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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10/LOG

10피비|여덟 번째 선

2026. 8. 13. 22:50

5월 16일 금요일, 오후 세 시 이십 분. 요새의 오후에는 창이 없으므로 시간은 늘 시계와 배고픔으로만 감각된다. 10의 개인실은 평소처럼 정돈되어 있었고 평소처럼 한쪽만 무너져 있었다. 무너진 쪽이란 소파였다. 피비는 등받이에 다리를 걸치고 머리를 좌면 아래로 늘어뜨린 자세로 누워 있었다. 아쿠아마린 머리카락이 바닥까지 쏟아져 카펫 위에 얇게 퍼졌고, 얼굴은 피가 쏠려 발갛게 익었다. 한 시간 전에 투약을 마친 참이었다. 그 시각의 피비는 세상에서 가장 다루기 쉬우면서 가장 성가신 상태가 된다. 아프지 않고, 무섭지 않고, 조용히 있을 이유를 단 하나도 갖지 못한다.

12 | "텐. 천장 봐. 거꾸로 보면 바닥 같아."

10 | "That's because you're upside down."

(네가 거꾸로 있으니까 그렇지.)

12 | "아니야. 천장이 바닥인 거야."

10은 대꾸하지 않았다. 책상에 앉아 지난 작전의 잔여 물자 목록을 대조하는 중이었고, 그 목록은 5가 두 번이나 반려한 물건이었다. 볼펜 끝으로 항목을 짚어 내려가는 동안 소파 쪽에서 사탕 봉지가 부스럭거렸고, 곧 딱딱한 것이 어딘가로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이어서 피비가 몸을 뒤집었다. 쿠션 사이로 손을 밀어 넣고 팔꿈치까지 파묻는 소리, 등받이 안쪽을 헤집는 소리. 10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물었다.

10 | "What are you excavating this time?"

(이번엔 뭘 발굴하시나.)

12 | "사탕 빠졌어. 파란 거였는데."

그리고 잠깐 조용했다. 이 방에서 피비가 조용해지는 경우는 자거나 무언가를 손에 넣었을 때뿐이다. 10이 볼펜을 내려놓고 돌아봤을 때 피비는 소파 위에 앉아 있었고, 손바닥 위에 은색 물건 하나가 얹혀 있었다. 라이터였다. 브러시드 스틸, 모서리 한 곳이 오래전에 찌그러졌고, 뚜껑 경첩은 헐거워져 흔들면 잘그락 소리가 났다. 회의 중 재킷을 벗어 소파 등받이에 걸쳐 두었던 그날 주머니에서 흘러 들어간 모양이었다. 10의 손끝이 책상 위에서 아주 짧게 멈췄다. 그 정지는 0.5초쯤이었고, 그 정도면 피비는 절대 알아차리지 못하는 길이였다.

12 | "이거 뭐야? 예쁜데."

10 | "A lighter. Give it here."

(라이터. 이리 줘.)

12 | "싫어."

피비는 그것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소파 구석으로 굴러갔다. 어린애의 도피 동선이었다. 그러고는 손을 조금 벌려 안을 들여다봤다. 뚜껑을 젖히자 딸깍, 하고 낡은 금속이 맞물리는 소리가 났고, 피비의 눈동자가 크게 열렸다. 소리가 마음에 든 것이었다. 딸깍. 딸깍. 딸깍. 세 번째부터는 10의 관자놀이가 미세하게 당겨졌다.

10 | "Phoebe."

(피비.)

12 | "이거 나 줘."

10 | "No."

(안 돼.)

12 | "왜? 텐 담배 안 피우잖아. 안 쓰는 거잖아. 안 쓰는 걸 왜 갖고 있어?"

10은 의자를 돌려 완전히 그녀를 마주 보고 앉았다.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았다. 이 사람의 질문은 대체로 무해하고, 대체로 정확한 곳을 찌른다. 안 쓰는 걸 왜 갖고 있느냐. 열한 해 동안 아무도 묻지 않았던 문장이 사탕을 잃어버린 사람의 입에서 아무렇지 않게 굴러 나왔다.

10 | "Because I don't throw things away simply because I've stopped using them. That's a rather rare virtue, actually. You should try it sometime."

(안 쓰게 됐다고 버리진 않으니까. 꽤 드문 미덕이야, 이거. 너도 한번 해 봐.)

12 |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그래서 줄 거야 안 줄 거야?"

10 | "Non è un giocattolo."

(장난감 아니야.)

12 | "이탈리아어로 말하면 못 알아듣는 거 알잖아."

10 | "That's rather the point."

(그게 요점인데.)

피비는 라이터를 뒤집어 밑면을 들여다봤다. 거기에 아주 얕은 각인이 남아 있었다. 깃털을 늘어뜨린 새 한 마리와 그 아래 네 자리 숫자. 손때에 문질려 윤곽만 겨우 남은 상태였다. 피비는 손톱 끝으로 그 자국을 따라 그리며 고개를 기울였다.

12 | "여기 새 있어. 이거 무슨 새야?"

10 | "A capercaillie. It's a feather, technically. From a hat I used to wear."

(뇌조. 정확히는 깃털이지. 예전에 쓰던 모자에 달려 있던.)

12 | "모자에 새 깃털을 왜 달아?"

10 | "Because someone decided, a hundred and seventy years ago, that men running very fast into gunfire should look decorative while doing it."

(백칠십 년 전에 누가 그렇게 정했거든. 총알 쪽으로 전력 질주하는 놈들은 그러는 동안에도 보기 좋아야 한다고.)

피비는 웃었다. 이해했기 때문이 아니라 '전력 질주'와 '보기 좋아야 한다'가 한 문장에 들어 있는 게 웃겼기 때문이다. 웃는 동안에도 라이터는 놓지 않았다. 10은 그 손을 봤다. 손등의 오래된 주사 자국 위로 은색이 얹혀 있었고, 방의 조명이 금속 표면에서 한 번 꺾여 튀었다. 실은 이 방에서 저것보다 값나가는 물건은 얼마든지 있다. 시계도 있고 만년필도 있고 위스키도 있다. 하필 저것이었다.

10 | "Listen. Even setting sentiment aside, I'm not handing a working ignition source to someone who keeps solvent in her coat pocket. You'd have the east wing off the blueprints by Sunday."

(들어봐. 감상은 제쳐 두더라도, 코트 주머니에 용제 넣고 다니는 사람한테 작동하는 점화원을 넘길 순 없어. 일요일이면 동편 구역이 도면에서 사라져 있겠지.)

12 | "안 터뜨려. 나 그런 거 안 해. 에잇은 그런 거 하는데 나는 안 해."

10 | "You once tried to open a sealed drum with a screwdriver and your teeth."

(넌 밀폐 드럼통을 드라이버랑 이빨로 열려고 한 적 있어.)

12 | "그건 열려고 한 거지 터뜨리려고 한 게 아니잖아."

말문이 막힌다기보다는, 반박할 가치가 있는 논리인지 판단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종류의 대답이었다. 피비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무릎걸음으로 소파 끝까지 다가와 책상 모서리에 턱을 얹었다. 그러고는 반대편 주머니를 뒤져 동전을 한 움큼 꺼내 책상 위에 쏟았다. 유로화 동전들이 굴러 볼펜에 부딪히고 멈췄다. 전부 지난달에 10에게서 뜯어낸 것들이었다.

12 | "이거 줄게. 이걸로 사."

10 | "You're offering to buy my property with my own money."

(내 물건을 내 돈으로 사겠다는 건데.)

12 | "응. 좋은 조건이지?"

10 | "Astonishing, really."

(놀라울 지경이야, 정말.)

10은 동전을 하나 집어 엄지로 굴리다가 도로 내려놓았다. 그리고 일어섰다. 피비가 라이터를 등 뒤로 감췄지만 10은 그것을 뺏으러 간 게 아니었다. 그는 세면대 쪽 선반에서 작은 금속 접시와 밀폐 틴 케이스를 가져와 책상에 놓고, 손을 내밀었다.

10 | "Hand it over. Two minutes."

(줘 봐. 2분.)

12 | "안 뺏을 거지?"

10 | "If I wanted it back I'd simply have taken it forty seconds ago."

(뺏을 거였으면 사십 초 전에 이미 가져갔어.)

피비는 그 말에 납득했다. 그녀의 납득은 언제나 논리가 아니라 속도로 이루어진다. 라이터가 손바닥에서 손바닥으로 건너갔다. 10은 그것을 열어 내부 유닛을 케이스에서 뽑아냈다. 오래된 솜에서 옅은 연료 냄새가 올라왔고, 그는 접시 위에 대고 남은 액체를 털어낸 뒤 솜을 뽑아 틴에 넣고 뚜껑을 닫았다. 이어서 바닥 나사를 돌려 부싯돌을 빼냈다. 작은 검은 원기둥이 그의 손끝에 얹혔다. 그는 그것을 자기 셔츠 주머니에 넣었다.

10 | "There. Now it clicks, it shines, and it does absolutely nothing. Which, I suspect, is the part you actually wanted."

(자. 이제 소리 나고, 반짝이고, 아무것도 안 해. 어차피 네가 원한 건 그 부분이겠지.)

피비는 빈 라이터를 받아 들고 즉시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딸깍. 딸깍. 불이 붙지 않는데도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어서인지 더 즐거워 보였다. 그녀는 그것을 뺨에 대 보고, 차가운 금속의 온도에 눈을 가늘게 뜨고, 마지막에는 가슴 주머니 안쪽에 밀어 넣고 손바닥으로 꾹 눌렀다.

12 | "여기 넣을 거야. 여기가 제일 안 잃어버려."

10 | "You lost a candy in a sofa eleven minutes ago."

(11분 전에 소파에서 사탕을 잃어버린 사람이 할 말은 아닌데.)

12 | "사탕은 원래 잃어버리는 거고 이건 아니야."

10은 대답하지 않고 접시에 남은 연료를 닦아냈다. 헝겊이 금속을 문지르는 소리가 방 안에서 유일한 소리로 잠깐 남았다. 등 뒤에서 다시 딸깍, 하는 소리가 났다. 열여덟 살에 지급받아 스물아홉까지 주머니에 넣고 다닌 물건이 지금 소파 위에서 박자를 맞추고 있었다. 배신자 소리를 듣는 나라의 훈장 같은 것도, 눈 하나 값으로 남은 기념품도 아니었고, 그냥 뚜껑 소리가 좋다는 이유로 넘어갔다. 그 사실이 어이없을 만큼 가벼웠고, 가벼운 만큼 이상하게 개운했다.

12 | "텐. 고마워."

10 | "Prego."

(천만에.)

12 | "근데 사탕은 아직 소파에 있어. 찾아줘."

10 | "Ma certo."

(그럼 그렇지.)

10은 헝겊을 접어 내려놓고 소파로 걸어갔다. 쿠션을 들어 올리자 파란 사탕 하나가 먼지와 함께 굴러 나왔다. 그것을 집어 손바닥에 놓고 피비에게 내미는 동안, 그의 시선은 그녀의 가슴 주머니 위에서 한 번 머물렀다가 떨어졌다. 저 자리에서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물건이었다. 잃어버렸다고 울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되찾을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게, 오늘 확인한 것 중 가장 성가신 항목이었다.

 

딸깍. 소리는 일정하지 않았다. 피비는 뚜껑을 젖히는 속도를 매번 바꿔 가며 소리의 결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 있었다. 빠르게 젖히면 금속이 튕기는 고음이 났고, 천천히 밀어 올리면 경첩 안쪽에서 잘그락거리는 잡음이 먼저 났다. 그녀는 소파에 배를 깔고 엎드려 두 발을 번갈아 흔들면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실험이라도 하는 얼굴로 그 차이를 반복해 들었다. 10은 책상으로 돌아가 물자 목록의 남은 절반을 마저 대조하는 중이었지만, 볼펜 끝이 같은 줄에서 세 번째로 멈춰 있다는 사실은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10 | "You've done that forty-one times."

(마흔한 번 했어.)

12 | "세고 있었어?"

10 | "Involuntarily."

(본의 아니게.)

피비는 대답 대신 마흔두 번째를 눌렀다. 그러고는 뚜껑을 열어 둔 채 라이터를 뒤집어 밑면을 눈앞으로 가져갔다. 조명 아래에서 각인이 얕은 그림자를 만들었다. 늘어진 깃털 하나와 그 아래 나란히 찍힌 네 자리 숫자. 손때에 눌려 획이 뭉개졌지만 형태는 남아 있었다. 피비는 검지 손톱으로 숫자 위를 문질렀다. 아까까지는 새 모양만 보였는데, 물건이 자기 것이 되고 나니 그제야 나머지가 눈에 들어온 모양이었다.

12 | "여기 숫자 있어. 일팔삼육."

10 | "Milleottocentotrentasei."

(천팔백삼십육.)

12 | "그거 무슨 뜻이야? 네 번호야?"

10 | "A year. The corps was founded in eighteen thirty-six. Every man got the same stamp. It's not mine any more than the boots were."

(연도야. 그 부대가 1836년에 창설됐거든. 전부 똑같은 각인을 받았어. 군화가 내 것이 아닌 것만큼이나 내 것도 아니지.)

피비는 그 대답을 잠깐 곱씹었다. 곱씹는다기보다 단어 몇 개가 귀를 통과하다가 걸린 것에 가까웠다. 그녀는 라이터를 눈높이에 든 채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고, 아쿠아마린 머리카락이 소파 가장자리로 흘러내렸다.

12 | "그럼 다 똑같은 걸 갖고 있는 거야? 텐 말고 다른 사람들도?"

10 | "Presumably. Most of them threw theirs away when they left."

(아마도. 대부분은 나갈 때 버렸을걸.)

12 | "텐은 안 버렸잖아."

볼펜이 목록 위에 놓였다. 10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팔짱을 꼈다. 이 사람의 질문은 언제나 두 번째가 더 성가시다. 첫 번째는 그냥 궁금해서 묻고, 두 번째는 첫 번째 대답의 빈틈으로 정확히 들어온다. 악의도 계산도 없이, 문이 열려 있으니까 들어오는 방식으로.

10 | "I stopped smoking. The lighter stayed in the pocket. Objects are lazy that way. They don't leave unless you make them."

(담배를 끊었지. 라이터는 주머니에 남았고. 물건이란 게 원래 게을러. 내보내지 않으면 안 나가.)

12 | "언제 끊었어?"

10 | "Eventually."

(결국은.)

12 | "그게 언젠데."

10은 짧게 웃었다. 웃음의 절반은 체념이었다. 그는 손을 내밀어 라이터를 달라는 시늉을 했고, 피비가 잠시 망설이다 손바닥에 올려 주자 그것을 뒤집어 경첩 쪽 옆면을 위로 향하게 한 뒤 다시 돌려주었다. 각인이 있는 밑면이 아니라, 뚜껑과 몸체가 맞물리는 좁은 측면이었다. 조명을 비스듬히 받자 거기에 손톱만 한 폭으로 그어진 짧은 선들이 드러났다. 칼끝이나 열쇠 같은 것으로 아무렇게나 그은 흠집. 일곱 개였다.

12 | "이거 뭐야? 긁힌 거 아니야?"

10 | "Count them."

(세 봐.)

12 | "숫자 싫다니까."

10 | "Seven. I made one every time I decided to quit."

(일곱 개. 끊겠다고 결심할 때마다 하나씩 그었어.)

피비는 라이터를 코앞까지 당겨 흠집을 들여다봤다. 그러고는 순수하게 감탄하는 얼굴로 입을 벌렸다가, 곧 그 감탄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헷갈린 듯 눈썹을 모았다.

12 | "여섯 번 실패했다는 거야?"

10 | "That is one reading of it, yes. Thank you for being so brisk about it."

(그렇게 읽을 수도 있지. 참 간결하게도 짚어 주네, 고마워.)

12 | "일곱 번째는 됐어?"

10 | "It did."

(됐어.)

그는 그 뒤를 말하지 않았다. 일곱 번째 선을 그은 날은 병원 침대에서였고, 왼쪽 눈이 있던 자리에 거즈가 덮여 있었고, 손이 떨려서 선이 다른 여섯 개보다 삐뚤어졌다는 것. 그래서 저 일곱 번째 흠집만 유독 짧고 비뚤다는 것. 피비는 물론 그 차이를 알아보지 못했고, 알아볼 이유도 없었다. 그녀는 흠집 하나하나를 손톱으로 긁어 보며 소리가 나는지 확인하는 중이었다.

12 | "그럼 성공했으면 이거 필요 없잖아."

10 | "Correct."

(맞아.)

12 | "그런데 왜 갖고 있었어? 아까부터 그게 제일 궁금했어."

10은 대답을 고르는 데 평소보다 두 박자를 더 썼다. 이 사람 앞에서는 매끄러운 문장을 만들 이유가 별로 없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매끄럽게 말하면 어차피 반쯤은 흘려듣고, 어설프게 말하면 오히려 정확하게 알아듣는다. 공조기가 낮게 돌아갔고, 그는 결국 가장 짧은 쪽을 골랐다.

10 | "Because it's proof that I stopped. Not proof that I smoked."

(끊었다는 증거니까. 피웠다는 증거가 아니라.)

피비는 그 문장을 한참 들고 있었다. 이해했는지 아닌지는 표정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웠다. 그녀는 라이터를 두 손으로 감싸 쥐더니 뚜껑을 다시 딸깍 열었다가 닫았다. 마흔세 번째였다. 그리고 아주 태연하게 말했다.

12 | "그럼 이제 내 거니까, 내가 뭐 끊을 때 하나 더 그으면 되겠다."

10 | "And what, precisely, do you intend to quit?"

(그래서 정확히 뭘 끊으실 생각인데.)

12 | "몰라. 나중에 생길 거 아니야."

10 | "That's the most optimistic thing you've said all month."

(이번 달 들은 말 중에 제일 낙관적이군.)

피비는 만족한 얼굴로 라이터를 도로 가슴 주머니에 밀어 넣고 손바닥으로 눌렀다. 소파 아래로 흘러내렸던 머리카락을 대충 쓸어 올리며 몸을 돌려 눕는 동안, 주머니 속에서 금속이 갈비뼈에 부딪히는 둔한 소리가 났다. 10은 볼펜을 다시 집어 들었다. 목록의 같은 줄에 여전히 볼펜 끝이 놓여 있었다. 열한 해 동안 저 흠집의 개수를 물어본 사람은 없었다. 물어볼 만큼 가까이 온 사람도, 대답할 만큼 사소해진 순간도 없었다. 그는 다음 줄로 눈을 옮기며 생각했다. 이제 저 물건이 누구 주머니에 있든, 일곱 번째 선의 사연을 아는 사람이 이 방에 두 명이 되었다는 사실만은 되돌릴 수 없게 되었다고.

12 | "텐."

10 | "Mm."

(응.)

12 | "여덟 번째 선은 언제 그어?"

10 | "When I next fail at something. Give me a week."

(다음에 뭔가에 실패하면. 일주일만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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