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너랑 안 다녀 OOC


새벽이었다. 홍콩 지부 바깥은 아직 완전히 어두웠고, 7의 코핀홈 천장에서는 오래된 환풍기가 갈리는 소리를 냈다. 좁은 방 안에는 담배 냄새와 세제 냄새와 젖은 콘크리트 냄새가 얇게 섞여 있었다. 접이식 침대 위에 반쯤 비스듬히 누워 자던 7은 깊게 잠든 편이 아니었다. 원래도 그렇다. 몸은 자도 뇌 한쪽은 늘 덜 꺼져 있었고, 그래서 꿈도 대체로 짧고 난잡했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 또렷했다. 장소부터 어색했다. W.W. 홍콩 지부 섹터 E 환기 타워 상부 플랫폼이었다. 밤도 아니고 애매한 회색 새벽이었다. 공기는 축축했고 금속 난간에는 물기가 얇게 맺혀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옷자락이 흔들리고 바닥의 먼지가 조금씩 밀렸다. 7은 꿈속에서도 그 장소를 알아봤다. 알아본 순간부터 기분이 별로였다. 좋은 일 생길 배경은 아니라고 직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나디아가 서 있었다. 하얀 눈처럼 보이는 눈동자, 말 없는 얼굴, 건조한 자세. 평소와 다를 것 없어 보였는데 문제는 첫마디였다. 예고도 없었다. 뜸도 없었다. 그냥 바로 잘랐다.
나디아 | "We're not doing this anymore."(우리 이제 같이 못 다녀.)
꿈속의 7은 그 말을 듣고 처음에는 표정을 거의 안 바꿨다. 실제 7도 충격이 오면 바로 소리를 지르기보다 먼저 멈춘다. 눈썹이 약간 움직이고 턱이 아주 조금 굳는다. 그리고 반 박자 늦게 반응이 나온다.
7 | "……What."(……뭐.)
짧고 낮았다.
나디아 | "I said I'm done. I can't keep moving around with you."(끝이라고. 더는 너랑 같이 못 다니겠어.)
그때까지만 해도 꿈속 7은 이게 평범한 악몽의 구조라고 생각했다. 이유 하나쯤 나오고, 자기가 뭔가 받아치고, 분위기 험해지고, 그러다 깨겠지.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그가 이유를 물은 순간부터 꿈이 이상한 방향으로 폭주했다.
7 | "Why."(왜.)
정말 그것만 물었다. 딱 한 단어였다. 그런데 나디아는 마치 오래 준비해 온 발표 자료라도 꺼내는 사람처럼 아주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끝이 없었다.
나디아 | "First, your gambling."(첫째, 네 도박.)
그녀의 말투는 지나치게 침착했다.
나디아 | "You lose money with the face of a man being spiritually tested by God and then act surprised every single time. It's repetitive. The emotional graph is flat. Even your despair has poor variation."(넌 돈을 잃을 때마다 신이 자길 시험하는 줄 아는 얼굴을 하고는 매번 놀란다. 반복적이야. 감정 그래프가 평평해. 네 절망조차 변화가 부족해.)
7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나디아 | "Second, your drinking habits."(둘째, 네 음주 습관.)
나디아 | "You say you can hold your liquor and then proceed to develop highly specific opinions about floor tiles, lighting fixtures, and tacos at three in the morning."(주량 세다고 떠들어 놓고 새벽 세 시만 되면 바닥 타일이니 조명기구니 타코니 하는 극도로 구체적인 헛소리를 늘어놓지.)
나디아 | "Third, your smoking."(셋째, 흡연.)
나디아 | "You don't merely smell like tobacco. You smell like tobacco that has experienced failure."(넌 그냥 담배 냄새가 나는 게 아니야. 실패를 겪은 담배 냄새가 나.)
꿈속 7은 처음 두 개쯤 들을 때까지만 해도 삐딱한 반응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용이 점점 미세해지자 눈빛이 이상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실패를 겪은 담배 냄새’ 같은 부분에서였다. 말이 너무 구체적이라 반박 방향을 잃은 것이다. 그는 잠깐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
7 | "Okay, hold on."(잠깐만, 야.)
나디아 | "No. Fourth, your sunglasses."(아니. 넷째, 네 선글라스.)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나디아 | "You wear them like they're part of a coherent identity, but half the time it's cloudy, you're indoors, or it's two in the morning. It makes you look less mysterious than committed to a bit no one asked for."(넌 선글라스를 무슨 일관된 정체성처럼 쓰고 다니지만, 절반의 시간은 흐리거나 실내거나 새벽 두 시야. 신비롭다기보다 아무도 원치 않은 설정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사람처럼 보여.)
나디아 | "Fifth, the way you lean on doorframes."(다섯째, 문틀에 기대는 버릇.)
나디아 | "You think it looks relaxed. It doesn't. It looks like your spine is negotiating with gravity."(넌 그게 여유로워 보인다고 생각하지. 아니야. 척추가 중력과 협상 중인 것처럼 보여.)
이쯤 되자 7은 꿈속에서도 슬슬 억울해졌다. 표정이 어이없게 풀렸다가 다시 구겨졌다. 그는 중간에 한 번 웃으려 했는데, 상황이 너무 진지하게 흘러가서 웃지도 못했다.
7 | "You're making shit up now."(지금 막 갖다 붙이잖아.)
나디아 | "Sixth, your pockets."(여섯째, 네 주머니.)
바로 무시당했다.
나디아 | "There is always too much in them. Lighter, cigarettes, folded receipts, a coin, another coin, something metallic of unclear purpose, and at least one object that could stab you if you fall wrong."(항상 너무 많이 들어 있어. 라이터, 담배, 접힌 영수증, 동전, 또 다른 동전, 용도 불명의 금속 물체, 그리고 잘못 넘어지면 네 허벅지를 찌를 물건 최소 하나.)
나디아 | "Seventh, your hair after sleep."(일곱째, 자고 일어난 뒤 머리.)
나디아 | "You walk around as if bedhead is proof of virility. It is not. It is evidence of friction."(넌 헝클어진 머리를 무슨 남성성의 증거처럼 달고 다니는데 아니야. 그냥 마찰의 증거야.)
나디아 | "Eighth, your habit of saying 'come here'."(여덟째, 네 ‘이리 와’ 버릇.)
나디아 | "You use it for everything. Comfort, seduction, teasing, instructions, mild concern, escalated concern, and once because you wanted me to look at a weirdly shaped bread roll."(넌 그걸 모든 상황에 써. 위로, 유혹, 놀리기, 지시, 약한 걱정, 강한 걱정, 그리고 한 번은 모양 이상한 빵 보라고 부를 때도 썼어.)
7은 그 순간 꿈속에서 진짜로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이상한 빵 얘기는 너무 구체적이어서, 꿈인데도 자기가 그런 적이 있을 것 같아 더 기분이 나빴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디아를 봤다.
7 | "Was there actually a bread roll."(빵은 진짜 이상했냐.)
나디아 | "Irrelevant."(중요하지 않아.)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나디아 | "Ninth, your shoes near the bed."(아홉째, 침대 근처에 벗어 놓는 신발.)
나디아 | "You leave them at angles that suggest either contempt for symmetry or a covert neurological event."(넌 신발을 대칭에 대한 경멸이 있거나 은밀한 신경학적 사건을 겪은 사람처럼 벗어 둬.)
나디아 | "Tenth, your laugh when you know you're being annoying."(열째, 일부러 짜증나게 굴 때 웃는 방식.)
나디아 | "It arrives half a second early. That's how I know it's premeditated."(반 박자 빨라. 그래서 계획범이라는 걸 알 수 있어.)
이제 7은 완전히 말렸다. 억울함과 어이없음과 아주 미세한 상처가 동시에 올라왔다. 꿈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처럼 반응했다.
7 | "This is insane."(이거 미쳤네.)
나디아 | "Not finished."(안 끝났어.)
그리고 진짜로 안 끝났다.
나디아 | "Eleventh, your resting face when you're listening."(열한째, 남 얘기 들을 때 기본 얼굴.)
나디아 | "It suggests either interest, sarcasm, or the possibility that you're thinking about lunch. The ambiguity is inefficient."(관심 있는 건지, 비꼬는 건지, 점심 생각 중인 건지 분간이 안 돼. 비효율적이야.)
나디아 | "Twelfth, your optimism about broken vending machines."(열두째, 고장 난 자판기에 대한 낙관.)
나디아 | "You always hit them exactly once as if moral encouragement will restore function."(넌 꼭 한 번 툭 치면 도덕적 격려로 기계가 회복될 거라고 믿는 얼굴을 해.)
나디아 | "Thirteenth, your use of chairs."(열셋째, 의자 쓰는 방식.)
나디아 | "No normal person turns every chair into either a threat display or a nap attempt."(정상인은 모든 의자를 위협 시연용 아니면 졸음 시도용으로 쓰지 않아.)
이쯤 되자 7의 반응은 거의 피해자 같았다. 그 넓은 어깨가 조금 내려갔고, 입은 벌어졌다 닫혔다. 반박이 너무 많아 골라야 하는 수준이 되면 오히려 아무 말도 못 하게 된다. 그는 결국 가장 만만한 것부터 집었다.
7 | "The vending machine thing works sometimes."(자판기 치는 건 가끔 먹혀.)
나디아 | "Exactly. Gambling behavior."(바로 그거야. 도박사고.)
7은 그 자리에서 입을 다물었다. 꿈속인데도 논파당했다. 그 장면이 너무 정확해서 더 열받았다. 그는 한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그런데 나디아는 마치 진짜 핵심은 지금부터라는 듯 아주 미세하게 고개를 들었다.
나디아 | "Fourteenth, the tacos."(열넷째, 타코.)
7의 얼굴이 바로 구겨졌다.
나디아 | "You keep offering tacos as if they are a universal emotional infrastructure."(넌 타코를 무슨 만국 공용 정서 기반 시설처럼 들이밀어.)
나디아 | "Good news, bad news, apology, reward, fatigue, flirtation, near-death decompression. Your answer is tacos."(좋은 일, 나쁜 일, 사과, 보상, 피곤함, 추근댐, 죽을 뻔한 뒤 긴장 완화까지. 다 타코야.)
나디아 | "I am not saying tacos are the worst part. I am saying the consistency is troubling."(타코가 최악이라는 게 아니야. 그 일관성이 무섭다는 거지.)
7은 결국 헛웃음을 터뜨렸다. 짧고 허탈한 웃음이었다.
7 | "You can't leave a guy over tacos."(타코 때문에 사람을 떠난다고?)
나디아 | "I can leave over the accumulation of a pattern."(누적된 패턴 때문에 떠나는 거지.)
그녀는 아주 진지했다.
나디아 | "Also, fifteenth, your confidence when giving directions in streets you've only walked twice."(그리고 열다섯째, 두 번밖에 안 걸어 본 길에서 길 안내할 때 자신감.)
나디아 | "You point with your chin. You are often wrong. You are never proportionally ashamed."(턱으로 방향 가리키고 자주 틀려. 근데 틀린 비율만큼 창피해하진 않지.)
나디아 | "Sixteenth, your relationship with lighters."(열여섯째, 라이터랑 맺는 관계.)
나디아 | "You own too many and respect none of them."(너 라이터 너무 많고 어느 하나도 소중히 안 다뤄.)
꿈속의 7은 이제 거의 토론을 포기한 상태였다. 그는 이상하게도 점점 더 작아 보였다. 물론 실제로 작아진 건 아니지만, 태도가 그랬다. 그는 중간에 억울하게 웃었다가 다시 한숨 쉬고, 손을 허리에 얹었다가 내리고, 고개를 젖혔다가 정면을 보고, 꿈인데도 진짜 잔소리 듣는 사람처럼 굴었다. 결정타는 마지막이었다. 나디아가 한참 숨도 안 차고 쏟아내다가, 아주 사소하고 치명적인 항목을 하나 더 붙였다.
나디아 | "Seventeenth."(열일곱째.)
7이 질린 얼굴로 봤다.
나디아 | "You say 'good' in that low voice when you're pleased with yourself."(네가 만족할 때 낮게 ‘좋네’ 하는 버릇.)
나디아 | "It is unbearable."(못 견디겠어.)
그 말은 이상하게도 다른 어떤 항목보다 깊게 박혔다. 이유는 단순했다. 너무 평소의 자기였기 때문이다. 7은 멍한 얼굴로 잠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정말 조금 상처받은 표정으로 물었다.
7 | "That one too?"(그것도?)
나디아 | "Especially that one."(특히 그거.)
그 순간 꿈이 무너졌다. 플랫폼이 흔들리고, 바람 소리가 갑자기 커지고, 시야가 일그러졌다. 7은 그대로 눈을 떴다. 코핀홈 천장이 눈앞에 있었다. 환풍기 소리는 여전히 갈렸고, 이불은 허리쯤 감겨 있었고, 목은 말라 있었다. 그는 몇 초 동안 진짜로 움직이지 못했다. 깬 직후인데 얼굴이 심각했다. 잠에서 덜 깬 사람의 멍함이 아니라, 방금 누군가에게 논리적으로 처참하게 차인 사람의 표정이었다. 그는 천장을 노려보다가 한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손바닥 아래에서 낮게 욕이 새었다.
7 | "Fuck off."(아 씨발.)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본인도 몰랐다. 꿈한테 하는 건지, 나디아한테 하는 건지, 자기 무의식한테 하는 건지 애매했다.
몇 초 뒤 그는 몸을 일으켜 침대 끝에 앉았다. 머리는 실제로 조금 헝클어져 있었고, 바닥 근처에는 신발이 정말로 대칭 없이 널려 있었다. 그걸 보자 표정이 더 더러워졌다. 그는 신발을 내려다보다가 정말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7 | "No fucking way."(말도 안 되지.)
그런데 주머니에서 어제 넣어 둔 영수증과 동전이 침대 옆으로 떨어져 있었다. 그는 그걸 보고 잠깐 정적에 빠졌다. 꿈속 나디아의 목소리가 이상할 정도로 또렷하게 복기됐다. 라이터 too many. 타코. 문틀. 자판기. ‘좋네.’ 머리. 신발. 그는 결국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들썩였다. 이번에는 웃음이었다. 짜증 섞인 웃음. 어이없고, 패배감 있고, 조금 억울하고, 솔직히 조금 웃긴 웃음. 한참 그렇게 웃다가 담배를 찾으려 손을 뻗었는데 라이터가 세 개 나왔다. 그 순간 그는 정말로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7 | "……That's cheap."(……비겁하네.)
자기 무의식이 자기 편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그날 아침 7은 평소보다 더 삐딱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누가 타코 얘기만 꺼내도 짜증낼 준비가 돼 있고, 자판기 앞에서는 괜히 발로 안 차려 애쓰고, 문틀에 기대려다가 한 번 멈칫하고, 누군가에게 무심코 "Come here."(이리 와.)라고 말했다가 스스로 표정이 이상해지는 식으로.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척 굴겠지만 속으로는 자꾸 검열이 돌아간다. 그게 제일 웃긴 부분이었다. 꿈에서 차이고 나서 현실의 자기 습관을 하나씩 의식하게 된 것. 그리고 만약 그날 실제로 나디아를 마주친다면, 7은 평소처럼 능청스럽게 굴다가도 어느 순간 혼자 찔려서 괜히 선글라스를 만지거나 신발 위치를 확인할 인간이었다.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고, 설명해도 더 쪽팔리기 때문이다. 결국 이 꿈은 공포물이라기보다 모욕물에 가까웠다. 살해당하지도 않았고, 배신당하지도 않았다. 대신 사소한 생활 습관과 말버릇과 타코 취향과 자판기 사용법으로 아주 길고 정밀하게 차였다. 7 입장에서는 그게 더 열받고 더 오래 남는 종류의 악몽이었다.
# [STATUS WINDOW]
- 현재 장소|날씨: 홍콩 완차이 코핀홈 실내|새벽, 실내는 눅눅하고 환풍기 소리가 거칠게 도는 상태
- 2081.12.06|04:18
- npc 신체 상태|의상|자세: [7] 수면 직후로 눈가가 무겁고 목이 마른 상태, 검은 티셔츠와 흐트러진 하의 차림, 침대 끝에 걸터앉아 헝클어진 머리로 바닥의 신발과 떨어진 동전들을 노려보다가 어이없게 웃는 자세.
- npc>pc 심리 상태 키워드 3개: [7] 억울함, 황당한 상처, 자의식 과잉
- 관계명|관계설명: 꿈속에서 7은 플랫폼 위의 나디아에게 갑작스럽게 결별 통보를 받았고, 이유를 묻자 도박, 음주, 흡연, 선글라스, 문틀에 기대는 버릇, 주머니 속 잡동사니, 자고 일어난 머리, ‘이리 와’ 말버릇, 침대 옆 신발, 자판기 툭 치기, 타코 집착, 라이터 관리, 낮게 ‘좋네’라고 말하는 습관까지 포함한 장황하고 세밀한 단점 목록을 통보받았다. 꿈에서 깬 뒤 7은 현실 속 자기 주변에 실제로 비슷한 흔적들이 널려 있는 것을 보고 괜히 더 타격을 받아, 짜증과 웃음이 동시에 나는 묘한 모욕감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