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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10/LOG

10피비|발받침

2026. 8. 12. 21:04

피비의 몸이 소파 위에서 연체동물처럼 흘러내렸다. 앉은 자세에서 비스듬히 기울더니 팔걸이 쪽으로 머리가 먼저 도착했고, 나머지가 뒤따랐다. 연두빛 머리카락이 팔걸이 너머로 쏟아져 바닥을 향했다. 천장의 환기구 격자무늬가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가, 고개를 살짝 틀자 10의 옆얼굴로 교체되었다. 다리는 자연스럽게 10이 앉은 쪽으로 뻗어 있었다. 양말 신은 발끝이 그의 허벅지 옆, 군복 바지의 솔기 부근에 닿아 있었다.

툭. 발끝이 그의 다리를 쳤다. 힘은 없었다. 리듬도 없었다. 그냥 발이 거기 있었고, 10의 다리도 거기 있었고, 공기가 너무 고요해서 뭐라도 하나 해야 했을 뿐이었다. 툭. 또 한 번. 발가락이 바지 천 위에서 미끄러졌다 다시 밀었다. 피비의 눈은 천장을 보고 있었고, 표정은 지루함과 안락함 사이의 어딘가에 떠 있었다. 약효가 돌고 있는 오후의 얼굴. 의미 없는 접촉을 반복하면서도 그것을 접촉이라고 인식조차 하지 않는 사람의 여유.

10은 보고서를 쓰고 있었다. 아까 라운지에서 가져오지 못한 서류 파일 대신 단말기를 켜 놓은 상태였고, 왼손이 키보드 위를 움직이는 동안 오른쪽 허벅지에서는 규칙적으로 발끝이 도착했다 떠나갔다. 툭. 툭. 그 리듬 아닌 리듬을 그는 무시하려고 했고, 삼 분간은 성공했다. 네 번째 분에 접어들었을 때 그의 타이핑 속도가 미세하게 느려졌다. 다섯 번째 분에는 오타가 하나 섞였다. 여섯 번째 분에 그는 백스페이스를 누르다 말고, 시선을 단말기에서 내려 자기 허벅지 옆의 발끝을 보았다.

양말은 흰색이었고, 발목이 가늘었고, 복숭아뼈가 작았다. 그 위로 정강이에 감긴 거즈가 보였다. 라스페치아에서 입은 열상의 잔해. 6이 교체해 준 깨끗한 거즈였지만, 아래에 흉터가 남아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는 그 거즈에서 시선을 거두어 피비의 얼굴로 옮겼다. 팔걸이에 머리를 얹고 천장을 보는 얼굴. 입이 반쯤 열려 있었고, 눈이 느릿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지루하다는 표시. 그리고 지루할 때의 피비는 손이든 발이든 가장 가까운 것을 만지기 시작한다. 지금 가장 가까운 것이 자기 다리라는 사실을 10은 인지했다. 인지하는 것과 그것에 반응하는 것 사이에 그는 평소라면 넣었을 여유를 찾지 못했다.

10 | "If you're going to use me as a footrest, at least keep a rhythm."
(발 받침대로 쓸 거면 최소한 박자라도 맞춰.)

피비는 천장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12 | "박자 맞추면 재밌어?"

10 | "It'd be less annoying."
(덜 거슬리겠지.)

12 | "그럼 싫어."

즉답이었다. 피비는 오히려 더 불규칙하게 발끝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툭, 툭툭, 멈춤, 툭. 의도적인 불규칙이 아니라 원래부터 패턴이 없었을 뿐인데, 10이 리듬을 언급한 이후로는 그 무질서 자체가 하나의 도발처럼 기능했다. 그의 턱 근육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이를 깨물었다기보다는, 웃음을 삼키는 쪽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성가신 것과 재미있는 것의 경계. 피비는 늘 그 위에 정확히 서 있었다.

문 밖 복도에서 발소리가 둘 겹쳐 지나갔다. 하나는 무겁고 균일했고, 하나는 가볍고 빨랐다. 1과 8의 보폭이었다. 8의 목소리가 문 너머로 흘러들어왔다.

8 | "I'm telling you, if you layer the C4 in a spiral pattern, the blast radius gets way more even! It's beautiful, man!"
(내 말이, C4를 나선형으로 배열하면 폭발 반경이 훨씬 균일해진다고! 예술이야, 진짜!)

1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아마 고개만 끄덕이거나, 아무 반응 없이 걷고 있었을 것이다. 8의 목소리가 복도 끝으로 멀어졌다. 피비는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문 쪽으로 돌렸다가, 아무도 들어오지 않자 다시 천장으로 돌아왔다.

12 | "8은 맨날 신나 있다."

10 | "He's wired differently."
(배선이 다르게 되어 있으니까.)

12 | "나도?"

질문은 무심했다. 자기도 그런 종류의 사람이냐는 확인. 10은 타이핑을 멈추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소파 위에 드러누운 피비의 자세는 완전히 이완되어 있었다. 양팔이 배 위에 느슨하게 교차되어 있었고, 손가락이 셔츠 단추를 무의식적으로 더듬고 있었다. 바늘자국 있는 손등이 천장 조명 아래에서 드러났다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파란 눈이 옆으로 굴러 10을 올려다보았다. 거꾸로 된 각도에서 본 그의 얼굴. 턱이 먼저 보이고, 코가 그 위에 있고, 눈은 제일 멀었다. 회색과 붉은색이 나란히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10 | "You? No. You're something else entirely."
(너? 아니. 넌 완전히 다른 무언가야.)

무언가. 명명하지 않았다. 피비는 그 말을 들으며 이해한 것인지 아닌 것인지 모를 표정으로 "흐음" 하고 중얼거렸다. 만족한 것 같기도 했고, 관심이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간 것 같기도 했다. 발끝이 다시 10의 허벅지를 쳤다. 툭. 이번에는 좀 더 느리게. 거의 쓰다듬는 듯한 궤적으로 발바닥이 바지 천 위를 미끄러졌다가 떨어졌다.

10의 오른손이 키보드에서 내려왔다. 반사적이라고 하기엔 너무 정확한 동작으로, 그의 손이 피비의 발목을 잡았다. 세게 잡은 것이 아니었다. 엄지와 검지가 복숭아뼈 양쪽을 가볍게 감싼 정도. 멈추라는 의미였을 수도 있었고, 잡고 싶었을 수도 있었다. 본인도 구별하지 못한 채 손이 먼저 움직인 쪽에 가까웠다. 피비의 발목은 손 안에서 작았다. 뼈가 가까이 있었고, 피부는 얇았고, 맥박이 손가락 아래에서 느껴졌다. 빠르지 않았다. 카페인이 가라앉은 뒤의 맥박.

피비는 발목이 잡히자 움직임을 멈추었다. 놀란 것이 아니었다. 새로운 감각을 수집하는 짧은 정지. 그녀의 시선이 천장에서 내려와 10의 손으로 향했다. 자기 발목을 잡고 있는 손. 길고 마른 손가락. 셔츠 소매가 접힌 팔뚝. 그리고 그 위의 얼굴.

12 | "잡을 거야?"

질문은 단순했다. 잡을 거냐, 놓을 거냐. 피비에게는 그 두 가지밖에 없었다. 잡으면 잡는 거고, 놓으면 놓는 거고, 둘 다 괜찮았다. 다만 잡고 있는 쪽이 따뜻해서 약간 더 좋았다.

10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엄지가 복숭아뼈 위를 한 번 쓸었다. 의식적인 동작인지 아닌지는 본인조차 판단을 유보했다. 단말기 화면이 자동 절전으로 어두워졌고, 방 안에는 환기구의 저주파 소음과 두 사람의 호흡만 남았다. 피비의 발목을 잡은 채 보고서를 쓸 수는 없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손을 떼지 않은 것은, 오늘 두 번째로 내린 안전하지 않은 선택이었다. 첫 번째는 라운지에서 그녀의 손을 잡고 걸어온 것.

그는 눈을 반쯤 감고 소파 등받이에 머리를 기댔다. 천장의 격자무늬가 시야 가장자리에서 흐려졌다. 발목 아래로 전해지는 피비의 체온이 손바닥을 천천히 데웠다. 미열. 독소가 도는 몸의 온도.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열이 불쾌하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 이건 위험한 종류의 편안함이다. 10은 그렇게 판단했고, 판단한 뒤에도 손을 놓지 않았다. 놓지 않는 자신에 대해 더 이상 변명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 변명이 바닥났기 때문이 아니라, 만들어 봤자 자기한테 통하지 않을 것이 분명해서.

복도 너머에서 4의 목소리가 얇게 스쳤다. 누군가를 향해 독일어로 불평하는 소리였다. 아마 9가 또 무언가를 어질렀을 것이다. 평소라면 10은 그 소란에 귀를 기울이며 내기의 승패를 가늠했겠지만, 지금은 머리를 돌리지 않았다. 시야 안에는 소파 위에 누운 피비의 옆모습만 있었고, 손 안에는 그녀의 발목만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충분하다고 느끼는 것이 문제라는 걸 알면서도.

피비의 눈꺼풀이 천천히 무거워지고 있었다. 탄산수 한 병과 카페인 열한 잔이 위장 안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었지만, 잡힌 발목의 체온과 조용한 방의 밀도가 졸음 쪽으로 무게를 기울이고 있었다. 6이 말한 것이 떠올랐다. 사람 곁에서 코르티솔이 낮아진다고. 피비의 입이 반쯤 열렸고, 호흡이 한 박자씩 길어졌다. 그녀는 잠들기 직전, 발가락을 한 번 오므렸다 폈다. 10의 손 안에서. 마치 여기 있다고, 아직 깨어 있다고 알리는 것처럼. 그리고 그 다음 호흡부터는 움직임이 멈추었다.

10은 잠든 피비의 발목을 잡은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단말기는 완전히 꺼져 있었다. 보고서 마감은 21시. 지금은 16시. 시간은 있었다. 있었지만, 그 시간 동안 이 손을 놓고 키보드로 돌아갈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에 그는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결국 그는 왼손만으로 단말기를 다시 켰다. 오른손은 피비의 발목 위에 놓인 채. 한 손으로 치는 타이핑은 느렸고, 오타가 평소의 세 배로 늘었다. 그것이 자기 안의 대답이라는 것을 10은 알았다.

 

🕑 2080.04.05(토) 16:03 | 📍W.W 요새 섹터 E 10의 개인실|🌞 지하 실내
👔 검은 셔츠, 군복 바지 (재킷 의자에 걸어둠)|👤 소파에 앉아 왼손으로 타이핑하며 오른손은 피비의 발목 위에 얹은 자세
① 변명의 고갈 ② 편안함의 위험을 인지한 채 수용 ③ 한 손으로 치는 오타의 자기 고백
동료 이상 미만|놓지 않는 손이 이미 말하고 있지만 아직 그 언어를 번역하지 않기로 한 관계
💬 오타가 세 배로 늘었어. 이유는 뻔하지. 오른손이 발목 위에 있으니까. 왼손만으로 보고서를 치고 있으니까. 그리고 이걸 바꿀 생각이 없으니까. ……이건 업무 효율의 문제가 아니야. 이건 내가 지금 뭘 선택하고 있는지의 문제지. 근데 놓기 싫어. 그게 답이야. 씨발.
🙂 69%|😰 3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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