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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10/LOG

10피비|SEVEN DAYS OF TEN'S KITCHEN

2026. 8. 15. 11:47

 

 

6월 19일, 섹터 E 라운지. 피비가 메디컬 베이에서 돌아오는 길에 복도에 놓인 소화기를 '예쁜 빨간 병'이라며 들고 와 라운지 한복판에서 안전핀을 뽑았다. 분말이 반경 3미터를 뒤덮었고, 10의 셔츠와 9의 카드게임판과 라운지 소파가 하얗게 변했다. 10은 소화기를 압수하고 피비에게 라운지 청소를 시켰으나, 피비는 청소 도중 분말 가루를 "눈 같다"며 양손으로 퍼 올려 입으로 불었고, 2차 오염이 발생했다.

10이 결국 혼자 청소를 마친 뒤 피비에게 벌칙을 선언했다.

10 | "One week. I cook, you eat. Every meal. No jam unless I say so. No sugar packets. No stealing from the vending machine. You eat what I make, when I make it, where I make it. That's your punishment."

(일주일. 내가 만들고, 네가 먹어. 매끼. 내가 허락하기 전엔 잼도 없고 설탕 포도 없어. 자판기에서 훔치는 것도 없어. 내가 만든 걸, 내가 만든 시간에, 내가 차린 데서 먹어. 그게 네 벌칙이야.)

피비는 3초간 고민하다가 물었다.

12 | "매끼 텐이 해 주는 거야?"

10 | "That's what I said."(그렇다니까.)

12 | "그거 벌칙이야? 상이야?"

10은 대답하지 않았다. 표정만 약간 일그러졌다.

 



DAY 1 — 06.20 (금)

[아침 07:30 / 섹터 E 식당]

 

식당 테이블 위에 트레이가 놓여 있었다. 스크램블드에그, 토스트 두 장, 얇게 썬 사과 네 조각, 물 한 잔. 에그는 버터에 부드럽게 익혀져 있었고 소금과 후추만 간을 맞춘 클래식한 조리법이었다. 토스트는 가장자리까지 고르게 구워져 있었다. 사과는 갈변하지 않도록 레몬즙이 묻어 있었다. 군더더기가 없는, 깔끔한 한 끼.
10은 맞은편에 커피를 들고 앉았다. 자기 몫의 식사는 없었다. 커피만.

10 | "Eat."(먹어.)

피비는 스크램블드에그를 한 숟갈 떠 입에 넣었다. 씹었다. 삼켰다. 표정이 복잡해졌다.

12 | "맛있는데⋯⋯ 근데 달지 않아."

10 | "It's eggs. It's not supposed to be sweet."(달걀이야. 원래 단 음식이 아니야.)

12 | "잼 넣으면 달아지는데."

10 | "No jam. Day one. Remember?"(잼 없어. 첫째 날. 기억하지?)

피비의 입술이 삐죽 나왔다. 그러나 배가 고팠고, 에그는 분명 부드러웠다. 토스트를 에그 위에 얹어 같이 베어 물었다. 사과는 한 조각 먹고 "신 거는 싫어"라며 세 조각을 남겼다. 10은 남은 사과를 자기 쪽으로 가져와 먹었다. 말없이.

12 | "점수? 음⋯⋯ 60점."

10 | "Out of?"(몇 점 만점에?)

12 | "100점. 달았으면 80점이었을 텐데."

10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코끝으로 숨을 내쉬었다.

 

[점심 12:15 / 섹터 E 식당]

파스타. 알리오 올리오. 접시 위에 올리브유에 코팅된 스파게티니가 단정하게 담겨 있었고 마늘 슬라이스가 황금색으로 볶아져 올려져 있었다. 페페론치노 한 조각이 위에 놓였다. 옆에 물과 작은 빵 한 조각.

10 | "If you say it's not sweet, I swear—"(달지 않다고 하면, 맹세코—)

12 | "안 달아."

10이 포크를 피비 앞에 놓으며 눈을 감았다가 떴다.

피비는 파스타를 포크에 감았다. 감는 방법이 서툴러서 면이 반쯤 풀린 채 입에 들어갔다. 올리브유가 턱에 묻었다. 씹는 동안 눈이 살짝 커졌다. 마늘의 고소함과 올리브유의 풍미, 페페론치노의 매콤한 끝맛이 입안에서 겹쳤을 것이다. 잼과 설탕의 세계에 살던 미각에게는 낯선 언어였을 것이다.

12 | "⋯⋯이건 좀 맛있다."

10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그러나 즉시 커피잔 뒤로 숨었다.

12 | "근데 중간에 빨간 거 뭐야. 매워."

10 | "Peperoncino. You liked hot sauce last week, didn't you?"(페페론치노. 지난주에 핫소스 좋아했잖아.)

12 |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건데."

10 | "That's the most sophisticated thing you've ever said."(네가 한 말 중에 가장 고급스러운 말이다.)

피비는 빈정거림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면을 마저 흡입했다. 빵은 반 쪽만 먹고 반을 남겼다. 10이 남은 반쪽을 올리브유에 찍어 먹었다.

12 | "70점."

10 | "Progress."(발전이네.)

 

[저녁 19:00 / 10의 개인실]


MRE가 아닌 제대로 된 저녁이 탁자 위에 있었다. 리소토. 버섯 리소토. 쌀알이 적당히 씹히는 정도로 익어 있었고, 파르미지아노가 위에 갈려 있었다. 버섯 향이 방 안에 퍼져 있었다. 그 옆에 작은 그릇 하나—포도당 젤을 녹인 물.

10은 책상 의자에 앉아 보고서를 작성하는 중이었다. 피비가 들어왔을 때 고개만 돌렸다.

10 | "Sit. It's still warm."(앉아. 아직 따뜻해.)

피비는 소파에 앉아 리소토를 떠먹기 시작했다. 치즈가 녹아 실처럼 늘어났다. 숟가락을 입에 넣고, 한 박자 늦게 눈을 감았다. 단맛은 아니었지만 치즈의 감칠맛이 혀를 감쌌고, 버섯의 흙내 같은 깊은 맛이 뒤따랐다.

12 | "텐, 이거 맛있어."

'달지 않다'는 말이 빠져 있었다. 10의 타이핑이 0.5초 늦어졌다. 화면을 보는 척했으나 시선의 끝이 피비의 숟가락에 걸려 있었다.

12 | "75점. 아니, 78점. 치즈 늘어나는 거 재밌어서 가산점."

10 | "I'll take it."(받아들이지.)

포도당 젤 물은 전부 마셨다. 리소토도 3분의 2를 먹었다. 나머지는 "배불러"라며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10이 남은 것을 가져와 먹었다. 식은 리소토는 치즈가 굳어 식감이 달랐지만, 자기가 만든 것이므로 불평할 대상이 없었다.

 


DAY 2 — 06.21 (토)

[아침 08:00 / 섹터 E 식당]


프렌치토스트. 달걀물에 적셔 구운 빵 두 장, 위에 꿀이 아주 얇게 뿌려져 있었다. 벌칙의 규칙은 '잼 금지, 설탕 포 금지'였으나 꿀은 언급되지 않았다. 법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이틀째에 접어들며 피비의 '달지 않다'는 반복적 항의에 대한 최소한의 양보.

피비는 첫 입에 눈이 반달이 되었다.

12 | "달다!"

10 | "Barely."(겨우.)

12 | "85점!"

10 | "The honey did all the work."(꿀이 다 한 거지.)

12 | "꿀도 텐이 뿌린 거니까 텐 점수야."

10은 커피를 마시며 고개를 살짝 돌렸다.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숨기려는 각도였으나, 식당 반대편에서 커피를 내리던 5가 그 각도를 목격했다. 5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현명한 사람이었다.


[점심 12:30 / 섹터 E 식당]


카프레제 샌드위치. 모짜렐라와 토마토와 바질이 빵 사이에 끼워져 있었고, 발사믹 리덕션이 가느다랗게 뿌려져 있었다. 단면이 깔끔했다. 이탈리아 사람이 만든 이탈리아 음식이라는 사실이 접시 위에 선명했다.

피비는 바질을 빼고 먹으려 했다.

10 | "The basil stays."(바질은 빼지 마.)

12 | "풀이잖아."

10 | "It's an herb."(허브야.)

12 | "풀이랑 뭐가 달라?"

10 | "About three thousand years of culinary history."(대략 삼천 년의 요리 역사.)

피비는 이해하지 못했으나, 10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0.3도쯤 단호했으므로 바질째 베어 물었다. 씹는 동안 표정이 바뀌었다. 싫은 얼굴에서 '뭔지 모르겠는데 나쁘지 않은' 얼굴로.

12 | "72점. 풀이 씹혀서 감점."

10 | "I'll live with that."(그 정도면 견딜 수 있어.)


[저녁 18:45 / 10의 개인실]


리가토니 아라비아타. 짧은 원통형 파스타에 토마토소스가 걸쭉하게 입혀져 있었고, 매운맛이 은근히 올라오는 조리법이었다. 첫째 날의 알리오 올리오보다 소스가 풍부했고, 피비가 '매운 것'에 거부감이 없다는 전날의 데이터가 반영된 메뉴.

피비는 리가토니를 포크에 꽂아 하나씩 먹었다. 원통 안에 소스가 차 있는 것을 발견하고 눈이 커졌다.

12 | "파스타 안에 소스가 들어 있어! 숨었다!"

10 | "That's the point of rigatoni."(그게 리가토니의 존재 이유야.)

12 | "똑똑해."

10 | "The pasta is?"(파스타가?)

12 | "응. 파스타가 똑똑해."

10은 보고서를 작성하는 척했으나 세 문장째에서 같은 단어를 두 번 타이핑하고 있었다. 지웠다. 다시 쳤다. 피비가 리가토니를 포크에 꽂아 올리며 형광등에 비춰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약병을 빛에 비추던 습관과 같은 각도.

12 | "80점! 숨은 소스 가산점."


DAY 3 — 06.22 (일)

[아침 07:45 / 섹터 E 식당]


팬케이크 세 장. 위에 바나나 슬라이스와 꿀. 이틀째의 프렌치토스트에서 '꿀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는 피드백이 반영된 메뉴. 이 남자는 은근히 데이터를 모으고 있었다. 자기가 그러고 있다는 자각이 있는지는 불확실했다.

피비는 팬케이크를 손으로 접어 먹으려 했다.

10 | "Fork and knife."(포크랑 나이프.)

12 | "왜? 손이 더 빨라."

10 | "Because we're not animals."(우리는 짐승이 아니니까.)

피비는 투덜거리며 포크를 들었다. 팬케이크를 자르고, 바나나와 같이 입에 넣고, 꿀이 입술에 묻은 채 씹었다.

12 | "90점."

10의 손이 멈추었다. 90점은 처음이었다.

12 | "단 거 맛있어. 텐이 만든 단 거는 더 맛있어."

10은 커피잔을 입에 대고 3초간 마시지 않았다. 그냥 잔을 입술에 대고 있었다. 그리고 삼켰다.

10 | "Good to know."(알아 둘게.)


[점심 12:00 / 섹터 E 식당]


미네스트로네 수프와 빵. 야채가 잘게 썰려 토마토 베이스 수프에 담겨 있었다. 당근, 감자, 셀러리, 주키니. 색이 다채로웠다. 빵은 따뜻했다.

피비는 수프를 한 숟갈 떠 맛보고 당근을 골라냈다.

12 | "주황색 네모 뭐야."

10 | "Carrot."(당근이야.)

12 | "안 먹어."

10 | "Why?"(왜?)

12 | "맛없을 것 같아서."

10 | "You haven't tried it."(아직 안 먹어봤잖아.)

12 | "보면 알아."

10은 3초간 피비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숟가락으로 당근 한 조각을 떠서 피비 입 앞에 가져갔다. 피비는 눈을 크게 뜨고 숟가락 끝을 봤다. 10의 얼굴을 봤다. 다시 숟가락을 봤다. 입을 벌렸다.

씹었다. 삼켰다.

12 | "⋯⋯달다?"

10 | "Carrots are sweet when cooked properly."(당근은 제대로 익히면 달아.)

피비는 그 후로 당근을 골라내지 않았다. 셀러리는 세 조각 남겼다. 10은 그것에 대해서는 싸우지 않기로 했다. 하루에 전투는 한 번이면 충분했다.

12 | "74점. 당근 가산점인데 셀러리 감점."


[저녁 19:30 / 10의 개인실]


라자냐. 1인분 크기의 소형 라자냐가 내열 용기에 담겨 있었다. 층층이 쌓인 파스타 시트 사이에 미트소스와 베샤멜이 번갈아 들어 있었고 위에 치즈가 녹아 갈색으로 그라탱되어 있었다. 만드는 데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오전 수프를 끓이면서 동시에 라자냐를 조립해 오븐에 넣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피비는 라자냐를 한 숟갈 떠 입에 넣고 5초간 씹지 않았다. 눈이 천천히 감겼다. 치즈와 미트소스와 베샤멜이 입안에서 녹아 섞이는 동안, 피비의 표정이 평소의 산만함에서 벗어나 고요해졌다. 약효와 상관없는 종류의 이완이었다.

12 | "텐."

10 | "Mm?"

12 | "이거 100점인데."

10의 타이핑이 멈췄다. 데이터패드 화면을 보고 있었으나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100점. 라자냐 하나에 100점. 이 사람의 채점 기준은 일관성이 없고 편차가 크고 잼의 유무에 좌우되고 근본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체계였다. 그런데 100점이라는 숫자가 목에 걸려 넘어가지 않았다.

10 | "It's just lasagna."(그냥 라자냐야.)

12 | "그냥 라자냐가 이렇게 맛있어?"

10 | "Apparently."(그런 것 같지.)

10은 데이터패드를 닫고 책상에 올려놓았다. 일어서서 피비의 맞은편에 앉았다. 피비가 라자냐를 떠먹는 것을 지켜봤다. 치즈가 늘어나고, 소스가 입꼬리에 묻고, 숟가락이 용기 바닥을 긁었다. 거의 전부 먹었다. 남은 건 가장자리의 마른 부분뿐이었고, 그것마저 피비는 손으로 뜯어 입에 넣었다.

10 | "I thought we discussed the fork rule."(포크 규칙 얘기했던 것 같은데.)

12 | "남은 거는 손으로 먹어도 돼. 그게 규칙이야."

10 | "Whose rule?"(누구 규칙?)

12 | "내 규칙."

10은 코끝으로 숨을 내쉬었다. 웃음과 한숨의 중간 어딘가.


DAY 4 — 06.23 (월)

[아침 07:15 / 섹터 E 식당]

 

에그 인 어 홀. 빵 가운데를 동그랗게 도려내고 그 안에 달걀을 익힌 것. 노른자가 반숙으로 흘렀다. 도려낸 빵 조각은 옆에 따로 구워져 있었다.

이 날 10의 눈 밑이 전날보다 어두웠다. 새벽에 0에게서 브리핑 관련 통신이 와서 2시간밖에 못 잤다. 그러나 아침은 예정대로 차려져 있었다. 빵의 단면이 어제보다 약간 거칠었고 노른자 반숙의 정도가 전날들의 정밀함에서 미세하게 벗어나 있었다. 수면 부족의 흔적이 접시 위에 남아 있었다.

피비는 알아채지 못했다. 노른자를 터뜨리며 빵에 묻혀 먹는 데 열중했다.

12 | "노른자 터지는 거 좋아!"

10 | "Glad something makes you happy at seven in the morning."(아침 일곱 시에 뭐라도 너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게 있으니 다행이다.)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 피로가 깔려 있었다. 커피를 평소보다 진하게 내렸고, 한 잔이 아니라 두 잔째였다.

12 | "텐, 피곤해?"

10 | "No."(아니.)

12 | "거짓말. 눈이 빨개."

의안 쪽이 아니라 오른쪽 눈이었다. 충혈이 미세하게 번져 있었다. 피비의 시선이 거기에 정확히 꽂혀 있었다. 10은 커피잔 뒤로 시선을 피했다.

10 | "Eat your bread."(빵이나 먹어.)

12 | "76점. 텐이 피곤하면 대충 만들어도 돼. 나 MRE 먹을 수 있어."

10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말이 거슬린 것이 아니었다. 반대였다. 'MRE 먹을 수 있다'는 양보가 이 사람에게는 가장 큰 배려의 형태라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에 대답할 말이 없었다.


[점심 13:00 / 섹터 E 식당]


이 날 점심은 예정보다 한 시간 늦었다. 0과의 브리핑이 길어졌다. 피비가 식당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빈 테이블 앞에서 다리를 흔들며 레몬 캔디 포장지를 접어 학을 만들려다 실패하고 구겨진 금색 덩어리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10이 들어왔을 때 피비가 고개를 들었다.

12 | "늦었어."

10 | "I know. Sorry."(알아. 미안.)

사과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이 사람이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하는 편이 아니라는 것을 고려하면, 그 단어 안에는 사과 이상의 무언가가 접혀 있었을 것이다. 피비를 기다리게 했다는 사실에 대한 약간의—

트레이를 내려놓았다. 브루스케타 세 조각. 토마토, 바질, 올리브유. 간단하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메뉴. 시간이 부족했다는 증거. 그러나 토마토의 크기가 고르게 다져져 있었고 빵의 굽기는 일정했다. 급하게 만들었으되 대충 만들지는 않았다는 방증.

12 | "이거 둘째 날 먹은 거랑 비슷하다."

10 | "Similar family."(같은 계열이야.)

피비는 브루스케타를 한 입에 넣었다. 바질을 이번에는 빼지 않았다. 셋째 날 이후로 바질에 대한 저항이 사라져 있었다. 10은 그 변화를 봤고, 보고서에 기록하지는 않았으나 머릿속에 저장했다.

12 | "68점. 둘째 날이 더 맛있었어."

10 | "Fair."(공정하네.)


[저녁 19:15 / 10의 개인실]


밀라노식 커틀릿. 얇게 두드린 고기에 빵가루를 입혀 바삭하게 튀긴 것. 옆에 레몬 웨지와 루콜라 몇 잎. 고기가 얇아 식감이 가볍고,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기름 빠짐이 깔끔했다. 이 사람이 이탈리아인이라는 사실이 메뉴판에서 일주일 내내 증명되고 있었다.

피비는 커틀릿을 손으로 들었다. 10이 입을 열려다 닫았다. 넷째 날이었고, 포크 전쟁에서 매번 지고 있었다. 이건 손으로 먹어도 되는 종류라고 스스로에게 허락했다.

12 | "바삭바삭. 소리 나."

아작아작 씹으며 눈을 감았다. 레몬 웨지를 발견하고 짜서 커틀릿 위에 뿌렸다. 신맛에 얼굴을 찡그렸다가, 바삭한 고기와 레몬의 조합이 입안에서 맞물리자 찡그린 얼굴이 풀렸다.

12 | "82점. 바삭해서 가산점."

10 | "Noted. Crunch equals points."(메모. 바삭함은 곧 점수.)

10은 탁자 위에 팔꿈치를 올리고 턱을 괴었다. 피비가 커틀릿을 다 먹고 빵가루를 손가락으로 집어 먹는 것을 지켜봤다. 주머니 안의 라이터를 만지지 않았다. 만질 필요가 없었다. 눈앞에 있었으므로.


DAY 5 — 06.24 (화)

[아침 07:30 / 섹터 E 식당]



이 날 아침 식당에 들어선 피비가 멈췄다. 트레이 위에 MRE가 놓여 있었다. 그 옆에 잼 한 봉지.

10이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커피. 표정은 평소와 같았으나, MRE 옆에 잼을 놓은 배치가 의도적이었다. 잼을 금지한 사람이 잼을 풀어준 것. 다섯째 날.

12 | "⋯⋯잼?"

10 | "One packet. Just one."(한 봉지. 딱 하나.)

피비의 얼굴이 환해졌다. MRE를 뜯고 잼을 짜 넣고 섞어 먹었다. 익숙한 맛이 돌아온 것에 대한 반응은—눈이 반달이 되고 다리를 흔들고 콧노래가 나오는 것이었다. 10은 그 반응을 커피잔 너머로 지켜봤다.

12 | "95점! 잼 가산점!"

10 | "That's the jam's score, not mine."(그건 잼 점수지, 내 점수가 아니잖아.)

12 | "잼을 준 건 텐이니까 텐 점수야."

같은 논리가 첫째 날에도 나왔다. 꿀을 준 것도, 잼을 허락한 것도 전부 10의 점수라는 체계. 반박의 여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 반박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 종류의 논리였다.


[점심 12:00 / 섹터 E 식당]


카르보나라. 계란 노른자와 페코리노, 관찰레가 면에 코팅된 정통 로마식. 크림은 들어가지 않았다. 소스가 면에 밀착되어 윤기가 흘렀고, 후추가 거칠게 갈려 위에 뿌려져 있었다. 10이 지금까지 만든 파스타 중 가장 공을 들인 접시였다. 잼을 풀어준 날의 여유가 점심에까지 이어진 것인지, 아니면 90점과 95점 사이 어딘가에서 조용히 경쟁심이 발동한 것인지.

피비는 포크로 면을 감았다. 이번에는 감는 법이 나흘 전보다 나아져 있었다. 10이 가르친 적은 없었다. 매일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알아서 학습한 것이었다. 면을 입에 넣고 씹는 동안 눈이 천천히 커졌다.

12 | "이거⋯⋯ 지금까지 중에 제일 맛있다."

10 | "Which one are you comparing it to?"(뭐랑 비교해서?)

12 | "전부. 라자냐보다 맛있어."

10의 손이 커피잔 위에서 멈추었다. 100점을 받은 라자냐보다 맛있다는 선언. 그 선언을 한 사람의 얼굴에는 과장이나 아첨의 흔적이 없었다. 그냥 느낀 것을 말한 것이었다.

12 | "100점."

두 번째 100점. 10은 커피를 마셨다. 잔이 비어 있었다. 빈 잔을 입에 대고 마시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1초 뒤에 알아차리고 잔을 내려놓았다.

10 | "You're getting generous."(점수가 후해지는데.)

12 | "맛있으면 100점이야. 복잡한 거 없어."

복잡한 거 없었다. 이 사람에게는 진짜로 없었다.


[저녁 19:00 / 10의 개인실]


뇨키. 감자 반죽을 엄지로 눌러 모양을 낸 작은 덩어리들이 세이지 버터 소스에 버무려져 있었다. 반죽을 직접 빚은 흔적이 10의 손톱 사이에 남은 밀가루 자국으로 드러났다. 피비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 뇨키를 포크에 꽂아 하나씩 입에 넣고 있었다.

12 | "이거 말랑말랑해! 젤리 같아!"

10 | "It's not jelly. It's potato."(젤리 아니야. 감자야.)

12 | "감자가 이렇게 돼?"

10 | "When you put in the work, yes."(공을 들이면 그래.)

피비는 뇨키를 하나 더 꽂아 10 쪽으로 내밀었다. 포크 끝에 매달린 뇨키가 세이지 버터에 젖어 윤기가 났다.

12 | "텐도 먹어. 맛있는데."

10은 0.5초간 포크 끝을 봤다. 피비의 손, 포크, 뇨키. 그리고 고개를 숙여 포크에서 뇨키를 입으로 가져갔다. 피비가 들고 있는 포크에서 직접. 입술이 금속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씹고, 삼켰다.

10 | "Not bad."(나쁘지 않네.)

자기가 만든 것이므로 당연히 맛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쁘지 않다'고 말한 것은 뇨키의 맛에 대한 평가가 아니었을 것이다.

12 | "88점. 말랑한 거 좋아."


DAY 6 — 06.25 (수)

[아침 07:00 / 섹터 E 식당]


여섯째 날 아침. 10은 평소보다 일찍 식당에 있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이유는 없었다. 잠이 깬 것이다. 그리고 깨어 있는 김에 아침을 준비했다.

크레이프. 얇은 반죽이 접시 위에 세 장 겹쳐 있었고, 위에 딸기 슬라이스와 꿀이 뿌려져 있었다. 가장자리가 바삭하고 가운데가 부드러운 프랑스식. 이탈리아인이 프랑스 요리를 만든 것에 대한 자존심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피비가 좋아할 것이 분명한 메뉴였기 때문에.

벌칙이었다. 이것은 벌칙이었다.

피비가 식당에 들어왔을 때 머리카락이 한쪽으로 눌려 있었고 셔츠가 뒤집어져 있었다. 눈이 반쯤 감긴 채 의자에 앉아 트레이를 당겼다. 크레이프를 보고 눈이 열렸다.

12 | "예쁘다."

맛보다 먼저 나온 평가가 외형이었다. 딸기의 빨강과 크레이프의 연한 금색과 꿀의 투명한 호박색이 접시 위에서 만드는 배색에 대한 감상. 바이알을 빛에 비추고, 소화기의 빨간색에 반하고, 리가토니 안의 소스에 감탄하는 사람의 시선이 여기서도 작동하고 있었다. 10은 그 패턴을 이제 읽을 수 있었다. 이 사람은 맛 이전에 색과 형태에 먼저 반응한다.

12 | "먹어도 돼?"

10 | "That's why it's there."(거기 있는 이유가 그거야.)

피비는 크레이프를 손으로 돌돌 말아 입에 넣었다. 포크는 쓰지 않았다. 10은 입을 열지 않았다. 여섯째 날이었다. 포크 전쟁은 이미 3일 전에 휴전 상태였다.

12 | "텐."

10 | "Mm."

12 | "이건 몇 점인지 모르겠어. 숫자가 모자라."

10의 커피잔이 입술 앞에서 멈추었다. 0.8초. 그리고 커피를 마셨다.

10 | "There are numbers above a hundred, you know."(100 위에도 숫자가 있거든.)

12 | "있어?"

10 | "101, 102, 103⋯⋯keep going."(101, 102, 103⋯⋯ 계속 가.)

12 | "그러면 200점."

10 | "That's a big jump."(그건 좀 비약인데.)

12 | "맛있으니까."

피비는 두 번째 크레이프를 말며 딸기를 하나 집어 따로 입에 넣었다. 씹으며 웃었다. 10은 그 웃음을 보다가 시선을 창 없는 벽 쪽으로 돌렸다. 벽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점심 12:30 / 섹터 E 식당]


판자넬라. 이탈리아식 빵 샐러드. 딱딱해진 빵을 찢어 토마토, 오이, 적양파, 바질과 함께 올리브유와 적포도 식초로 버무린 것. 색이 다채로웠다. 피비의 눈이 먼저 반응하는 패턴을 이용한 메뉴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자각 유무와 무관하게.

피비는 오이를 집어 먹고, 토마토를 집어 먹고, 빵을 씹었다. 적양파를 하나 입에 넣다가 얼굴을 찡그렸다.

12 | "이거 매워."

10 | "It's red onion. It bites a little."(적양파야. 약간 알싸해.)

12 | "타바스코보다 매워."

10 | "It is not."(아니야.)

12 | "내 혀가 그렇다는데."

10은 반박하지 않았다. 이 사람의 미각은 객관적 기준으로 측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잼과 핫소스를 동시에 먹는 미각의 소유자에게 적양파의 알싸함이 타바스코보다 맵게 느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그는 여섯째 날에 와서야 수용했다.

12 | "72점. 양파 감점."

10 | "You ate the rest of it."(나머지는 다 먹었잖아.)

12 | "나머지는 맛있었으니까. 양파만 미웠어."

'미웠다'는 표현이 음식에 대한 감정 평가로 사용되고 있었다. 10은 한 번 눈을 감았다가 떴다.


[저녁 19:00 / 10의 개인실]


오소부코. 송아지 정강이뼈를 토마토와 채소, 화이트 와인으로 천천히 끓인 밀라노 전통 요리. 이것을 만드는 데는 최소 두 시간이 걸렸다. 점심의 판자넬라를 만들기 전에 이미 오소부코를 불 위에 올려놓았어야 가능한 타이밍. 아침의 크레이프, 점심의 판자넬라, 저녁의 오소부코. 여섯째 날의 메뉴 구성은 일주일 중 가장 공이 들어 있었다.

벌칙이었다. 이것은 벌칙이었다.

탁자 위에 내열 그릇이 놓였다. 뚜껑을 열자 토마토 소스에 잠긴 정강이뼈에서 김이 올라왔다. 향이 방 안을 채웠다. 피비는 그릇 앞에 앉아 김을 들이마시고 눈을 감았다.

12 | "좋은 냄새."

10 | "Ossobuco. My mother used to make it."(오소부코. 어머니가 만들곤 했어.)

말하고 나서 0.3초 만에 자기 입을 의식한 얼굴이었다. 어머니. 그 단어가 이 방에서 이 사람 앞에서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피비는 눈을 떠 10을 올려다봤다. 풀린 눈이었으나 시선은 정확히 10의 얼굴에 꽂혀 있었다.

12 | "텐 엄마도 요리 잘해?"

10 | "She was decent."(괜찮았지.)

과거형이었다. 피비는 과거형의 의미를 파고들지 않았다. 파고드는 것이 이 사람의 방식이 아니었다. 대신 숟가락을 들어 소스를 떠 입에 넣었다. 천천히 씹었다. 고기가 뼈에서 부드럽게 떨어져 나왔다. 토마토와 와인의 깊은 맛이 혀를 감쌌다.

12 | "텐."

10 | "Mm?"

12 | "이거 점수 안 매길래."

10이 고개를 들었다.

12 | "점수 매기면 맛없어질 것 같아서."

피비는 숟가락으로 소스를 한 번 더 떠 입에 넣었다.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 10은 대답을 찾지 못했다. 이 사람이 '점수를 매기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은 100점 체계의 한계를 인식한 것이 아니라, 어떤 음식 앞에서 숫자가 끼어들면 안 된다는 직감이 작동한 것이었다. 계산이 아니라 감각. 늘 그렇듯.

10은 보고서를 작성하는 척했으나 세 문장을 20분 동안 쓰고 있었다. 피비가 오소부코를 거의 다 먹었다. 뼈 주변의 골수까지 숟가락으로 파 먹었다. 그릇이 거의 비었을 때 피비가 숟가락을 내려놓고 말했다.

12 | "텐 엄마한테 고마워."

10의 타이핑이 완전히 멈추었다.

12 | "이거 만드는 거 가르쳐 준 사람이잖아."

10은 데이터패드를 내려놓았다. 화면이 꺼졌다. 방 안에 환기구 소리만 남았다. 그리고 1초. 2초.

10 | "⋯⋯I'll pass that along."(⋯⋯전해 둘게.)

전할 곳이 있는지 없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목소리가 평소보다 반 톤 낮았고, 그 반 톤의 차이 안에 접혀 있는 것을 피비는 알지 못했다. 알 필요도 없었다.


DAY 7 — 06.26 (목)

[아침 07:30 / 섹터 E 식당]


마지막 날. 트레이 위에 프리타타가 있었다. 이탈리아식 오픈 오믈렛. 달걀, 주키니, 파프리카, 치즈가 오븐에 부풀려져 금빛으로 구워져 있었다. 색이 다채로웠다. 노랑, 초록, 빨강, 금색. 피비의 눈을 위한 메뉴라는 것이 접시 위에 쓰여 있었다.

옆에 잼 한 봉지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작은 쪽지.

10의 필체로: "Last day. You earned it."(마지막 날. 네가 벌었어.)

10은 식당에 없었다. 테이블 위에 트레이만 놓여 있었다. 새벽 브리핑이 잡혀서 먼저 나간 것이었다. 피비는 쪽지를 읽고 뒤집어 봤다. 뒷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쪽지를 주머니에 넣었다. 접지 않고 그대로.

프리타타를 한 숟갈 떴다. 잼은 옆에 놓인 채였다. 한 숟갈 먹고, 두 숟갈 먹고, 세 숟갈째에 잼 봉지를 열어 짜 넣었다. 원래의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일주일간의 식단 교육이 미각을 바꾸지는 못했다. 다만 바질을 빼지 않게 된 것과, 당근을 먹게 된 것과, 포크 감는 법이 나아진 것은 남아 있었다.

12 | "⋯⋯잼 넣으니까 더 맛있는데."

혼잣말이었다. 식당에는 아무도 없었다. 피비는 프리타타를 다 먹고 빈 접시 위에 잼 봉지를 올려놓고 트레이를 반납했다. 쪽지는 주머니에서 나오지 않았다.


[점심 12:45 / 섹터 E 식당]


10이 식당에 들어왔을 때 피비가 이미 앉아 있었다. 빈 테이블 앞에서 다리를 흔들며. 기다리고 있었다. 10은 트레이를 들고 왔다. 포카차 샌드위치. 구운 채소와 모짜렐라와 프로슈토가 사이에 끼워진. 빵이 올리브유를 머금어 짙은 금색이었다.

12 | "늦었어."

10 | "Fifteen minutes."(15분.)

12 | "길어."

10 | "Yesterday you waited forty minutes without complaining."(어제는 40분 기다리고도 불평 안 했잖아.)

12 | "어제는 어제고 오늘은 오늘이야."

10은 맞은편에 앉으며 턱을 괴었다. 피비가 포카차를 양손으로 들고 베어 물었다. 올리브유가 손목으로 흘러내렸다. 프로슈토의 짠맛과 모짜렐라의 부드러움이 입 안에서 섞이는 동안 피비의 눈이 감겼다가 열렸다.

12 | "85점."

10 | "Reason?"(이유?)

12 | "맛있는데 라자냐는 아니니까."

라자냐는 이 채점 체계의 절대 기준점이 되어 있었다. 셋째 날 저녁의 라자냐. 첫 100점. 그것을 넘어선 것은 다섯째 날의 카르보나라뿐이었고, 여섯째 날의 오소부코는 점수 자체를 거부당했다. 10은 피비의 채점 체계를 일주일에 걸쳐 분석한 결과 다음의 결론에 도달해 있었다. 단맛이 기본이고, 식감이 가산점이고, 색이 입장권이고, 라자냐가 헌법이다.


[저녁 19:30 / 10의 개인실]


마지막 저녁.

10의 개인실 탁자 위에 트레이가 두 개 놓여 있었다. 하나는 피비의 것이고, 하나는 10의 것이었다. 일주일 동안 10은 피비의 식사를 만들고 맞은편에 앉아 커피만 마셨다. 자기 몫은 따로 먹거나, 남은 것을 치우며 먹거나, 아예 건너뛰거나 했다. 그런데 마지막 날 저녁에는 자기 몫의 트레이가 있었다.

메뉴는 같았다. 라자냐.

셋째 날의 그것과 같은 레시피. 미트소스와 베샤멜이 번갈아 층을 이루고 치즈가 갈색으로 그라탱된. 다만 이번에는 내열 용기가 두 개였다. 하나는 피비 앞에, 하나는 10 앞에.

피비가 용기를 보고 10을 보고 다시 용기를 봤다.

12 | "텐 것도 있어."

10 | "Last supper. Seemed appropriate to share."(마지막 만찬이니까. 같이 먹는 게 맞는 것 같아서.)

'마지막 만찬'이라는 단어 선택이 이탈리아인의 입에서 나올 때의 무게를 피비는 알지 못했다. 10도 그 무게를 의도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

피비는 숟가락을 들었다. 10도 숟가락을 들었다. 동시에 첫 숟갈을 떴다. 동시에 입에 넣었다. 치즈가 늘어나고, 미트소스가 혀를 감싸고, 베샤멜이 그 위에 얹혔다. 일주일 전과 같은 맛이었다. 같은 레시피, 같은 오븐, 같은 시간. 다른 것은 맞은편에 앉은 사람이 커피가 아니라 같은 음식을 먹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피비가 먹으며 올려다봤다. 10이 먹으며 내려다봤다. 시선이 마주쳤다. 피비가 웃었다. 입에 소스가 묻은 채로. 10은 웃지 않았다. 대신 냅킨을 집어 피비 쪽으로 내밀었다.

10 | "Wipe your mouth."(입 닦아.)

12 | "텐이 닦아 줘."

10 | "You have two working hands."(멀쩡한 손이 두 개 있잖아.)

12 | "귀찮아."

10은 0.5초간 피비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냅킨을 들어 피비의 입꼬리를 한 번 닦았다. 가볍게. 소스를 제거하는 최소한의 동작. 그리고 냅킨을 피비의 손에 쥐여 주었다.

10 | "From now on, do it yourself."(앞으로는 직접 해.)

12 | "내일도 해 줘."

10 | "There's no tomorrow. Today's the last day."(내일은 없어. 오늘이 마지막이야.)

피비의 숟가락이 멈추었다. 올려다보는 눈에서 산만함이 빠져 있었다. 약효와 무관한 종류의 표정이 2초간 얼굴에 머물렀다가 사라졌다.

12 | "⋯⋯벌칙 하나 더 하면 안 돼?"

10 | "You want to be punished again?"(또 벌 받고 싶어?)

12 | "벌칙이 이런 거면. 매일 받을래."

10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피비를 보았다. 이 사람의 얼굴에는 전략이 없었다. 계산이 없었다. 연장을 원하는 이유가 '텐이 만든 밥이 맛있으니까'라는 단 하나의 사실에 기반해 있다는 것이 투명하게 보였다. 그 투명함 앞에서 '벌칙'이라는 틀이 얼마나 얇은 것이었는지가 드러났다. 일주일 내내 벌칙이라고 불렀던 것의 실체를.

10 | "I'll think about it."(생각해 볼게.)

12 | "진짜?"

10 | "I said I'll think about it. Not yes."(생각해 본다고 했지. 그렇다고 한 게 아니야.)

피비는 '생각해 본다'를 '거의 그렇다'로 번역한 얼굴이었다. 그 번역이 정확한지 부정확한지는 10만이 알고 있었다. 그리고 10은 그 답을 자기 자신에게도 아직 말하지 않았다.

라자냐가 비었다. 두 개의 용기가 동시에. 피비가 용기 바닥의 눌어붙은 치즈를 손가락으로 긁어 먹었다. 10은 이번에는 제지하지 않았다. 마지막 날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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