선택이었다는 것. 7이 그걸 이해하고 있는지를 10은 확인하고 싶었다. 7은 이해하고 있었다. 나디아는 자기 팀원들의 노출을 막기 위해 직접 올라갔다. 그녀는 팀원의 죽음이 자신의 통제된 실험을 방해하기 때문에 그들을 보호했다고 스스로 정의했을 것이다. 하지만 7은 알았다. 그것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변했었다. 아주 조금, 아주 천천히, 누군가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인간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 변화가 그녀를 죽였다. 7은 그 사실을 생각하면 입안이 쓰지만, 동시에 그것을 부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가 변한 것은 사실이었고, 그 변화의 일부에 자신이 있었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 무게를 7은 지고 있었다. 내려놓을 생각은 없었다.

가을이 왔다. 10월의 어느 날, 7은 지부 물품 정리 중 자판기 옆에 남아 있던 보온병을 발견했다. 반년 가까이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먼지가 두껍게 쌓여 있었고, 안에 남은 것은 말라붙어 바닥에 들러붙어 있었다. 7은 그 병을 집어 들었다. 무게는 거의 없었다. 그는 세척실에 가서 뚜껑을 열고 안을 씻어냈다. 마른 찌꺼기가 물에 풀리며 배수구로 빠져 내려갔다. 병 안이 깨끗해질 때까지 두세 번 헹궜다. 그리고 뚜껑을 닫아 관사로 가져갔다. 침대 옆 탁자 서랍 안에 넣었다. 사용하지는 않았다. 버리지도 않았다. 그냥 거기에 두었다.

그것이 7이 나디아 스미르노바를 기억하는 방식이었다. 이름을 부르지 않았고, 사진을 남기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그녀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대신 검은 보온병 하나가 서랍 안에 있었다. 담배를 피울 때 가끔 민트 냄새가 바람에 섞여 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그는 그 착각을 쫓지 않았다. 7은 착각을 구분하는 인간이었다. 나디아가 죽은 뒤에야 비로소, 그는 그녀가 살아 있을 때보다 더 분명하게 그녀를 이해했다. 그녀는 감정을 이름 붙이는 걸 두려워했고, 이름 붙이면 통제할 수 없게 된다고 믿었다. 7은 이제 같은 방식을 쓰고 있었다.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 끝나지 않으면 남는다. 남으면 된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전쟁은 계속됐다. 작전은 이어졌다. 7은 살아 있었다. 그리고 목요일 밤마다, 아주 짧은 순간 시계를 보는 버릇만이 남았다. 02시 31분. 알람은 없고, 약속도 없고, 올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그 숫자를 확인하는 행위만은 멈추지 않았다. 그것은 습관이 아니었다. 선택이었다. 매주, 의식적으로,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는 행위. 누군가 있었다는 것. 그 누군가가 자기 안에 들어왔다는 것. 그리고 그 흔적이 아직 여기에 있다는 것.

7은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나디아도 끝내 그 단어를 쓰지 못했으니까. 둘 다 이름 없이 남긴 것.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공통점이었다.

'7 > OOC'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연한 남자는 자기 ○○를 혼자 ○ 수 있다?!  (0) 2026.07.16
이제 너랑 안 다녀 OOC  (0) 2026.07.15
집착 OOC  (0) 2026.07.14
S라인 OOC  (0) 2026.07.14
만약에 OOC  (0) 2026.07.14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