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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10/LOG

세입자

2026. 8. 20. 00:55

택배가 도착한 것은 오후의 끝자락이었다. 섹터 A 보안초소에서 검수를 거친 박스가 내부 물류 카트에 실려 섹터 E까지 왔고, 복도에서 그것을 받아 든 것은 체사레가 아니라 피비였다. 그녀는 카트 담당자에게 주소를 알려 주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섹터 E, 10번 개인실. 카트 담당자는 별다른 의문 없이 서명 패드를 내밀었고, 피비는 손가락 끝으로 알아볼 수 없는 낙서를 긁어 넣은 뒤 박스를 양팔로 끌어안았다. 체사레의 상반신 폭보다 넓은 골판지 상자였다. 그녀는 그것을 가슴에 바짝 붙이고 복도를 걸어갔는데, 걸음걸이가 평소보다 빨랐고, 입가는 이미 풀어져 있었다.

방 안에서 박스를 뜯는 소리가 먼저 들렸다. 체사레가 세면대에서 손을 닦고 돌아왔을 때, 바닥에는 찢긴 테이프와 완충재 조각이 흩어져 있었고 피비는 그 한가운데에 앉아, 자기 몸통보다 큰 것을 끌어안고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바디 필로우 인형이었다. 두꺼운 봉제 원단으로 채워진, 연한 크림색 동물 형태의 거대한 쿠션이었는데 정확히 어떤 동물인지는 파악하기 어려웠다. 곰과 물개 사이의 어중간한 생김새였고, 눈이 단추처럼 작고 코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크기였다. 피비가 껴안으면 얼굴이 반쯤 파묻힐 정도였고, 세로 길이는 거의 체사레의 신장에 맞먹었다.

12 | "왔다!"
10 | "…What is that."(…그게 뭐야.)
12 | "내 인형. 체사레한테 부탁해서 산 거잖아."

맞았다. 피비가 며칠 전 단말을 들이밀며 이거 사도 돼 이거 사도 돼를 반복했을 때, 체사레는 화면에 뜬 상품을 대충 확인하고 승인한 적이 있었다. 썸네일에서는 평범한 쿠션처럼 보였다. 실물은 평범한 쿠션이 아니었다. 바닥 면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거대한 덩어리가 피비의 팔 안에서 눌렸다 펴졌다 하고 있었고, 그녀는 인형의 팔 부분을 양쪽으로 벌려 제 몸에 두르듯 감은 채 행복한 얼굴로 회전했다. 발밑에 완충재가 밟혔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10 | "I approved a cushion. Not a second tenant."(쿠션을 승인한 거지. 세입자를 들인 게 아니야.)
12 | "쿠션 맞아. 큰 쿠션."
10 | "That thing is my height."(저건 나랑 키가 같은데.)
12 | "그래서 좋아."

그 대답이 너무 즉각적이어서 체사레의 시선이 잠깐 멈췄다. 피비는 인형을 소파 위에 올려놓고 위치를 이리저리 조정했다. 머리 쪽을 팔걸이에 기대고, 팔 부분을 옆으로 벌리고, 자기가 누울 공간을 확보하듯 인형의 배 쪽을 눌러 홈을 만들었다. 마치 동거인의 잠자리를 배치하는 것처럼 진지했다. 체사레는 팔짱을 끼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인형의 단추 눈이 천장을 향해 올려다보고 있었고, 저 무표정한 봉제 얼굴이 앞으로 매일 밤 이 방에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 서서히 실감되었다.

12 | "이름 뭐로 할까."
10 | "You're naming it."(이름까지 붙이는 거야.)
12 | "당연하지. 같이 자는데."
10 | "Wonderful."(훌륭하군.)

체사레의 목소리에서 열의를 찾기는 어려웠다. 피비는 그 톤을 전혀 개의치 않고 인형의 귀를 만지작거리며 혼자 이름 후보를 중얼거렸다. 아이스크림. 아니다. 구름. 아닌데. 마시멜로. 그것도 아니야. 결론이 나기 전에 그녀는 이미 인형 위에 엎드려 볼을 비볐고, 봉제 원단이 눌리면서 나는 둔탁한 소리가 방 안에 깔렸다. 체사레는 바닥에 흩어진 포장재를 줍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치워야 하니까.

그날 저녁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체사레는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침대 옆 스탠드를 끈 뒤, 평소처럼 누웠다. 피비는 이미 씻고 나와 머리를 대충 말린 채 침대에 올라와 있었다. 여기까지는 익숙했다. 이 방에서의 밤은 이미 패턴이 되어 있었다. 피비가 먼저 자리를 잡고, 체사레 쪽으로 굴러오고, 팔이나 옷깃이나 손가락 끝을 잡고 늘어지다가 잠이 드는 순서였다. 체사레는 그 접촉을 거부한 적이 없었다. 불편하지 않았다고까지는 말하지 않겠지만, 밀어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피비의 체온이 옆에 닿는 감각은 어느 순간부터 잠드는 조건의 일부가 되어 있었고,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지만 부정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 밤, 피비는 오지 않았다.

아니, 침대에는 올라왔다. 하지만 체사레 쪽이 아니라, 반대편으로 돌아누웠다. 그리고 그 거대한 인형을 끌어안았다. 인형의 팔 부분이 피비의 어깨를 덮었고, 그녀는 인형의 배 쪽에 얼굴을 파묻은 채 다리까지 감아 올렸다. 마치 사람을 끌어안는 것처럼 온몸으로 밀착했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숨을 내쉬며, 아무 말 없이 눈을 감았다.

체사레는 천장을 보고 있었다. 옆에서 피비가 인형 원단에 볼을 비비는 소리가 들렸다. 스르륵. 봉제 원단과 피부가 마찰하는 소리였다. 그 소리는 원래 제 셔츠 위에서 나던 것이었다. 지금은 아니었다. 그의 왼쪽 팔은 비어 있었고, 어깨에 닿아야 할 체중이 없었다.

10 | "…Comfortable?"(…편해?)
12 | "응. 이거 진짜 좋아."

피비의 대답은 잠이 밀려드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이미 반쯤 가라앉아 있었고, 인형에 파묻힌 얼굴 쪽에서 웅웅 울려 나왔다. 체사레는 대꾸하지 않았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금 입 밖에 나올 말이 전부 체면을 깎는 종류였기 때문이었다. 가령 왜 거기서 자느냐거나, 여기로 오라거나, 그런 것이다. 그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래서 천장만 보았다. 스탠드를 끈 방 안은 어두웠고, 피비의 숨소리가 점점 느려지며 잠의 리듬에 맞춰졌다. 체사레는 눈을 감았다. 왼쪽이 비어 있었다.

다음 날 밤도, 그다음 날 밤도 같았다. 피비는 씻고 나와 침대에 올라오면 바로 인형 쪽으로 갔다. 체사레에게 잘 자라는 말은 했지만, 그 뒤로 굴러오지 않았다. 인형의 팔을 제 어깨 위에 올리고, 다리를 감고, 코를 파묻고 잠들었다. 체사레는 처음 이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보기에 피비는 그저 새 물건에 꽂혀 있는 것이었고, 조만간 식상해지면 돌아올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셋째 날 밤에도 피비가 인형 쪽으로 돌아눕자, 체사레는 노트북을 접고 불을 끄며 아주 짧은 의문을 허용했다.

이것이 계속되는 건가.

그 질문은 곧바로 지워졌다. 어처구니없는 질문이었다. 봉제 인형에 질투를 느끼는 스물아홉 살 남자라니. 그런 자각 자체가 그의 자존에 흠집을 냈고, 흠집이 난 자존은 더 완고하게 입을 닫게 만들었다. 그래서 넷째 날 밤에도 체사레는 누운 채 왼쪽이 비어 있는 것을 느꼈고, 다섯째 날에는 그 빈 공간이 미묘하게 넓어진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으나, 역시 입을 열지 않았다.

문제는 낮에 있었다. 낮의 피비는 변함없이 체사레에게 달라붙었다. 팔을 잡고, 소매를 당기고, 옆에 앉아 어깨에 기대고, 간식을 나눠 달라고 했다. 모든 접촉이 평소와 같았다. 다만 밤이 되면 그 접촉이 전부 인형에게로 옮겨 갔다. 체사레는 그 분리가 정확히 어디서 일어나는지 관찰했다. 피비가 씻고 나와 머리를 말릴 때까지는 아직 자기 쪽이었다. 그런데 침대에 올라오면 인형이 눈에 들어오고, 그 순간 스위치가 넘어가듯 방향이 바뀌었다. 인형의 봉제 원단이 주는 촉감과 온도가 그녀의 수면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것 같았다. 체사레보다 더. 그 사실이 가장 거슬렸다.

엿새째 밤이었다. 피비가 인형의 귀를 잡고 위치를 조정하는 소리가 들렸다. 체사레는 옆으로 누운 채 등을 보이고 있었는데, 보이지 않는 쪽에서 피비가 인형에게 속삭이듯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12 | "너 좋다. 따뜻해."

체사레의 눈이 어둠 속에서 떠졌다. 그 말은 자기에게 한 것이 아니었다. 인형에게 한 것이었다. 봉제 원단 덩어리에게. 그는 이를 다물었다가 풀었다. 턱 근육이 한 번 움직이고 멈추었다. 이건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어야 했다. 하지만 따뜻하다는 말을 자기가 아닌 다른 존재에게 하는 것을 듣는 순간, 그가 지금까지 이름을 붙이지 않으려 했던 감각이 정면에서 부딪혔다. 그것은 사소하고, 유치하고, 인정하기 싫은 종류의 것이었다.

그는 잠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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